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중국 정부가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저가의 제네릭(복제) 의약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없은 만큼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의 수입은 시장 선택의 결과이지 보안의 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미국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의견 제출 포털 (이미지=한국바이오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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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외신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의약품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각국 해외 정부 등이 제출한 의견을 공개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 수입에 대한 섹션 232 국가 안보 조사에 대해 공개 의견을 요청했다. 미국 연방 규칙 제정 포털에 제출된 의견은 총 966개로 이 중 311개가 공개됐다.
해외 정부는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스위스, 일본 등에서 정부 차원의 의견을 제출했다. 이중 중국 정부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2017년 이래로 국가안보라는 컨셉을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지속 확대 적용하고 있다”며 “이번 의약품 조사의 경우에는 232조 조사 개시에 대한 통지도 없이 진행됐다. 세계보건기구(WTO) 규정에 위배되며 의약품 및 의약품 원료는 미국 국가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해외에서 80%의 의약품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 주로 중국과 인도에서 의약품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며 “인도조차 활성의약품원료를 만들 때 사용되는 업스트림 원료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저가의 제네릭 의약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없어 공급망이 인도와 중국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것은 시장 선택의 결과이지 보안 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32조 조사에 따른 조치를 한다면 결국 미국 내 의약품 산업 자체에 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 규칙을 따르며 국가안보라는 콘셉트를 오용하지 말고 232조 조사를 종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정부를 비롯해 한국바이오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무역협회에서 의견을 제출했다.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 GC녹십자, SK(034730)팜테코 등에서 의견을 제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절반 정도의 고객이 미국 기업이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협력을 통해 이들 기업과 협력하면서 미국 환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아 232조 조사와 관세와 같은 수입규제 조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가 미국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 약가 인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미국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세부 정보에 대한 회신은 민감한 비즈니스 정보가 포함되기에 별도로 비공개 의견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미국법인을 통해 “자사 제품과 같이 미국 희귀질환자 치료를 위해 미국에서 (혈장)원료를 한국으로 수출하고 우리나라에서 완제품으로 제조해 다시 미국으로 수입하는 경우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팜테코는 “232조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나 무역조치를 취해야 할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하고 미국 내에 있는 위탁개발생산에서 사용되는 물품의 수입에는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나라와 유럽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에서 수입되는 원재료나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