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이번주 바이오업계의 눈길을 끈 인물은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최호일 펩트론(087010) 대표이다.
| 최호일 펩트론 대표 (사진=펩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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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펩트론은 지난 16일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증으로 펩트론은 펩타이드 기반 약효지속성 생산 규모를 현재보다 무려 10배나 늘리기로 했다. 2026년 6월까지 신공장 준공을 목표로 총 65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50억원은 회사 운영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처럼 통 큰 유증에 나서자 업계 이목은 펩트론의 창업자인 최 대표에게 쏠렸다. 최 대표의 펩트론 경영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걸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필 회사를 창업하던 날 IMF 사태가 터졌다는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당시 해외 제약사로부터 200만달러(한화 약 25억원)를 투자받기로 한 건이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 다른 투자처들로부터 연락도 뚝 끊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창업 전 LG생명과학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최 대표로서는 눈 앞이 캄캄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창업 직후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 치료제를 만드는 데 주력한 것도 이 같은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8월 대웅제약에 기술이전된 해당 치료제는 이후 판매 로열티를 매년 수령하도록 하는 펩트론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됐다.
그러나 해당 기술이전으로부터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그 사이 펩트론은 2011년 2월 유한양행에 1·2주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를 4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해 10억원을 수취하고, 2021년 3월에는 중국 치루제약(Qilu Pharmaceutical)에 표적항암항체치료제 후보물질 ‘PAb001-ADC’을 총 611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했다. 펩트론은 치루제약으로부터 선급금 및 자료이전 기술료로 52억원을 1년 내에 수령하기로 했지만 선급금 33억원을 2021년 6월 수취한 이후 나머지 금액이 들어온 기록은 없다. 이처럼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이 예상보다 부진한 가운데 연구개발(R&D)에는 매년 100억원 이상 투입하다 보니 현금이 고갈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업계에선 펩트론의 연내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해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올해 1분기 말 펩트론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약 25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난 1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각한 부동산자금 76억원을 더해도 현금성자산은 101억원 수준이었다. 여기서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 차입금 45억원을 빼면 회사는 56억원으로 연말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근 3년간 평균 판매관리비가 18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 하반기엔 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펩트론의 유증 결정 소식 자체는 업계에서도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액수가 1200억원에 달한다는 점과 주주들을 대상으로 손을 벌렸다는 점에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펩트론의 최대주주인 최 대표는 이번 청약에 50% 수준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또 최 대표는 유증 신주배정기준일 이후 신주인수권증서 상장 거래 전 보유한 주식 일부를 블록딜(장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딜로 매각한 대금을 통해 유증에 참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소식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1년 넘게 펩트론의 비만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길 기다리고 있다. 펩트론이 2022년 9월 글로벌 제약사 2곳과 당뇨·비만치료제 ‘PT403’의 기술이전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밝히고, 같은해 12월 한 빅파마와 물질이전계약(MTA)를 체결했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라이선싱 계약 텀싯(Term sheet)을 수령하고 실사 일정이 확정됐다고 전했다. 또 이번에 제출한 펩트론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달에 또 다른 빅파마와 ‘스마트데포’(SmartDepot) 기반 당뇨·비만치료제의 MTA 체결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데포란 펩트론의 핵심 기술로, 반감기가 짧아 자주 주사해야 하는 펩타이드 약물의 투여 주기를 늘려주는 기술이다.
문제는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PT403의 경우 2020년 11월 글로벌(PCT)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고 알렸지만 이후 해당 특허의 출원 시점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특허가 2022년 6월에 출원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특허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 계약을 빨리 체결하면서 자금난을 돌파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겠지만 기술이전 계약이라는 게 특정 회사가 원하는 시기에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술수출이 목전으로 다가온 상황이라면 계약금 수령도 기대해볼 수 있을텐데 대규모 유증에 나서는 건 의아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최 대표는 이번에 주주 배정 유증을 택한 이유가 오히려 회사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주주 배정 유증을 택한 이유는 회사 비전과 성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펩트론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높은 관심에 대해 빠른 대처를 하기 위해서라도 신공장 건립은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 약력
△1966년 9월 출생
△연세대 생화학과 학사
△연세대 생화학과 석사
△연세대 생화학과 박사
△1990년 9월~1992년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992년 5월~1997년 10월 LG화학 바이오텍 근무
△1997년 11월~현재 펩트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