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수십년간 사업에 매진했다면서 변변한 제품하나 개발하지 못해 매출이 거의 없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까. 조금만 기다리면 대박을 낼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수십년간 매번 공수표를 날리는 회사를 철석같이 믿는 투자자를 온전하다고 볼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실제 바이오 벤처업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K바이오 업계에는 수십년간 신약개발은 물론 기술수출을 단 한번도 이뤄내지 못한 바이오 기업들이 여전히 넘쳐난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은 이런 기업들을 의심 한번 하지않고 굳건하게 맹신하며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런 바이오 기업들은 사실상 K바이오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범이지만 여전히 전도가 유망한 신약개발 전문업체로 자리매김하면서 당당하게 활개를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십수년간 본업인 신약분야에서 매출을 거의 일으키지 못하는데도 수시로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대규모 실탄을 확보하는 탁월한 실력을 뽑내고 있다. 바이오 벤처라기보다는 차라리 금융회사의 모습과 흡사하다.
예컨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등과 같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신약은 빠짐없이 개발하겠다고 세상에 공표한다. 신약개발은 언감생심이지만 일단 주가를 띄워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술수다. 이들 사이비 바이오 벤처가 근절되지 않고 독버섯처럼 K바이오 업계 곳곳에 기생할수 있는 데는 독특한 신약개발 구조가 자리한다.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10년 안팎에 이르다 보니 거짓 의도를 숨기고 신약개발에 진심인 듯 겉모양을 꾸미게 되면 어지간한 투자고수가 아닌 한 대부분 속내를 알 도리가 없다.
시간이 흘러 이들이 자신하던 신약개발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사그라들면 신약개발 프로젝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수순을 밟는다. 이런 과정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다보니 설립된 지 십수년이 지난 바이오벤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신약 하나 개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애당초 신약개발보다는 눈먼 투자금 갈취가 목적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 [이미지= 챗GPT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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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을 맹신하는 투자자들은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져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신도들의 모습과 묘하게 닮아있다. 바이오 벤처의 창업자나 대표가 신약개발이나 기술수출이 조만간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면 이들 투자자는 액면 그대로 굳건하게 믿고 따른다. 이들 투자자에게 짝퉁 바이오 벤처 창업자나 대표는 사이비 교주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바이오 벤처 창업자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
이들 투자자에게 오랜 기간 투자를 한 바이오 벤처는 마치 오랜 역사를 지닌 하나의 전통 종교처럼 군림하는 모양새다. 장기 투자를 하면서 생긴 회사에 대한 애착이 공고해지면서 확고한 믿음과 신념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그것을 뒤짚을 만한 확실한 증거가 노출이 되어도 여간해서는 무너지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심지어 외부에서 투자한 회사의 잘못된 점이나 불리한 얘기를 꺼내면 오히려 이들은 결연하게 방패막이 되어 그 회사를 옹호하기도 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백전백패다. 손해를 피할수 없다. 수십년간 신약개발을 한다면서 제대로 된 약하나 못 만드는 회사는 가장 전형적인 ‘짝퉁’ 바이오 벤처다. 그런 회사들을 절대적인 종교처럼 신봉하며 따르는 투자자들은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하고 미몽과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들 사이비 바이오 업체는 도착 시간이 다를 뿐이지 예외없이 결국에는 부도라는 종착역을 피할수 없다. 회사의 달콤한 신약개발 전망에 속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기 투자자가 됐더라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진실을 수용해야 한다. 짝퉁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손실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지름길은 배가 침몰하기 전에 서둘러 탈출하는 방법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