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한미약품(128940)의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Spectrum Pharmaceuticals, 이하 스펙트럼)사가 미국 제약사 어썰티오홀딩스(Assertio Holdings, 이하 어썰티오)에 인수됐다. 상폐위기에 몰렸던 스펙트럼에 조력자가 등장하면서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 수출명: 롤베돈)’가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팔릴 수 있게 됐다.
| 한미약품이 개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미국 수출명: 롤베돈)’ (사진=한미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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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썰티오는 25일(현지시각) 스펙트럼을 인수합병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이번 인수는 주주 승인 등을 거쳐 오는 3분기 내로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스펙트럼 주주들은 스펙트럼 1주당 어썰티오 0.1783주와 최대 1.34달러의 조건부가격청구권(CVR)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 24일 어썰티오 종가에서 각각 65%, 94%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수준이다.
어썰티오는 내년 12월31일까지 롤베돈 매출이 1억7500만 달러(약 2300억원)를 달성하면 각각의 CVR에 대해 0.1달러를 지급한다. 2025년 12월31일까지 2억2500만달러(약 3000억원)를 기록하면 추가로 0.1달러씩 지불한다. 거래가 종료되면 어썰티오는 스펙트럼 지분 65%를, 기존 스펙트럼 주주들은 지분 35%를 보유하게 된다. 한미약품이 보유한 스펙트럼 지분 31만8750주는 이번 인수 이후 어셋티오 지분 5만6833주로 전환된다.
어썰티오, 운영비 추가 등 롤베돈 판매 지원 사격 | 어썰티오 로고 (사진=어썰티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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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썰티오는 신경학(neurology), 의료(hospital), 통증·염증(pain and inflammatio)의 세 가지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디지털마케팅 등 개인 맞춤형 비대면 프로모션에 투자하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다. 어썰티오는 라이선싱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성장해왔으며, 모든 치료 분야의 제품에 관심이 있는 업체다. 어썰티오의 시가총액은 25일 기준 2억9900만달러(약 4000억원)로 같은 기간 스펙트럼의 시총(1억8800만달러)에 비해 59% 높다.
어썰티오가 보유하고 있는 주요 의약품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인도신(Indocin)’,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의 구강용해 필름제 ‘심파잔(Sympazan)’, 피하 약물전달 제형 메토트렉세이트 ‘오트렉스업(Otrexup)’ 등이다. 어셋티오는 현재 FDA 허가를 받은 8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롤베돈이 핵심 자산으로 추가되면서 롤베돈 미국 판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어썰티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스펙트럼의 롤베돈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자사의 강점을 살려 디지털 비대면 마케팅을 추가해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스펙트럼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기존 상용화 부서 대부분은 유지하고 약 6000만달러(약 800억원)의 운영비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어썰티오는 합병법인이 시너지 효과를 통해 수익성이 높아지고 영업현금흐름이 두자릿수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댄 페이서트(Dan Peisert) 어썰티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스펙트럼이 독립적인 기반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는 스펙트럼의 상용화 인프라의 대부분을 유지하고 롤베돈 홍보를 지원하기 위해 보완적인 이중 채널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폐 위기 몰렸던 스펙트럼, 든든한 조력자 얻어한때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스펙트럼으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앞서 스펙트럼은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의 효능과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같은해 11월에는 FDA가 포지오티닙 시판허가를 불허하고, 30영업일 연속 주가가 1달러 미만을 유지하면서 나스닥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경고까지 당했다. 이후 스펙트럼은 연구 인력의 75%가량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스펙트럼의 남은 희망은 지난해 9월 FDA 승인 한 달 만에 출시돼 매출을 내기 시작한 롤베돈이었다. 롤베돈은 출시 3개월 만에 1010만달러(약 135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지난해 판매관리비로 3880만달러(약 520억원)를 사용한 탓에 영업손실 7300만달러(약 980억원)를 기록했다. 당시 스펙트럼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 감축한 운영 비용을 롤베돈 판매 등 핵심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로 했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기존 부서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운영비용을 추가 지원받음으로써 스펙트럼으로서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여기에 어썰티오의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판매 채널 다변화는 롤베돈 판매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롤베돈의 미국 판매는 더욱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달부터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가 롤베돈에 대해 영구 상환 J-코드 ‘J1449’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롤베돈이 미국 공공보험 환급 대상 의약품 목록에 등재되면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게 됐다.
한미약품도 이번 피인수로 롤베돈의 판매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약 10~15% 수준의 롤베돈 해외 매출 로열티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은 롤베돈을 더 잘 판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됐다”며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