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국내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를 맞아 동물 진단 시장이 쑥쑥 크고 있다. 반려 동물 시장이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데다 진입장벽이 낮아 진단 업체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
| 바이오노트의 동물 항체진단키트.(제공= 바이오노트) |
|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반려동물 진단 시장은 2020년 18억4920만 달러(2조4797억원)에서 2025년 29억5230만 달러(3조9602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연 평균 9.8%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질병을 예측하거나 조기에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도 동물 진단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속속 사업을 키우고 있다.
녹십자홀딩스(005250)는 최근 지씨셀이 보유한 동물진단검사 회사 ‘그린벳’ 지분 61.5%를 13억원에 인수하고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3월
지씨셀(144510)의 전신인 녹십자랩셀이 진단 검사를 비롯 예방, 치료, 건강관리 등 반려동물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 녹십자홀딩스는 그린벳이 기존에 진행하는 사업 계획을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설립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 그린벳 매출은 3분기 기준 17억원을 기록했다.
12월 코스피 상장을 앞둔 바이오노트도 동물진단 사업부에서만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512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19%, 1% 증가한 수치다. 이 회사는 코로나 진단 검사 수요가 줄면서 3분기 누적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 28% 감소했지만 동물 진단 부문은 성장했다. 특히 혈액, 분변 등으로 개나 고양이 감염병 확진 여부를 신속하게 판별할 수 있는 ‘래피드’ 제품군 매출이 크게 늘었다.
글로벌 반려동물 진단 업체 성장세도 가파르다. 미국 최대 반려동물 진단기기 업체 ‘아이덱스 레버러토리스’(IDEXX Laboratories Inc)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33억4000만 달러(4조473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 간 매출 성장률은 연 13.3%이며, 시가총액은 최근 3개월 새 38조원대에서 46조원대로 약 20% 불어났다. 아이덱스는 지난 2019년 기준 글로벌 동물 진단 시장 점유율 50~60%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에서 분사한 세계 최대 동물 제약 회사 ‘조에티스’(Zoetis)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5.13% 늘어 80억700만 달러(10조 7164억원)를 기록했다.
반려 동물 진단 사업에 투자하거나 새로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유한양행(000100)은 반려동물 헬스케어기업 ‘SB바이오팜’을 비롯해 동물 전문 진단검사기업 ‘네오딘바이오벳’, 반려동물 진단기업 ‘주노랩’에 각각 70억원, 65억원, 3억원을 투자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키트 개발 업체
피플바이오(304840)는 기존 사람 대상 진단키트 사업을 동물용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동물의약품 업체들과 협업 기회를 찾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진시스템(363250)은 지난 9월 메디안디노스틱과 산업동물 진단검사 시스템의 사업화와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진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의 확대와 업체들의 진입은 환영 받을 일이지만 동물 진단시장의 이해와 깊이를 모르고 준비없이 진출 한다면 큰 장벽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특히 수의사를 대상으로 영업, 판촉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기획부터 출시, 이후 사용 피드백까지 수의사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그들이 필요로 하고 개선 요청하고자 하는 것들을 즉시 반영하는 등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