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코아스템켐온의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의 보존기간을 대폭 늘려줄 인공뇌척수액(현탁화제)이 이르면 내년 국내 임상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기존 48시간에 불과했던 뉴로나타-알의 보존기간이 일주일로 늘어나게 되면 루게릭병 치료제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코아스템켐온(166480)에 따르면 전날 인공뇌척수액 ‘HypoThermosol® FRS’(HTS-FRS)을 현탁화제로 혼합한 뉴로나타-알의 임상 마지막 환자 투약을 마쳤다. 앞으로 마지막 환자에 대한 관찰 기간 한 달이 지나면 다음달 초 최종 안전성 검토 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안전성이 확보되면 임상시험수탁회사(CRO)의 보고서 작성을 거쳐 뉴로나타-알의 임상시험계획변경 신청 단계를 밟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총 8명 중 3명의 루게릭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투여 완료 이후 지난 4월 1차 안전성 검토 위원회(SRC)가 열렸고, 당시 위원회로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투약 대상자들에게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어제 투여를 마쳐 추가 관찰이 필요한 마지막 환자를 제외하고는 앞선 7명의 참여대상자들로부터 이상 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로나타-알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루게릭병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이미 2014년 조건부 허가 후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의 특성상 보존기간이 이틀로 짧아 FDA 허가를 노리고 있음에도 국내 생산된 뉴로나타-알을 미국에 있는 환자들에게 투여하기는 현실적으로 빠듯했다. 이번에 마무리된 임상은 뉴로나타-알의 투약 절차를 간소화하고 장거리 이동이 용이하도록 보존기간을 늘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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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나타-알 ‘완전체’로...게임체인저 기대뉴로나타-알이 타깃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즉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돼 결국 사망에 이르는 신경성 희귀질환이다. 현재 미국에서 4가지 약물이 승인돼 있다.
하지만 기존 허가 약물 대부분이 증상완화제로, 이중 가장 수명연장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아밀릭스 파마수티컬즈의 ‘렐리브리오’조차도 그 효과가 10개월에 불과하다. 칼소디는 넷 중 유일하게 근본치료제를 지향하나, 약효를 보이는 타깃 환자군이 특정 돌연변이를 가진 극소수에 불과해 엄밀히 따지면 뉴로나타-알의 경쟁상대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2014년부터 국내 조건부 허가돼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는 뉴로나타-알은 지난해 7년여 간의 시판 후 데이터를 통해 67개월의 수명연장 효과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코아스템 “자사 루게릭병 치료제, 대조군比 생존기간 5.6년 길어”...FDA 통과 ‘청신호’’).
뉴로나타-알은 정맥주사제거나 경구약, 정맥주사 형태의 경쟁약물과 달리 유일한 줄기세포치료제다. 경쟁약물 대비 7배 이상 효과가 크지만 환자 본인의 뇌척수액을 뽑아 사용해야하므로 환자의 고통이 크고 부대비용이 높았다. 하지만 인공뇌척수액 HTS-FRS를 적용하면, 보존기간 증가는 물론 뇌척수액 체취 과정 생략으로 편의성까지 높아진다.
코아스템켐온 관계자는 “뉴로나타-알에 HTS-FRS를 적용할 경우 글로벌 주요국으로 이송할 때의 리스크가 줄어든다. 시판 전 해외 주요연구기관과의 연구 진행이 용이해짐은 물론 미국 생산시설인증(cGMP) 공장이 없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논의를 하는 것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미 매출만 5천억 전망...“현탁화제는 업프론트 올릴 ‘비기’”
| 코아스템켐온의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 (사진=코아스템켐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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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데이터(Globla Data)에 따르면 2021년 ALS 시장 규모는 7억6230만달러(약 1조원)에 달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병률과 의료비 증가로 관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29년에는 10억4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근본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시판 중인 여러 증상완화제를 중복 투여하는 경향을 감안했을 때, 업계에서는 북미 시장에서 뉴로나타-알의 연 매출이 약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연간 북미에서 루게릭병 신규 환자가 4500명씩 발생한다는 기존 통계를 기반으로 유효구매환자가 최소 1000명일 때를 가정한 수치다. 약값은 환자 한 명당 연간 5회 투약을 기준으로 5억원을 가정했다.
현탁화제 적용은 임상 3상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뉴로나타-알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치료제 용도의 줄기세포는 세포 동결없이 장기간 줄기세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냉장보존 기술이 기술이전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동시 세포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고 기능성 자체의 문제도 있을 뿐더러 동결 상태로는 운송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회사측은 뉴로나타-알의 기술이전 협상에서 업프론트(선급금) 비중을 높이는 데 현탁화제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로나타-알의 임상 3상은 내년 하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회사는 임상 3상 종료 전 기술이전 성사를 기대하고 있다. 권광순 코아스템켐온 신약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임상을 포함해 뉴로나타-알의 임상 3상 일정에 맞춰 모든 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향후 임상에 관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