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간암 신약 승인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보여온 진양곤 HLB그룹 의장이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진 의장은 올해 들어 계열사 주식을 45차례 매수하고 주요 투자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한 데 이어 HLB이노베이션 대표까지 맡으며 신약 승인 기대감을 높였지만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는 또다시 미뤄졌다.
 | |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 (사진=HL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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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장은 선박 사업을 영위하던 HLB를 바이오 중심 기업집단으로 재편한 인물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바이오·헬스케어·진단·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주요 경영 현안과 임상·허가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유튜브 영상과 IR, 주주간담회 등을 통해 직접 주주들과 소통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리보세라닙은 미국 어드벤첸연구소가 개발한 물질로, 2004년 중국 항서제약에 중국 판권이 이전됐다. 이후 엘레바의 전신인 LSK바이오파트너스가 2007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진 의장이 HLB를 인수해 개발을 본격화한 2009년부터 따지면 올해로 약 17년째다. 물질의 초기 개발 단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 넘게 이어진 신약 도전인 셈이다.
올해 진 의장의 행보는 리보세라닙 허가를 둘러싼 자신감으로 해석됐다. 그는 지난달 25일 HLB테라퓨틱스(115450) 주식 2만주와 HLB제넥스(187420) 주식 2만7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를 포함해 올해 HLB이노베이션(024850), HLB파나진(046210), HLB테라퓨틱스(115450), HLB제넥스(187420), HLB바이오스텝(278650)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인 횟수는 총 45차례에 달했다.
지난 4월 9일 열린 HLB 통합 주주간담회에는 10개 상장사 대표들과 함께 참석해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이 자리에는 올해 초 HLB그룹 바이오총괄 회장으로 합류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도 나서서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로서 글로벌 의약품 생산·품질관리(CMC) 체계를 구축한 김 회장의 영입은 반복된 CMC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승부수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일에는 진 의장이 HLB이노베이션 각자대표로 취임했다. 반도체 사업의 실적 회복을 챙기는 동시에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의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개발비와 자금조달, 사업개발 전략을 직접 관리하려는 행보로 풀이됐다. 계열사 주식 매수와 김 회장 영입, 직접 경영 참여 등이 겹치면서 이는 시장에서 신약 허가에 대한 자신감으로 읽혔다.
그러나 FDA 허가 결과는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FDA로부터 리보세라닙 신약허가신청에 대한 세 번째 CRL을 받았다. 엘레바는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는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번 CRL의 직접적인 배경은 항서제약 제조시설에 대한 FDA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였다. FDA는 지난 4월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을 정기 실사한 뒤 지적사항을 담은 ‘Form 483’을 발부했다. 해당 실사는 리보세라닙 허가를 위한 사전승인실사가 아니라 다른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일반 실사였지만 시설이 리보세라닙 허가신청서에 등재돼 있어 심사 결과에 반영됐다.
HLB는 이번 CRL 역시 리보세라닙이나 캄렐리주맙 자체의 임상 유효성·안전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추가 임상시험 요구도 없었으며, 주요 보완 사항은 항서제약 제조소의 cGMP 실사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HLB의 파트너 관리 능력을 향한 비판이 커졌다. 첫 번째와 두 번째 CRL에서도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제조·품질관리 문제가 지적된 데 이어 세 번째 심사까지 항서제약 제조시설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항서제약이 원료의약품 시설 실사와 Form 483 발부 사실을 HLB와 엘레바에 제때 공유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양사 간 정보공유와 규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키웠다.
이전에는 진 의장이 CRL 수령 직후 유튜브를 통해 직접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번에는 별도의 유튜브 방송을 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주주들의 요구를 고려한 결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RL 수령 닷새 뒤 반전의 실마리도 나타났다. FDA는 지난 14일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실사를 자발적 개선 권고인 ‘VAI’로 종결했다. VAI는 지적사항은 있지만 행정·규제 조치를 취할 수준은 아니며 제조사의 자발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류다. HLB는 세 번째 CRL의 직접적인 사유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고 FDA에 허가 절차 재개와 재신청 방식에 대해 공식 질의할 방침이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리보세라닙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에도 Form 483이 발부돼 있기 때문이다. 항서제약은 오는 24일까지 FDA에 답변서와 시정·예방조치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HLB는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의 VAI 종결이 이번 CRL 사유에 미치는 영향을 FDA에 공식 질의하는 한편,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의 보완 진행 상황을 토대로 허가 절차 재개와 재신청 시점·방식을 협의할 계획이다. 결국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의 보완 결과와 이에 대한 FDA의 판단이 향후 재신청 일정과 허가 절차의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CRL을 세 차례 수령한 만큼 향후 허가 가능성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만약 신약 승인을 받더라도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은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의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허가 자체가 곧바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HLB그룹 주가의 움직임은 신약의 본질적 가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과거에도 악재 이후 기대감이 다시 형성되며 주가가 반등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 약력
△1966년 부산광역시 출생
△1990년 원광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3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1~1994년 부산은행 근무
△1994~1998년 평화은행 근무
△2004년 골든라이트 대표
△2006년 현대라이프보트 회장
△2008년 하이쎌 인수·회장
△2013년 HLB 인수
△2017~2025년 HLB 대표이사
△2025년~현재 HLB그룹 이사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