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침이나 피 등 체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 분야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세계경제포럼(WEF)이 각각 선정한 ‘10대 유망 기술’이다. 액체생검 방식 중에서도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 암세포(CTC)를 살아있는 채로 포획하는 기술은 그 동안 바이오 업계에선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 ‘셀서치’가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성으로 암세포를 끌어모은 뒤 CTC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자성으로 끌어들이다보니 세포의 변형이 일어났다. 이 기술을 사왔던 존슨앤드존슨도 3년 만에 포기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게
싸이토젠(217330)의 창업자 전병희 대표다.
| 전병희 싸이토젠 대표.(제공= 싸이토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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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공학도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설계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 후 인덕대학교 컴퓨터 응용 기계계열 교수를 역임했다. 바이오를 접한 건 삼성전기 고문직을 맡으면서다. 2007~2010년 삼성전기 바이오·전자장치 부문 고문을 맡으며 바이오공학에 뜻을 뒀다.
전 대표는 당시 난제였던 CTC 분리 기술에 대한 해법을 반도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 2010년 싸이토젠을 창업했다.
지름 5㎛로 미세한 구멍을 뚫은 반도체 칩에 혈액을 통과시켜 암세포를 거르는 방식을 고안한 것이다. 순전히 공대 출신 관점에서 암세포를 제대로 잡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몰두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암세포의 크기는 7㎛ 안팎이다. 7㎛ 안팎인 암세포는 걸러지고, 이보다 작은 적혈구와 백혈구는 빠져나간다. 세포가 구멍 가장자리에 긁혀 손상되지 않도록 특수 코팅 처리도 했다. 이후 싸이토젠은 암세포를 추출하는 기계, 세포를 염색하는 기계, 이 세포들을 분석하는 기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모든 과정은 자동이다.
혈액 속 암세포를 살아있는 상태로 채집하는 건 파괴된 암세포가 남긴 유전자 정보(DNA)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다. 순도가 높은 데다 원발암(최초 발생암)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암 환자 90% 이상이 암 전이로 사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싸이토젠 기술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전 대표는 “직경 10㎜에 미세 구멍이 60만개가 균일하게 뚫려있다. 별다른 압력 없이 여기에 혈액을 떨어뜨리면 CTC를 손상없이 잡아낼 수 있다”며 “액체생검을 이용해 DNA 레벨에서 유전체 검사를 제공하는 회사는 많지만, 살아있는 세포에서 DNA와 RNA, 프로틴을 모두 추출해 유전체 정밀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싸이토젠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현재 32명의 연구개발 인력과 함께 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기계공학 전공자도 2명이 포함돼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에서 15년 간 근무한 경력자도 있다.
최근 최대주주가 캔디엑스홀딩스로 바뀌면서 공동대표 체제가 됐다. 캔디엑스홀딩스에는
엑세스바이오(950130)와
메리츠증권(008560), 홍콩계 PE인 엑셀시아캐피탈코리아 등이 주축으로 참여했다. 기존 사업은 전 대표가, 신규 사업과 경영기획본부는 사철기 대표가 각각 맡는다. 사 대표는 유한양행에서 R&D와 관련된 여러 영역에서 책임자로 일해왔으며, 유한메디카의 대표이사, 비씨월드제약의 상임고문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