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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보령이 사노피가 개발한 항암제를 도입하는 빅딜을 체결했다. 글로벌 판권을 확보하는데 무려 3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일각에서는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단순 의약품 판매에 대한 가치보다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공급 역량을 확보, 향후 신성장 동력과 글로벌 사업 성장의 변곡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령은 최근 사노피와 세포독성 항암제 ‘탁소텔(성분명 도세탁셀)’ 국내외 판권, 유통권, 허가권, 생산권, 상표권 등을 포함한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억7500만 유로(2878억원)로 1억 6100만 유로는 거래 종결일에 지급되고, 1400만 유로는 계약 시 설정된 조건 달성 시 지급된다.
이번 계약으로 보령은 한국, 중국, 독일, 스페인을 포함한 19개국과 남미 및 중동 지역에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대로 탁소텔의 제반 사업을 포괄적으로 인수하게 된다. 탁소텔은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항암제로, 유방암, 전립선암, 위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고형암 치료제 활용되고 있다.
 | | 보령이 인수한 사노피 세포독성항암제 ‘탁소텔’.(사진=사노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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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만료된 항암제, 보령 새로운 R&D 전략으로 승부수 탁소텔은 한때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품목에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는 특허가 만료되면서 수많은 제네릭 제품이 출시된 상태다. 2010년 특허가 만료됐고,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면서 매출 감소세도 뚜렷하다. 2010년 30억 달러(3조4680억원) 매출을 기록했던 탁소텔은 2016년 2억2200만 달러(2577억원), 2017년 1억9500만 달러(2205억원), 2018년 1억8800만 달러(2069억원)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8200만 달러(1154억원) 수준에 그쳤다.
특허 만료된 항암제를 지나치게 비싼 값에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2020년 12월 다케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권을 2억7800만 달러(332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 대상에는 한국, 호주, 싱가포르 등 9개국에서 판매되는 전문의약품 12개와 일반의약품 6개 등 총 18개 품목이 포함됐다. 감기약 ‘화이투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셀트리온 측은 해당 제품들의 인수로 연간 1700억원 규모 신규 매출을 기대한 바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제품, 그것도 특허 만료 후 매출 감소세가 확연한 제품을 도입하는데 너무 큰 금액을 투자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보령 측은 후속 제형과 적응증 확대 등을 통한 수익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령 관계자는 “탁소텔은 1995년 출시됐으나 도세탁셀 성분의 오리지널 제품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으로 여전히 항암 치료의 필수 치료제로 자리 잡은 제품”이라며 “후속 제형 개발과 병용 전략, 새로운 적응증 연구 등 적극적인 R&D를 통해 오리지널 지위를 유지하며, 신규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금액은 기본적으로 탁소텔의 세계 각국 매출 현황 및 전망을 기반으로 충분한 검토 끝에 산정됐다. 최근 개발된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으로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 역량 및 판로 확보...후속 비즈니스 연계 전략 보령의 이번 탁소텔 인수는 2020년부터 추진해 온 LBA(레거시 브랜드 인수) 전략 중 하나다. 단순 특허 만료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공급 역량과 제조 인프라, 글로벌 판로를 확보해 후속 제품들의 판매까지 고려한 전략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BA 전략의 장점은 안정적인 매출 확보, 자체 생산에 따른 원가 구조 개선, 기존 영업망 활용 시너지 등이다. 알림타(일라이 릴리)의 경우 보령이 인수한 후 제품 원가율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고, 젬자(일라이 릴리)는 보령 인수 후 매출이 증가한 사례도 있다. 반면 제네릭 제품 출현에 따른 경쟁과 가격 하락, 인수 비용 회수 지연 가능성 등은 리스크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령의 이번 딜에 대해 그동안 국내에 치우쳤던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로 확대하면서 향후 연속성을 고려한 결단이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는 업계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신규 판로 개척이나 새로운 네트워크 확보가 아닌, 안정적으로 이미 구축된 글로벌 유통망과 판로까지 한 번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병용 요법 및 신규 R&D 연구를 통해 임상 가치의 장래 성장성까지 고려한다면 투자 규모 역시 적절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령 관계자도 “국내로 한정돼 있던 사업 범위를 세계로 확장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보령은 EU-GMP 인증을 받은 생산단지 ‘예산 캠퍼스’의 세계적 제조 경쟁력, LBA 전략을 통한 글로벌 오리지널 의약품의 내재화, 글로벌 CDMO 등 축적된 글로벌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계기를 통해 해외 사업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령이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바탕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하고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2020년부터 LBA 전략을 통해 젬자, 자이프렉사, 알림타와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성공적으로 인수 및 내재화해 왔다”며 “LBA 전략 역시 보령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전략이자 성과였던 것처럼, ‘가장 보령답고, 가장 확실한 성장전략’으로, 오리지널 항암제 인수는 향후 후속 제품의 글로벌 판매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