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오플로우(294090)가 내년 1월 예정된 미국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과 인수합병(M&A) 절차를 무사히 완료할지 주목된다. 미국 경쟁사 인슐렛과 벌이는 본안 소송이 관건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 이오플로우 CI (사진=이오플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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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 인수 거래종결 예정일을 지난달 15일에서 내년 1월 24일로 연기했다. 미국 경쟁사 인슐렛이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을 제기한 여파가 컸다.
메드트로닉, 이오플로우 M&A 거래종결일 3개월 연기앞서 글로벌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각) 이오플로우 인수와 관련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인수대금은 약 7억3800만달러(9710억원)였다.
메드트로닉은 157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최대주주인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의 지분 564만680주(지분율 18.54%)를 주당 3만원에 양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주식양수도 계약의 잔금 1692억원 중 60%는 거래종결일에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거래종결일로부터 최장 3년간 분할지급하기로 했다.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 조건은 △1단계 기업결합신고와 기타 필요한 관계기간 승인 완료 △2단계 이오플로우 보통주에 대한 공개매수였다. 2단계를 통해 취득한 주식수가 총 2295만5839주(유증 후 지분율 53%) 이상이 될 경우 제3자배정 유증과 최대주주로부터의 주식 취득 등 모든 거래가 동시에 종결되도록 했다. 이후 메드트로닉은 이오플로우를 자진 상장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오플로우의 M&A 절차는 1단계에도 들어서지 못한 상태다. 일단 지난 10월 25일에 완료됐어야 할 유증대금 납입일이 내년 1월 3일로 미뤄진 상태다. 지난 10월 25일 양사가 거래종결 예정일을 지난달 15일에서 내년 1월 24일로 연기한 여파다.
인슐렛, 지적재산권 소송 제기…이오패치 美 판매에 ‘제동’이처럼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 절차를 미룬 데에는 지난 미국 경쟁사 인슐렛이 제기한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 및 부정경쟁 소송 영향이 컸다.
인슐렛은 세계 최초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주입기 ‘옴니팟’을 개발한 기업이다.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는 펜이나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 피하지방이 많은 신체 부위에 부착해 사용하는 웨어러블 형태의 일회용 인슐린 펌프다. 이러한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상용화한 기업은 인슐렛과 이오플로우뿐이다. 인슐렛은 이오패치가 자사 기술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 이오패치와 옴니팟 비교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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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지방 법원은 지난 10월 7일 인슐렛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오플로우는 이오패치 제품의 생산·마케팅·판매 활동의 일시 영업정지를 하게 됐다. 이에 이오플로우는 해당 가처분 결과에 대한 재고려 및 범위 확인을 신청해 같은달 25일 수정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수정 가처분 결정에 따라 한국에서 이오패치의 생산·판매는 재개하되 신규 환자 대상의 마케팅 활동은 중단하게 됐다. 유럽연합(EU)에서 기존 이오패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도 가능해졌지만 추가적인 법원의 허가가 없다면 내년 5월 1일로 판매를 종료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 중인 임상용 사용을 위한 판매와 공급도 재개했다.
그러나 이오패치의 미국 판매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금지된 상태다. 이 때문에 메드트로닉이 인수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美 본안 소송 결과 따라 이오플로우 인수 여부 결정할 듯메드트로닉은 이와 같은 특허 기술 침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는 미리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슐렛이 독일에서도 특허 관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지난 3월 이오패치의 독일 판매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유럽은 국가별 특허권이 다르기 때문에 주변 유럽 국가의 판매에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오패치의 미국 판매가 금지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오패치의 미국 판매 금지는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를 무산시킬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메드트로닉은 미국 일회용 인슐린 펌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오플로우 인수 결단을 내린 만큼, 이오패치의 미국 판매가 불가능해지면 이오플로우를 인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메드트로닉의 인수 여부는 인슐렛과 이오플로우의 본안 소송 결과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슐렛이 지난 8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6개월 후인 2025년 초에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거래종결일을 지속적으로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드트로닉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인수 종료 시기는 현재 불확실하다”며 “이오플로우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항소 절차를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렛과 진행 중인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인슐렛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충분히 소명해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인슐렛의 이번 소송이 전 세계 유일한 웨어러블 패치 펌프 경쟁사인 이오플로우에 대한 메드트로닉 인수를 막기 위해 제기된 무리한 싸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및 메드트로닉과의 M&A 등 불확실성으로 인한 시장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