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처음 승인된지도 3년이 훌쩍 지났다. 그런데 지난 5월 모더나가 mRNA 백신 상용화에 재차 성공하면서 관련 산업이 본격적인 부흥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팜이데일리는 ‘mRNA 백신 시대’를 마련해 상편에서 바이러스와 암 치료 백신 분야에서 mRNA 백신의 잠재력과 그 상업화를 이끄는 선도기업을, 하편에서는 국내 mRNA 백신 기술의 현황과 관련 기업의 개발 현황을 차례로 조명한다.[편집자 주][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모더나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대상 mRNA 백신을 미국에서 새롭게 허가받았다. mRNA 백신 플랫폼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예방 백신 또는 암 환자의 재발을 막는 암 치료 백신 등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mRNA 백신이 감염과 암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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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모더나는 자체 개발한 RSV 대상 mRNA 백신 ‘mRESVIA’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3일(현지시간) 회사는 mRNA 기반 암 치료 백신 후보물질인 ‘mRNA-4157’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 관련 임상 2b상에서 흑색종 환자의 사망률을 49%가량 낮췄다는 결과도 최초로 내놓았다.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mRNA 백신의 상용화 작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신호탄이 연이어 확인된 셈이다. 특히 이번에 mRESVIA는 미국이나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에서 허가된 세 번째 mRNA 백신이자, 임상 3상을 거쳐 승인된 첫 mRNA 백신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같은 mRNA 백신은 바이러스나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 생성하는 mRNA를 주입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개념이 적용된다. 해당 백신을 개발하는 플랫폼은 △mRNA의 설계 및 합성, 정제 △‘지질나노입자’(LNP) 등 운반체(벡터)의 제조 △LNP에 mRNA를 안정적으로 봉입(탑재) 등 여러 요소 기술을 고루 갖춰야 한다.
mRNA 백신 개발 플랫폼 관련 최초의 바이오텍이 설립됐던 1990년대 중후반부터 다양한 연구가 축적됐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관련 제품의 상용화를 위한 규제가 정립되지 않은 점에 비춰, 2030년 이후에나 첫 제품이 시판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0년 초에 불거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화이자와 모더나는 일반적인 임상 프로세스를 크게 건너 뛰었다. 이들은 임상개발에 돌입한 지 6개월여 만인 같은해 12월 미국에서 차례로 긴급 승인을 획득했다. 이밖에 중국 아보젠(Abogen)의 경우 영하의 온도로 보관해야했던 경쟁 약물과 달리 25도에서 7일 동안 보관가능한 코로나19 mRNA백신 ‘ARCoV’를 개발해 2022년 10월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긴급승인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8월 일본의 다이이찌산쿄가 코로나19 mRNA 백신 ‘다이치로나’를 자국에서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번에 모더나가 신규 제품을 미국에서 허가받으면서, 코로나19에 국한됐던 mRNA 백신 시장의 다각화가 점쳐지고 있다. 일례로 임상 3상에 접어들며 유력한 mRNA 백신 신약 후보로 유망한 물질로는 △모더나의 거대세포바이러스 백신 ‘mRNA-1647’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텍의 인플루엔자 백신 ‘PF-07252220’, 독일 큐어백 코로나 19 백신 ‘CVnCoV’ 등 3종이 더 있다. 이처럼 상용화에 이른 mRNA 백신 후보물질들은 모두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다.
mRNA 백신‘바이러스 예방→암 치료’로 영역 넓힌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mRNA 백신 기업들이 바이러스 예방을 넘어 암 치료로 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모더나와 화이자, 아보젠, 중국 스테르미나 테라퓨틱스(스테르미나), 캐나다 프로비던스, 큐어백 및 바이오엔텍 등 총 7곳이 대표적인 mRNA기업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바이오엔텍은 항암 mRNA 백신 6종을 확보해 임상 1~2상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스테미르나는 항암 mRNA 백신 후보물질 2종에 대해 각각 임상 1상과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보젠 역시 고형암 대상 임상 1상에 진입한 AB0-2011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암 치료 백신 후보물질 5종에 대한 전임상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항암 백신 개발을 시도해 온 정헌 애스톤사이언스 대표는 “학회 등에서 아보젠의 발표를 보면 막대한 자본력으로 전임상이나 임상 단계에 접어든 물질에 대해 양질의 데이터를 내놓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며 “암 치료 백신 개발을 위해 마우스 모델 1마리로 연구하는데도 비용이 많이 드는 데 수백 마리에게 수행한 전임상 결과들로 주요국의 규제 당국이 관심을 가질만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부분의 mRNA 백신 개발 선도기업들은 일제히 2028년~2030년 사이에 관련 제품 상용화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모더나 역시 미국 머크(MSD)와 공동개발 중인 mRNA-4157의 상용화 시점을 2030년으로 공언한 바 있다.
카일 홀렌 모더나 개발치료종양학 담당대표는 “3년에 걸친 mRNA-4157의 2b상 결과가 고무적이다”며 “암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기폭제로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개발 목표가 달성돼 mRNA 이 늘어난다면 2030년경 관련 시장은 1187억 달러(한화 약 163조 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