[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레고켐바이오(141080)의 ‘LCB84’가 빅파마와 조(兆) 단위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은 LCB84가 아스텔라스와 시젠의 ‘파드셉(Padcev)’과 동일한 미세소관중합억제제(MMAE)를 사용한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에 배경을 두고있다.
| 레고켐바이오 본사 (사진=레고켐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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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키트루다·파드셉 병용요법 결과…LCB84에 관심 ↑파드셉은 지난달 ESMO에서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은 신약후보물질이다. 기존 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50% 이상 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30년 만에 방광암(요로상피암) 1차 치료제가 바뀌게 된 역사적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해당 임상 결과에 따르면 키트루다와 파드셉을 병용 투여한 환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12.5개월로 화학요법 6.3개월 대비 유의하게 연장돼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생존기간(OS)은 31.5개월로 나타나 화학요법(16.1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53% 줄였다. 전체 반응률(ORR)도 67.7%로 화학요법(44.4%)보다 높았다.
이로써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DC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더 길어진 OS로 임상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소식에 레고켐바이오의 LCB84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CB84는 파드셉과 동일한 미세소관중합억제제(MMAE)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LCB84는 병용요법을 고려하는 빅파마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핫트렌드 ‘차기 TROP2-ADC’…LCB84의 차별성은LCB84는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도가 높은 TROP2를 타깃으로 하는 ADC이기도 하다. TROP2는 고형암 세포에서 과발현하는 항암 표적 단백질이지만 정상 세포에도 분포한다는 특성이 있다. 길리어드가 2020년 TROP2-ADC ‘트로델비’를 출시했으나 낮은 약효와 높은 부작용으로 인해 차기 TROP2-ADC에 빅파마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CB84는 자체 링커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암세포 내부로 가는 효소에 의해 잘리는 링커를 활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암세포에 발현되는 TROP2 항원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정상세포에 존재하는 TROP2 항원에는 결합하지 않도록 했다.
현재 TROP2-ADC 파이프라인은 10여 개에 달하며, 임상 속도를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LCB84는 후발주자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TROP2-ADC와 차별화된 항원결합부위(Epitope), 합성약물(Toxin)을 적용한 만큼 경쟁력 있다는 분석이다.
선발주자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TROP2-ADC ‘다포토타맙·데룩스테칸’의 임상 3상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점도 LCB84에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당 임상 결과 다포토타맙·데룩스테칸 투약군 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시 다포토타맙·데룩스테칸의 정확한 OS 수치도 밝히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기술수출 명가’ 레고켐바이오,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거듭날까현재 LCB84는 빅파마의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활발히 기술이전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몇 군데와 라이선스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레고켐바이오가 지난해 12월 암젠과 체결한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에 이어 빅파마와 기술이전 ‘잭팟’을 터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그간 TROP2-ADC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1조원을 넘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LCB84도 조 단위 기술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TROP2-ADC의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9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60억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DS-1062’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6월에는 머크와 켈룬파마가 9억3600만달러(1조1800억원) 규모의 ‘SKB264(MK-2870)’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금까지 총 1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온 기술수출 명가다. 누적 기술수출 금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임상 단계의 초기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으로 인해 암젠과의 기술이전 계약을 제외하면 계약 규모가 크지 않았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 들어 자체적으로 임상에 진입해 기술이전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LCB84을 첫 타자로 진행하는 자체 임상 전략이 글로벌 빅딜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연구원은 “LCB84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되면 암젠과 기술이전 계약에 이어 빅파마와 두 번째 기술이전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도약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