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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지주사 어이없는 저평가 현상, 시커먼 속내가 문제(하)
  • 등록 2025-02-26 오전 7:42:57
  • 수정 2025-03-10 오전 8:32:33
이 기사는 2025년2월26일 7시42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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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제약·바이오 지주사의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더블 카운팅’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수다. 지주사 할인을 더블 카운팅으로 단순화시키기엔 무리가 따르고, 사안 자체가 복잡성을 띄고 있단 의미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한 언론의 칼럼 기고를 통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할인 원인은 더블 카운팅”이라며 “사업 자체는 자회사에서 이뤄지는 데 창출되는 가치는 지주사와 공유한다. 그래서 지주사에서 사업가치 할인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수긍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교수는 “지주사가 자회사 주식을 들고 있는 이유는 자회사 사업가치 때문”이라며 “자회사가 성공해서 주가가 오를 때 그 과실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사는 직접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니, 주가를 반으로 할인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당연히 지주사도 자신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만큼 권리를 갖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지주사-자회사 동시상장(혹은 중복상장)은 해외에선 드물고 국내만의 갈라파고스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국내에만 존재하는 지주사 할인의 원인으로 ‘더블 카운팅’이 지목됐다. 하지만 이 더블 카운팅이 지주사 할인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의 말처럼 중대한 논리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는 더블 카운팅을 원인이 아닌 현상으로 보고 원점에서 제약·바이오 지주사의 저평가 원인을 분석해봤다.

배당을 왜 해? 돈 뺄 방법 많아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언급될 때마다 저배당 성향도 단골 뉴스로 등장한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사운용 부사장은 “현재 상당수의 기업은 대주주 이익에 충실한 결과. 이익이 나도 주주환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대주주의 경우 배당금에 대해선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배당보다는 사내유보금으로 두거나 내부거래 등을 통해 사익을 편취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세계 최저수준의 배당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공=공정거래위원회가 2023년 12월 17일 발간한 ‘2023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공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총수일가가 지주사 외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가 2023년 기준 353개로 나타났다. 이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226개에 달한다.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국내 총수있는 지주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3.36%다. 이는 일반기업의 내부거래 비중 10.96%보다 높다.

신풍제약이 대표 사례다. 신풍제약의 오너 일가는 송암사를 통해 회사를 지배했다. 이들은 배당이라는 합법을 택하는 대신 원재료 납품업체와 허위로 거래하거나 납품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91억원의 사익을 편취했다. 신풍제약 말고도 불법적인 통행세를 통해 회삿돈을 오너 일가 주머니로 챙긴 뉴스가 넘쳐난다.

생보사에 재직 중인 한 펀드매니저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 하에선 40% 지분만으로도 100%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자회사가 배당하면 지주사 주주에게 돈이 들어간다. 지주사를 지배하는 오너 입장에선 이 돈이 너무 아깝다. 본인 지배력을 100% 행사할 수 있는 자회사 곳간을 채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예외는 있다. 워렌버핏은 고배당주를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의 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배당 대신 재투자를 통해 기업 이익을 높이는 것이 주주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40%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배당율은 0%다.

배당하면 세금 폭탄

세금도 배당성향을 낮추는 요인이다. 국내 배당소득세는 15.4%다. 어디까지나 2000만원 이하일 경우다.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용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최대 세율이 49.5%까지 치솟는다.

연간 금유소득 2000만원까지는 15.4% 원천징수되고 2000만원을 넘는 금액은 6.6~49.5% 세율이 적용된다. (설명 및 자료 = KB금융)


더욱이 70~80대가 대부분인 국내 제약사 1세대 창업자들의 연령을 고려할 때, 현금보유 자산을 늘려 상속세 부담을 키울 필요가 없다. 이는 고배당 성향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어도 마찬가지다.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사 시총이 낮으면 낮을수록 2~3세가 납부할 상속세는 줄어든다.

실제 국내 제약사의 배당수익률은 셀트리온(068270) 0.39%, 대웅제약(069620) 0.51%, 제일약품(271980) 0.51% , 녹십자(006280) 1.20%, JW중외제약(001060) 1.10%, 한미약품(128940) 0.14% 등으로 저조했다. 구체적으로 한미약품의 경우 주가는 26만원씩 하는데 주당 배당액은 490원에 불과했다. 녹십자(006280)도 13만원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지만 주당 배당액은 1500원에 머물렀다.

반면, 해외 바이오주의 배당수익률은 국내 제약바이오주와 큰 차이가 났다. 구체적으로 화이자 6.73%, BMS 4.56%, 글락서스미스클라인(GSK) 4.25%, 머크(MSD) 3.89%, 사노피 3.78%, 존슨앤드존슨은 3.39%, 애브비 3.34%, 암젠 3.25%, 길리어드 3.00%, 아스트라제네카 2.07% 순으로 나타났다.

(자료=신영증권 ‘한국형 행동주의가 온다’ 재인용)


해법은 ‘고배당+중복상장’ 피해야

이 모든 문제에 ‘모범답안’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회사가 있다. 바로 메리츠금융지주(138040)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배당률은 지난 2021년 0.48%, 2022년 0.25% 등으로 저조했다. 이 기간 주당 배당액은 210원, 105원에 그쳤다.

하지만 2023년부터 180도 달라졌다. 메리츠금융지주의 2023년 배당액은 2360원으로 급증했다. 배당률은 3.99%에 달했다. 주가 역시 급등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2021년 시가는 9860원이었지만 현재는 12만6500원까지(21일 현재)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 시총이 12.5배 늘어난 셈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2조원으로 불어났다. 1년 새 6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서 주식 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서는 주주는 이재용 회장, 서정진 회장, 조 회장 등 3명뿐이다. 국내 주식부호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격차가 1조1000억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여기에 더블 디스카운팅이 없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메리츠증권, 메리츠대체자산운용 등의 자회사들의 지분을 모두 100% 보유 중이다. 이들 자회사도 손자회자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100% 자회사인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일 1947억원을 중간배당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런 배당액을 다시 주주에게 배당했다. 모든 과실이 메리츠금융지주에 집중되고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구조다.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1.25%에 달한다. 조 회장은 배당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냈다. 조 회장 입장엔 눈앞에 세금폭탄이 아까울 수 있다. 그럼에도 모자회사 간 이해충돌을 없애고 고배당을 실시하는 주주환원에 가치를 두자, 지주사 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이 교수는 “모기업이 자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면 지주사 할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자회사 상장을 폐지해 100% 모회사의 보유가 되면 당연히 모자회사 주주들의 이해 상충은 사라진다”고 판단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자회사 동시상장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처럼 지주사 하나만 상장하자고 주장했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바이오 지주사 할인, 넓게는 지주사 할인, 나아가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정원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지주사 주식을 매력있는 투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아 투자관심가 낮다”며 “(현 상태면) 앞으로도 국내 투자자 수요는 (지주사가 아닌) 사업 회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감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기대되는 곳은?

1. 한미약품

255명( 29% )

2. 디앤디파마텍

115명( 13% )

3. 동아에스티

50명( 5% )

4. 디엑스앤브이엑스

16명( 1% )

5. 펩트론

324명( 37% )

6. 기타 (댓글로)

110명(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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