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파킨슨 치료제 ‘TED-A9’를 개발 중인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성공적인 임상 1/2a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지만, 업계와 시장에서는 애매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수치가 저용량 대비 큰 차이가 없는 점이 이유로 꼽히는데, 회사 측은 이번 파킨슨 임상은 여러 지표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사진=에스바이오메딕스) |
|
13일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번 TED-A9’ 임상 1/2a상 중간 결과는 의심할 수 없는 완벽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이번 임상 결과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바라봤을 때 일부 수치 변화가 크지 않아 성공적인 결과라는 점에 의문을 던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임상의 여러 유효성 수치와 입증된 안전성 데이터는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공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12일 TED-A9 임상 1/2a상 고용량 투약군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파킨슨 치료제 TED-A9은 배아줄기세포유래 중뇌 복측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다. 중뇌 복측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이 파킨슨병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TED-A9은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를 환자 뇌에 직접 이식(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TED-A9은 이번 임상에서 12명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군(6명)과 고용량군(6명)으로 나눠 투약했다.
지난 6월 저용량군 3명에 대한 중간결과를 내놨고, 이번에는 고용량군 3명을 더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강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이번 임상에서 유효성을 측정한 것은 △호앤야 척도(Hoehn and Yahr scale) △MDS-UPDRS Part III △보행 동결(freezing of gait) △도파민 뇌영상(FP-CIT PET) 등 크게 4가지다.
호앤야척도는 파킨슨병 증상 정도에 따라 환자를 5단계로 나누는 척도다. 이번 임상 환자들의 평균 단계는 3.7로 4단계에 가깝다. 4단계는 심각한 장애가 있지만 도움 없이 걷거나 서 있을 수 있는 단계다. TED-A9 저용량 투약 1년 후 임상환자들의 평균단계(3.7)는 3단계로 개선됐다. 반면 고용량 투약군에서는 2단계로 변화했다. 변화 감소 폭은 저용량 -0.7, 고용량 -1.7인데, 감소 폭이 클수록 증상이 호전된 것을 의미한다. 고용량 군이 저용량 군보다 더 높은 증상 호전을 보인 것.
파킨슨병 경과 추적에 가장 많이 쓰이는 척도인 MDS-UPDRS Part III에서는 저용량 군 증상 변화량은 -12.7점이었고, 고용량 군 변화량은 -13.0점이었다. 이 중 환자 한 명에서는 변화량이 -22.0점으로 크게 호전된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저용량 군 대비 고용량 군 변화량이 -0.3점에 불과하다는 점이 시장의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증상 감소 변화량은 마이너스(-) 수치가 클수록 약효가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강 대표는 “MDS-UPDRS Part III 점수의 평균 감소 데이터가 시장 반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저용량 변화량과 고용량 변화량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저용량 데이터가 잘 나와 상대적으로 고용량 데이터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저용량군에서 이미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고용량군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저용량 및 고용량에서 투약 1년 후 -12.7점과 -13.0점이 나온 것은 전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 고용량 환자 뇌 영상(FP-CIT-PET) |
|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파킨슨 치료제 ‘타바파돈’은 임상 3상에서 MDS-UPDRS Part III 감소치는 5㎎군에서 -9.7점, 15㎎군에서 -10.2점이었다. 에스바이오메딕스와 같은 기전으로 파킨슨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엘 자회사 블루락 테라퓨틱스 ‘벰다네프로셀’ 수치도 저용량 -7.6점, 고용량 -12.4점으로 에스바이오메딕스 ‘TED-A9’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그는 “파킨슨 치료 효능은 하나의 데이터가 아닌 복합적인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호앤야척도에서도 저용량과 함께 고용량이 우수한 변화를 보여줬다. 2단계 변화가 나타난 것은 파킨슨에서는 굉장한 발전이다. 보행 동결 데이터에서도 경증(걸음을 시작할 때 또는 방향을 틀 때 여러 번 멈춤)에 가까운 환자들 증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도파민 뇌 영상에서도 도파민 세포 생착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쥐(Rat)와 같은 소형 동물과 대형 동물인 원숭이에 이어 이번 임상으로 사람에게서도 파킨슨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나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견고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상 환자 수가 적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에스바이오메딕스 주가가 임상 결과 발표 후 무려 29.9%(1만800원) 급락하며 2만5300원에 머무른 것도 MDS-UPDRS Part III 데이터와 함께 환자 수에 따른 우려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번 임상 결과는 저용량 3명 및 고용량 3명 등 총 6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였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내년 1월 저용량 6명, 고용량 6명 등 총 12명에 대한 1년 추적 결과 최종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블루락 역시 임상 1상에서 12명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에스바이오메딕스와 데이터 비교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사 대표는 “에스바이오메딕스 이번 임상의 경우 환자수가 적긴 하지만 호앤야척도에서 증상을 2단계에 가까운 변화를 보였다는 건 분명 좋은 결과로 볼수 있다”며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용량 설정과 약효 지속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디자인 하는데, 근거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약 가능성을 좀 더 확인하기 위해서는 후속 임상에서 데이터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