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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알리서치, 동전주 퇴출 위기?...해외 매출 확대·M&A로 돌파

  • 등록 2026-02-23 오전 8:10:03
  • 수정 2026-02-23 오전 8:10:03
이 기사는 2026년2월23일 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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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국내 토종 1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씨엔알리서치(359090)가 중대한 분기점에 섰다. 겉보기에는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른 이른바 동전주 퇴출 위기에 직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하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거대한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죈다.

실제 씨엔알리서치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49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씨엔알리시처는 연간으로도 역대 최대 수준인 약 597억원(증권사 추정 평균)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 잔고도 약 1500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헬스케어 데이터 전문기업 메디플렉서스 인수와 인도네시아 1위 CRO 이퀼랩과의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했다. 이를 통해 씨엔알리서치는 단순한 임상 대행사를 넘어 데이터 CRO로의 체질 전환을 선언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씨엔알리서치가 처한 위기의 실체와 반전 카드의 의미를 집중 해부한다.

씨엔알리서치 실적 추이 작년 수치는 최대 기준 추정치 (자료=씨엔알리서치, 유화증권)
동전주 퇴출 위기?...매출은 역대 최대, 해외 매출도 증가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난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은 코스닥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퇴출 요건이 신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액면병합이라는 꼼수도 통하지 않게 제도를 정비했다.

씨엔알리서치의 지난 20일 주가는 897원을 기록했다. 기술적 지표만 놓고 보면 동전주 상폐 규정의 사정권에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주가 지속 하락세로 인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증권사 바이오·헬스케어 애널리스트들은 씨엔알리서치의 실제 상장폐지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점치고 있다. 이번 금융당국 정책의 진짜 타깃은 만년 적자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씨엔알리서치의 펀더멘털은 역대급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 매출은 약 590억원대에 달한다. 누적 수주 잔고는 1500억원을 육박한다. 시가총액도 51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강화된 시가총액 상폐 요건(200억원 미만)을 가볍게 웃돌고 있다.

이러한 탄탄한 실적의 배경에는 성공적인 글로벌 현지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과거 자금력이 불안정한 국내 바이오 벤처 위주의 수주에서 벗어나 현금 흐름이 넉넉한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고객사를 재편했다.

해외 진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다국가 임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78억원을 나타냈다. 전체 매출에서 글로벌 과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17%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국내 의료기기와 신약의 까다로운 미국 진출 장벽을 뚫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면제(IDE)와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연이어 이끌어내며 글로벌 레퍼런스(평판)를 확고히 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임상시험수탁기관인 이퀼랩(Equilab)과 긴밀한 협력 및 과제 진행을 위한 조건부 독점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동남아시아 틈새시장 공략에도 닻을 올렸다. 씨엔알리서치는 본업에서 창출되는 강력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오는 7월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IR 강화 등 적극적인 주가 부양 정책을 펼쳐 동전주 리스크를 정면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씨엔알리서치 관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한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써는 주식 병합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메디플렉서스 인수...데이터 기반 CRO 강화 기대

씨엔알리서치는 최근 당면한 주가 부진을 씻어내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씨엔알리서치는 지난달 약 48억원을 투입해 헬스케어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메디플렉서스의 경영권(지분 52.39%)을 전격 인수했다.

2020년 설립된 메디플렉서스는 병원 내 실제 임상 데이터(RWD)와 실사용 근거(RWE)를 활용해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메디플렉서스는 암과 고령 만성질환 분야에서 온톨로지 기반의 국내 최다 레지스트리(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 관계자는 “메디플렉서스 인수는 맞춤형 데이터 기반 임상연구 혁신을 앞당기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양사의 축적된 의료 데이터와 임상 전문성을 결합해 환자 중심의 제품 설계를 실현하고 개발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임상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시된 최신 재무 데이터에 따르면 메디플렉서스의 연 매출은 약 4억원, 당기순손실은 9억원으로 파악된다. 당장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이오·헬스케어업계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전통적 CRO에서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결합한 데이터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M&A)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는 명확하다. 신약 임상시험에서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고 실패 리스크가 높은 단계는 다름 아닌 환자 모집으로 전해진다. 씨엔알리서치는 메디플렉서스가 보유한 방대한 RWD를 활용해 임상 설계 단계부터 실제 환자의 분포와 치료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씨엔알리서치는 대상 환자군을 정확히 예측하고 임상 일정 지연이라는 치명적 리스크를 차단할 예정이다.

씨엔알리서치는 메디플렉서스를 통해 수익 구조의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기존 임상 대행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넘어 △안전성 시그널 탐지 △외부대조군 구축 △시판 후 의약품 가치평가(HEOR) 등 고부가가치 컨설팅 영역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 씨엔알리서치는 제품 기획부터 시판 후 관리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원스톱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미 양사는 지난해 12월 투자양해각서(MOU)를 맺고 공동 프로젝트 매니저(PM)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메디플렉서스가 데이터 세트 설계와 분석을 맡고 씨엔알리서치가 현장 운영을 전담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주도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 사업의 1주관 공동기관으로 선정되며 국가 단위의 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자회사 트라이얼인포매틱스의 의료 영상 판독 AI, 메디데이터 솔루션 등을 적극 활용해 국제 표준(CDISC)에 맞춘 임상 데이터 자동화 프로세스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CRO시장에서 단순 임상 대행 경쟁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명확하다”며 “실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 설계부터 시판 후 관리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향후 글로벌 CRO 시장에서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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