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항암치료제 개발사 파멥신(208340)이 창업 17년 만에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008년 9월 대전에서 설립된 파멥신은 2018년 11월 코스닥에 입성했으나, 7년 만에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 중 셀리버리에 이어 두 번째 상장폐지 사례다.
 | ‘파멥신 창업자’ 유진산 부사장 (사진=파멥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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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멥신 창업자인 유진산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SNS를 통해 “상장폐지 결정은 충격이 크지만 담대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파멥신은 설립 초창기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항암 항체신약 개발사이다. 2008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벤처펀드로부터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유치했고, 바이오 전문 VC인 오비메드(OrbiMed)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2011년에는 옥스퍼드 바이오사이언스 파트너스와 한화기술금융이 공동 운용한 신성장동력 투자펀드로부터 4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상장폐지 공시 전날인 지난달 26일 유 부사장은 망막질환 세미나 좌장으로 참석해 바이오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회사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유 부사장은 “파멥신을 날로 먹으려던 기업사냥꾼들 때문에 큰 고통을 받았다”며 “블랙리스트를 공유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과거 파멥신 인수를 시도했던 미국 사모펀드 유콘파트너스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콘파트너스는 2023년 6월, 유진산 부사장 측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300억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금 10억원만 지급하고, 잔금 290억원은 납입하지 않았다. 이후 파멥신은 해당 계약을 해제했고, 유 부사장과 이 모 이사는 유콘 측에 140만주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다만 유 부사장이 주식을 반환받더라도 최대주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파멥신의 최대주주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겸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23년 12월 자기자금 85억원을 투자해 지분 13.3%를 확보했고,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지분율 63.7%를 보유하게 됐다.
유콘파트너스와의 계약이 무산된 후 파멥신은 유상증자 대상자를 히어로벤처스 아시아로 바꾸고 이후 최 씨 및 에이치바이오로 변경했지만, 이들 역시 대금을 납입하지 않아 유증은 철회됐다. 잇단 유증 무산으로 공시 번복이 이어졌고, 2023년 기준 공시 불이행 누계 벌점 15점을 초과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최대주주 변경 후 김정규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했던 파멥신은 지난해 8월 휴젤 출신 심주엽 이사가 대표로 신규 선임하면서 경영정상화 기대감을 높였다. 자동차 부품·타이어 판매 등 신사업을 추가하고, 타이어뱅크 자회사인 좋은타이어와 소규모 합병도 단행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에는 실패했다.
결국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파멥신의 상장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이에 파멥신은 다음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정리매매 절차는 일시 보류된 상태다.
유 부사장은 개선계획에 담긴 기술이전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 이번 상폐 결정의 주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기술이전이라는 게 쌍방 조건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싸게 팔면 오히려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파멥신이 좀비 기업으로 여겨져 상폐돼야 한다면 앞으로 많은 K-바이오 기업들이 줄 상폐될 수 있고 결국 K-바이오 생태계 고사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상장폐지 결정에는 핵심 파이프라인인 ‘올린베시맙’의 임상 전면 중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멥신은 2년 전 재발성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지난해에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을 자진 중단했다. 현재는 PMC-403, PMC-309가 임상 1상 중이며, 대부분의 파이프라인은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파멥신은 상장 이후 7년간 한 차례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파멥신의 매출은 상장 첫 해인 2018년 198만원→2019년 0원→2020년 5981만원→2021년 6770만원→2022년 2억원→2023년 7496만원→2024년 3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9억원→101억원→255억원→382억원→233억원→121억원→77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2025년 1분기 기준 결손금은 478억원에 달하며, 자본총계는 477억원으로 자본잠식 위험도 안고 있다.
◇유진산 파멥신 부사장 약력
△1963년 출생
△1996년 괴팅겐대학 미생물학, 유기화학 전공
△1996년~1998년 스탠포드대학교 의과대학 박사후 연구원 과정
△1998년~2001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근무
△2001년~2006년 LG생명과학 항체센터장
△2006년~2009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근무
△2008년~2024년 1월 파멥신 대표이사
△2024년 1월~현재 파멥신 부사장(C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