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체세포에 특정 물질을 가해 원하는 세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를 직접 교차분화라고 부르는데, 셀라퓨틱스바이오는 이와 관련한 ‘셀라콘’(CellaCorn)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개념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김경규 셀라퓨틱스바이오 대표는 24일 이데일리와 만나 “직접 교차분화 기반 세포치료제 개발 시장을 앞장서 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 김경규 셀라퓨틱스바이오 대표.(제공=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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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라퓨틱스바이오는 김 대표가 2020년에 설립한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2000년부터 성균관대 의대 교수로 재직해온 그는 항생제부터 DNA, 각종 전사인자의 화학적 구조 연구에 힘써왔다. 그런 그가 세포 분화에 관심을 가진 건 2008년이다.
당시 학계에서는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연구가 주목받고 있던 때였다. 신야 교수는 “분화가 끝난 체세포에 SOX2와 c-Myc, OCT4, KIF-4 등 네 가지 전사인자를 처리하면 어느 누구라도 다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를 생성할 수 있다”며 이를 iPSC라 명명한 바 있다. 실제로 2012년 신야 교수는 iPSC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09년경 SOX2의 구조를 연구하기위해 대장균에서 재조합 SOX2 단백질을 생산했는데 SOX2가 대장균의 일부 단백질과 결합한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했다”며 “SOX2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줄기세포에 처리하면 SOX2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었다.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이나 저분자 물질이 있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체세포를 다른 종류의 체세포로 바꾸는 ‘직접 교차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최근까지 ‘직접 교차분화’ 유발 물질을 다양하게 확보했고 이를 모아 플랫폼화한 것이 ‘셀라콘’이다”며 “셀라콘과 이를 통해 찾은 ‘CPB101’이라는 세포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다음 회사를 차리게 됐다. 셀라콘 기술 자체는 지금도 끊임없이 고도화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셀라퓨틱스바이오의 셀라콘은 ‘셀라X’와 ‘셀라O’, ‘셀라M’ 등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뤄졌다. 셀라X는 각종 유전체 및 생체 분자의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AI)으로 직접 교차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하는 단계다. 셀라O는 체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바꾸기 위해 셀라X로 도출한 물질을 언제, 얼마나 처리할지 등을 최적화시키는 단계다. 이런 작업의 결과 탄생한 세포치료제의 배양 과정을 정립하는 단계가 셀라M이다.
현재 셀라퓨틱스바이오는 ‘체세포를 유사신경교세포로 전환하는 제조법, 제조용 조성물, 이와 관련한 치료 방법’(2020년)과 ‘약 유도시스템을 이용해 체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직접 교차분화하는 방법’(2021년) 등 총 5건의 특허를 국내에서 등록했다. 이밖에도 ‘저분자 화합물을 이용한 골격근육세포 분화법’, ‘별아교세포를 신경세포로 전환하는 조성물 및 이의 용도’ 등 6건의 특허를 국내 출원한 바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언급한 체세포를 유사신경세포로 전환하는 내용의 특허는 호주에서도 등록됐으며, 미국과 유럽 연합 일본 등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셀라퓨틱스바이오의 CPB101이다. 이는 우리 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섬유아세포를 셀라콘을 통해 리프로그래밍해 신경재생교세포로 전환한 세포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회사 측은 CPB101을 가지고 척수 손상, 말초신경손상, 파킨슨병 등 세 가지 신경질환에 적용하기 위한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경재생교세포로 구성한 CPB101을 넣어주면 체내 신경세포의 재생 효과를 도운 뒤 몸속에서 없어지게 된다”며 “내년 중으로 임상시험계획서를 신청해 2024년경 임상 1/2a상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셀라콘과 같은 직접 교차분화 기술로 만든 세포치료제의 장점은 약물 생성기간 단축 및 부작용 이슈 최소화 등 두 가지다.
최근 일반 줄기세포치료제를 뛰어 넘기위해 시도되고 있는 iPSC 치료제 후보물질을 만들려면 약 2달의 배양 기간이 필요하다. 또 배양이 끝난 후에도 원하는 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iPSC가 치료제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암 유발 위험이 존재한다. 반면 직접 교차분화 기술로 원하는 세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일 정도다. 그 과정에서 분화능을 보유한 iPSC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암을 유발 위험도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다양한 물질이 직접 교차분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국제 학술지를 통해 십수 년간 밝혀지고 있다”며 “각국에서 관련 기업이 등장한 지 오래지만, 기술력 자체는 우리도 이전부터 꾸준히 쌓아온 만큼 그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신개념 직접 교차분화 방식의 세포치료제 개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세포 리프로그래밍 전문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미국의 ‘네우엑셀’(Neuexcell)와 ‘비트 바이오’(BIT BIO), 영국 ‘모그리파이’(Mogrify) 등이 꼽힌다. 이들 모두 2016년에 설립됐으며, 각 사가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의 대한 전임상을 수행하는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강자로 자리매김한 곳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어느 국가에서도 직접 교차분화 방식의 세포치료제에 맞는 명확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일선에서 CPB101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적절한 약물의 효능 평가 기준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셀라퓨틱스바이오는 메디톡스엔젤투자(2억)을 시작으로 시드(23억원), 시리즈A(50억원) 등 현재까지 총 7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는 CPB101과 함께 섬유아세포를 신경세포로 전환한 ‘CPB201’, 갈색지방세포로 바꾼 ‘CPB202’ 등의 세포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관련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