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제품 개발은 어느 업계나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특히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제품 개발은 평균 10년가량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에 대한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국내 제약·바이오 전통강호지만 수성보다는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종근당(185750)이 꼽힌다. 수치가 증명한다. 2020년 약 15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매출액의 10%를 넘게 쏟아부으며, 신약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도전에 나설 수 있는 배경으로 성공적인 신약개발 경험이 꼽힌다. 국산 신약 34개 중 현재 2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두 제품 모두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된다. 2004년 출시한 항암제(난소암, 소세포폐암) ‘캄토벨주’와 2014년 선보인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이 그 주인공이다. 각각 국내 여덟 번째와 스무 번째 신약으로 등록돼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캄토벨주는 세 번째 국산 항암제로 국내 신약 연간 매출 기준 ‘톱15’ 안에 꾸준히 포함되고 있다”며 “이보다 뒤늦게 나온 듀비에도 ‘톱10’ 안에서 종근당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종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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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종근당 첫 신약인 캄토벨주의 개발사를 보면 회사가 추구하는 신약개발 철학이 드러난다. ‘연구진에 대한 무한신뢰’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지난해 80년을 넘어 100년 장수기업으로 도약하는 오늘날의 종근당을 있게 한 기반이기도 하다.
실제 10년이라는 캄토벨주 개발기간에 난관은 수두룩했다. 캄토벨주는 중국에서 나는 ‘희수나무’에서 추출한 ‘캄토테신’이란 물질을 주원료로 한다. 암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토포이소머라제-1효소’의 활동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문제는 추출 과정이었다. 1g을 추출하는 데 26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고, 시간도 6개월씩이나 걸렸다. 비용도 천문학적이었다. 1g 추출에만 1억원가량이 들었다. 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려면 적어도 20g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연구진을 믿었고, 연구진은 답을 찾았다. 1997년 추출하는 과정을 2단계로 줄여 1g을 만들어내는 비용을 100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하게 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당시 R&D 성과를 인정받아 종근당은 캄토벨주로 2001년 대한민국 신약개발상 ‘대상’, 같은 해 특허청 특허기술상 ‘충무공상’, 2003년 보건복지부 보건대전 우수기술 ‘대상’ 등을 받았다.
종근당은 캄토벨주 출시 이후에도 꾸준한 추가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증명하고 있다. 2020년에도 캄토벨의 임상 논문이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국제학술지 ‘영국암저널(BJC)’에 게재됐다.
연구에 참여했던 송용상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캄토벨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임상이었다”며 “캄토벨이 재발성 난소암 환자 중에서도 백금계 약물에 저항성이 있는 환자와 비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 환자들 생존률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의 신약개발에 대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오신약 ‘CKD-702’가 대표적인 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 과제로 선정돼 현재 임상 1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동시에 저해하는 항암이중항체다. 각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전의 바이오신약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702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2023년 글로벌 임상 1/2상에 진입할 예정”이라며 “향후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선별된 환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해 충족 수요가 높은 다양한 암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