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부광약품(003000)이 자회사를 통해 개발 중인 전립선암 치료제 개량신약이 허가용 임상 1상 개시 허가를 받았다. 내년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 판매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최종적으로는 기술이전 등의 방법으로 3조9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침투한다는 구상이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다이나세라퓨틱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개량신약 ‘SOL-804’가 지난 16일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2월 종료된 SOL-804 임상 1상에서 결정된 용량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허가용 임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종료된 임상 1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물로 인한 영향을 회피할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며 “오리지널 약과 성분이 동일하고 전달법만 다른 개량신약이라 임상 1상 결과만으로도 품목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내년 중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추후 더 적은 용량으로도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혈액 내 농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용량으로 임상을 추가 진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3.9兆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시장서 다크호스되나
| 전립선암 치료제 ‘자이티가’ (사진=한국얀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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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세라퓨틱스는 부광약품이 지분 98%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 2016년 덴마크 솔루랄파마로부터 SOL-804의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을 취득해 독점 개발 중이다. SOL-804는 미국 존슨앤드존슨 산하 얀센이 만든 ‘자이티가(Zytiga)’(성분명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에 솔루랄파마의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개량신약이다. SOL-804 개발 성공시 다른 항암제에도 해당 플랫폼 기술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자이티가는 이전에 항암요법을 받았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 치료에 쓰이는 경구약이다. 특허 만료 이후 제네릭 경쟁이 치열함에도 2021년 기준 글로벌 연 매출이 23억 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출시, 지난해 200억원 가까운 연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흡수율이 낮고 음식물 섭취로 인한 영향이 커 새벽 기상 후 공복 상태에서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SOL-804는 공복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복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임상 1상에서 자이티가 대비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용량을 낮춰도 효과가 동일하다는 점이 나타나면 추후 임상 3상을 통해 고혈압, 저칼륨혈증, 부종 등의 부작용 감소 효과를 입증, 자이티가 대비 추가적인 이점을 어필할 수도 있다. 현재 자이티가는 부작용 때문에 단독 사용이 불가능하고 환자들이 프레드니솔론이라는 부신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를 반드시 병용해야 한다.
자이티가 제네릭도 음식물 영향 및 부작용 등의 한계가 있어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성분의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 상당 부분을 SOL-804가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성분 치료제 시장은 약 30억 달러(3조9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첫 ‘적자’…개량신약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
부광약품은 연간 1900억원의 매출액을 내고 있지만 신약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창립이래 처음으로 연결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콘테라파마에서 개발 중인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제 ‘JM-010’이 2021년부터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라 한동안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기업공개(IPO)도 서두르고 있다. SOL-804의 성공을 통한 수익창출은 이 같은 상황에서 부광약품에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다만 자이티가 출시 당시와 달리 현재는 글로벌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 향후 매출성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처치는 글로벌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 규모를 2026년 기준 99억4000만 달러(약 13조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자이티가 출시 이후 화이자와 아스텔라스가 공동 개발한 ‘엑스탄디’(성분명 엔잘루타마이드)와 자이티가 후속신약인 얀센의 ‘얼리다’(성분명 아파루타마이드) 등이 출시돼 이 시장은 삼파전을 이루고 있다. 1위는 엑스탄디로, 2020년 연 매출 43억9000만 달러(당시 약 5조1802억원)를 기록했다. 차세대 치료제 개발도 활발해 장기적으로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시장 성장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기술이전 등의 방법을 통해 SOL-804의 글로벌 판매를 목표로 하는 부광약품도 매출 그 자체보다는 SOL-804가 다이나세라퓨틱스의 첫 프로젝트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항암제 중 자이티가와 마찬가지로 음식물의 영향을 받는 의약품들이 상당수 있어 SOL-804가 임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나타내면 다른 암종으로 약물전달 제제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다이나믹스세라퓨틱스는 약물전달 제제 기술을 통해 개량신약을 만들어내는 자회사로 SOL-804 개발 성공에 따라 향후 프로젝트 및 경영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