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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의 제약국부론]화장품으로 대박낸 바이오벤처 비결
  • 입소문으로 2년만 바이오 화장품 500만병 돌파
  • 당뇨병 치료제 개발, 퓨젠바이오 김윤수 대표 인터뷰
  • 바이오 신물질로 당뇨약 개발하며 화장품서 노다지
  • 항당뇨 및 피부건강에 탁월한 미생물이 경쟁력
  • "바이오벤처는 캐시카우 확보가 신약성공 필수조건"
  • 등록 2025-10-14 오전 6:00:30
  • 수정 2025-10-14 오전 8:17:27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K바이오를 주로 취재하다보니 현장에서 바이오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기업인을 자주 대한다. 이들 바이오 사업가 대부분은 자사에서 연구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하려는 신약은 글로벌하게 가장 탁월한 효과를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 세계 최고 신약은 모두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구나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바이오 사업가들의 이런 신약예찬은 허세가 아니다. 상당부분 진정성이 담겨있다. 상용화까지 성공확률이 1만분의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희박한데 자신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한 확고한 신념없이는 도전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문제는 신약성공에 대한 확신이 과해 ‘플랜B’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신약개발에 차질이 생기거나, 추가 펀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 존립이 뿌리째 흔들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안없이 신약개발에만 올인하는 게 대세인 K바이오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바이오벤처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퓨젠바이오가 주인공이다. 세상에 근원 치료제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당뇨병 약은 고난이도 신약개발 영역으로 손꼽힌다.

10일 이데일리가 만난 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는 플랜B 없이 신약개발에만 매달리는 바이오 사업은 “지속하기 불가능한 대단히 위험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조언했다.

김대표는 지난 2005년 창업, 당뇨병의 근원적인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10여년간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면서 그는 “신약개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이어서 안정적 캐시카우를 확보하지 않으면 필패할수 밖에 없는 사업”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

김윤수 퓨젠바이오 대표. 회사 제공
마침 퓨젠바이오는 항당뇨와 피부, 건강에 탁월한 개선효과를 내는 신종 미생물 ‘세리포리아 락세라타’와 관련한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있었다. 회사는 세리포리아의 효능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을 포함해 글로벌 원천특허 10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창출원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결국 이 특허기술을 활용해 바이오 화장품 사업에 진출,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다.

퓨젠바이오는 이제 바이오 화장품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단기간 급성장세를 거듭,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세포랩이라는 단일 바이오 화장품을 선보인지 불과 2년만에 누적판매량 400만병을 돌파했다. 올 연말까지 누적 판매량 500만병, 판매금액 2000억원은 거뜬하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포랩은 GS샵과 현대홈쇼핑에서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3개 반기 연속 에센스 부문 1위에 선정되는 등 기존 업계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홍콩·싱가포르·대만·중국 등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 유럽 시장에도 본격 상륙한다. 최근에는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현대면세점, 롯데면세점,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에도 입점했다.

“화장품 사업을 통해 확보한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는 병행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신약 개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투자가 필수적인데 이를 외부 투자에 100%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현금창출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김대표는 퓨젠바이오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바이오 신약개발이고, 바이오 화장품 사업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응용한 하나의 사업분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퓨젠바이오가 대박낸 바이오 화장품 ‘세포랩’ 제품. 회사 제공
그는 인체 건강을 개선하는 바이오 신물질(세리포리아 락세라타)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플랫폼 비즈니스’가 퓨젠바이오 사업의 본질이라고 규정했다. 김대표는 “이 바이오 신물질을 피부 개선을 위한 화장품은 물론 대사 및 면역 기능 개선을 위한 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탄탄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게 되면서 본업인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뇨병에 대한 증상 치료제가 아닌 근원 치료제를 목표로 하기에 기초 연구에 당분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연구인력도 대폭 보강하고 있다.

“신약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바이오 신약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기술력을 신약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차별화된 바이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바이오벤처는 현금창출원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실제 수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우리처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중간에 도태되고 있다. 차별화된 바이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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