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삼천당제약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경쟁력으로 프리필드시린지(PFS) 제형을 강조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프리필드시린지로 변경되는 추세라는 점을 들어 핵심 경쟁력으로 꼽고 있지만, 업계는 차별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1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000250)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자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핵심 경쟁력으로 △프리필드시린지 제형 △낮은 생산단가 △연내 허가 진행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이다. 회사는 프리필드시린지 방식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했고, 최근 임상 3상 보고서까지 수령한 상태다.
프리필드시린지는 바이알이 아닌 주사기에 적정 용량의 약물이 충전된 제형이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 바이알에서 주사기로 약물을 충전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돼 편의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필드시린지는 충전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또 과충전을 예방해 바이알 제형에 비해 높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은 프리필드시린지 위주로 재편 중”이라고 말했다.
프리필드시린지, 대세라지만...핵심은 용법-용량 전략삼천당제약 주총에서 경쟁 기업 중 프리필드시린지로 개발 중인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언급되면서, 주주들 사이에서도 프리필드시린지에 대한 이슈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바이알 형태로 출시됐던 아일리아가 프리필드시린지를 출시, PFS 처방 비율이 약 75~80%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아일리아는 제형 이슈보다 용법 및 용량 이슈가 더 크다고 설명한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일리아 주요 이슈는 고농축, 고용량 버전 개발과 투약기간을 기존 8주에서 12주로 늘리는 전략”이라며 “아일리아 개발사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고용량 제제 임상에서 성공함에 따라 용량, 용법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형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같은 물질이기 때문에 큰 파급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일리아 개발사 바이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바이엘 코리아 관계자는 “아일리아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으로 해왔다. 바이알 형태로 먼저 개발해 출시했고, 이후 프리필드시린지를 출시했지만, 아일리아의 성장은 T&E 요법 등이 원인”이라며 “결국 프리필드시린지 출시에 따른 성장이 아닌 용법과 용량 전략이 아일리아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E(Treat and Extend) 요법은 투약 주기를 4주에서 16주까지 환자에 맞게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개발 중인 기업도 여러 곳이다.
셀트리온(068270)은 아일리아 시밀러를 프리필드시린지와 바이알 형태 모두 개발하고 있다. 아일리아 시밀러를 개발 중인
알테오젠(196170)은 프리필드시린지 특허까지 확보한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아일리아가 바이알과 프리필드시린지 두 가지 제품을 출시한 만큼 자사도 두 가지 버전 임상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 연내 허가 신청을 스텝을 밟을 것”이라며 “향후 고용량 아일리아 시밀러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알테오젠 측은 “아일리아 시밀러는 먼저 바이알 형태로 개발 중이고, 프리필드시린지 임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프리필드시린지의 경우 간단한 임상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낮은 생산단가는 장점, 의약품 등재 리스트가 중요다만 삼천당제약이 또 다른 경쟁력으로 내세운 낮은 생산 단가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낮은 생산단가는 곧 가격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가격 경쟁력을 통해 처방률을 높이고, 관련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경우 가격경쟁력이라는 것이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리베이트를 통한 사보험 등재 리스트에 올라야 하므로 최적의 리베이트가와 처방가액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로 첫 허가를 받아 2월 출시한 암제비타를 출시한 암젠은 전략적으로 두 가지 가격(5% 인하, 55% 인하)으로 내놨다. 퍼스트무버로서의 기대치도 컸지만, 3월 미국 처방 데이터에 따르면 암제비타는 575명에게 처방되는데 그쳤다. 반면 휴미라는 28만9004명에게 처방됐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시장 및 경쟁 상황을 잘 파악하고, 오리지널의약품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해서 가격 선을 정해야 한다. 적절한 가격 전략을 가지고 보험사들과 협상을 잘해 의약품 등재 리스트에 올리는 기업이 결국 관련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생산 단가가 낮다는 것은 가격 설정에 있어 그만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낮은 생산단가가 가능한지, 어떤 방식으로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인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데일리는 삼천당제약에 △프리필드시린지가 삼천당제약의 핵심 경쟁력인지 △고농도 또는 투약 기간과 관련된 임상 계획 여부 △낮은 생산단가가 가능한 이유 등을 문의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회사 측은 “특허 전략 및 시장 진입 전략과 관련돼 있어 해당 사항은 파트너사와만 공유하게 돼 있다”며 “사업 전략인 만큼 외부에 공유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