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휴젤(145020)이 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 보툴리눔 톡신 최대 시장인 미국 안착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제품 판매시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메디톡스(086900)에 지급해야 하는 대웅제약 나보타보다 휴젤 레티보 성장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내 지난해 연 매출에 육박하는 3000억 매출이 미국에서만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ITC는 메디톡스가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휴젤의 위반 사실이 없다”고 최종 심결을 내렸다. 메디톡스가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절취 주장에 휴젤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초 메디톡스가 승소할 경우 휴젤의 미국 보툴리눔 톡신 사업은 불확실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대웅제약 나보타와 마찬가지로 미국 판매에 따른 로열티 제공은 물론 미국 내 판매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ITC 결과로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오히려 대웅제약(069620) 나보타보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수익 측면에서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휴젤 관계자는 “ITC 최종 판결로 휴젤의 미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도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ITC 최종 결과가 공개된 11일부터 1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기간에 주가는 24만2000원에서 29만4500원으로 올라 약 22% 급등했다. 52주 최고가인 29만6000원도 뛰어넘을 기세다.
| (사진=휴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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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규모 2800억+α 목표…나보타보다 실익 크다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약 2조8700억원)로 추정된다. 휴젤은 지난 3월 레티보(한국 제품명 보툴렉스) 50유닛과 100유닛 두 제품을 중증도 및 중증 미간주름 적응증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휴젤에 앞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약 11%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년 나보타 매출액은 2억200만 달러(약 2800억원)였다. 2019년 5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나보타는 시장점유율 10% 달성까지 약 4년이 소요됐다. 반면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를 앞세워 3년 내 미국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휴젤은 글로벌 톱3 톡신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에 모두 진출한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 힘쓸 것”이라며 “3년 내 미국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11%로 약 2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나보타 사례를 대입하면, 레티보 역시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면 레티보로만 약 2800억원의 신규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보스턴 컨설팅 그룹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31년까지 약 6조36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매출 전망치가 3000억원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3000억원 매출은 휴젤의 연 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 휴젤 매출액은 3197억원이다.
나보타가 미국 판매에 따른 한 자릿수 로열티를 매년 메디톡스에 지급해야 하지만 휴젤 레티보는 모든 매출이 오롯이 자체적으로 잡히는 구조여서 수익성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향 톡신 완제는 판가 대비 원가율이 낮아 매출총이익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경쟁력 우위, 3분기부터 레티보 매출 인식휴젤은 레티보의 역량과 파트너사 베네브의 영업마케팅 능력으로 미국 시장 안착을 자신한다. 미국 시장 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앨러간 보톡스, 멀츠 제오민, 입센 디스포트, 대웅제약 나보타가 있지만 가격이 약 600 달러(약 8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다. 보톡스와 제오민 등에 비해 후발주자인 나보타 역시 약 400~500 달러로 고가를 자랑하지만, 휴젤 레티보는 이보다 낮은 가격 전략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서 매출 성장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율보다는 400~500 달러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 한몫하고 있다”며 “휴젤 레티보는 나보타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도 높은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레티보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휴젤의 미국 파트너사로 낙점받은 베네브는 미국 내 에스테틱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이다. 즉각적인 제품 출시와 판매 확대 측면에서 휴젤 측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휴젤은 베네브에 판매 유통권을 모두 위임하는 것이 아닌 공동 대응한다. 보툴리눔 톡신 톱3 시장 중 하나인 중국과 호주 및 캐나다에서의 사업 성공 노하우와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레티보 미국 수출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7월 첫 선적을 했고, 9월 추가 선적이 이뤄졌다. 따라서 3분기부터 매출이 인식될 전망인데, 북미발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추가 선적을 통해 시장 눈높이를 상회하는 실적이 기대된다. 북남미 톡신 매출액은 10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2% 성장해 북미 초도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휴젤은 미국과 유럽, 중국을 포함한 메이저 판매 국가에서 허가를 획득한 유일한 업체로 매출 업사이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측의 ITC 판결에 따른 후속 대응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대웅제약 사례처럼 ITC 항소 또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메디톡스 측은 “대응 방안을 검토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며 “ITC 항소와 민형사 소송 제기 등을 모두 열어놓고 있고, 향후 대응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휴젤 측도 “메디톡스의 진행 상황에 맞춰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의 항소 및 소송 제기가 이제는 주가나 레티보 판매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