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출처= 한국바이오협회) (그래픽= 생성형 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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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7년 회계연도 허가·심사 수수료를 확정하면서 의료기기 수수료를 약 10% 인상한다. 기존 허가 제품과의 실질적 동등성을 입증하는 510(k)에 비해 신기술 의료기기가 거치는 ‘드 노보’(De Novo)나 고위험 의료기기의 ‘시판 전 승인’(PMA)은 수수료가 수억 원에 달해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 FDA는 지난달 30일 신약(전문의약품)과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제조기업으로부터 받는 2027년 회계연도 허가·심사 수수료(이용자 부담금)를 확정했다.
이번에 결정된 수수료 정책은 2027년 회계연도인 올해 10월 1일부터 내년 9월 30일까지 적용된다. FAD는 매년 인플레이션, 심사 신청건수, 제조시설수, 심사자 고용·유지비 등을 고려해 이용자인 기업이 부담하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번 수수료 정책에서는 품목군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전문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수수료가 각각 1.7%, 6.3% 인하됐다. 반면 제네릭의약품은 35만8247달러에서 37만5684달러로 4.9% 올랐다. 의료기기는 PMA와 510(k), De Novo가 모두 9.9% 인상됐다.
특히 의료기기 수수료가 최근 수년간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De Novo와 PMA를 신청할 기업들 부담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2027년 회계연도 수수료는 De Novo의 경우 19만1020달러(약 2억7071만원), PMA의 경우 63만6732달러(약 9억257만원)다. 2만8653달러(약 4046만원)인 510(k)에 비해 De Novo는 2억원, PMA 8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510(k)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존 의료기기와 안전성·유효성이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절차다. 반면 De Novo는 적절한 선행 의료기기가 없는 새로운 저·중위험 의료기기의 분류를 새로 만드는 경로다. 생명 유지 등에 사용돼 위험도가 높은 일부 3등급 의료기기는 보다 엄격한 PMA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도 De Novo나 PMA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예컨대 아이엠지티의 췌장암 치료용 의료기기 ‘IMD10 시스템’은 지난해 2월 FDA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의료기기 임상 마지막 단계인 확증임상 임상시험계획(IDE)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확증임상 이후 De Novo 경로를 통해 FDA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시지바이오의 척추유합술용 차세대 골대체재 ‘노보시스 퍼티’는 PMA 허가를 위한 확증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첫 환자 시술을 마쳤다.
물론 업계는 큰 폭의 수수료 인상이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한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새 수수료는 매년 10월 시작되는 회계연도에 맞춰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신청이 접수된 제품에는 새 요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최근 수년간 의료기기 수수료가 연이어 상승해 와서 이번 10% 안팎의 인상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부담을 줄여줄 장치도 있다. FDA가 ‘소기업 감면(Small Business Determination·SBD)’ 제도를 통해 일정 규모 이하 기업의 수수료를 낮춰주고 있어서다.
신청 기업과 관계사를 모두 포함한 최근 과세 연도의 총매출, 또는 총수입이 1억달러(약 1400억원) 이하면 FDA로부터 SBD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자격을 확보하면 510(k)와 De Novo, PMA 등의 허가·신청 수수료를 일반 수수료의 25%만 납부하면 된다.
이에 따라 SBD 자격을 적용받을 경우 De Novo 수수료는 19만1020달러에서 4만7755달러(약 6744만원)로 낮아진다. PMA도 63만6732달러에서 15만9183달러(약 2억2477만원)로 줄어들고, 510(k)는 2만8653달러에서 7163달러(약 1011만원)로 낮아진다. 특히 관계사를 포함한 매출·수입이 총 3000만달러 이하인 기업은 최초 PMA 등 일부 첫 시판 전 신청 수수료를 전액 면제받을 수도 있다.
다만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정도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확보해 SBD 적용이 어려운 기업이 더 많다는 점은 리스크다. 시지바이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2443억원)으로 단순히 계산해도 SBD의 매출 자격 기준을 크게 웃돈다.
또 De Novo와 PMA는 SBD를 적용받더라도 기업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미국 임상시험과 현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규제 컨설팅, 품질시스템 구축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더하면 SBD를 적용받는 중소형 기업에는 적지 않은 수수료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SBD가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것은 맞지만, 매출이 본격화하지 않은 기업에 De Novo나 PMA는 감면을 받더라도 절대 금액이 작지 않다”며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진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