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혈액 소의 모습(사진=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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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툴젠(199800)은 라트바이오와 인공혈액 등 이종이식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교정 소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공혈액용 유전자교정 소 개발은 양사가 2021년 크리스퍼-카스9 기술이전 및 지난해 3월 체결한 공동연구계약의 성과다.
인공혈액용 유전자교정 소는 현재 경상북도 산하 축산기술연구소의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시험축사에서 사육 및 관리되고 있다. 경상북도 축산기술연구소는 동물유전자원보존 개발 및 산학협력연구를 통한 한우 육종·개량 업무, 축산 신기술 개발 및 보급, 우량 종축 생산·공급을 수행하고 있으며, 라트바이오와 첨단생명공학 업무협약에 따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1억1850만 유닛의 혈액이 기증되지만, 글로벌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이며 지역적 불균형이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2019년 The Lancet 보고서에 따르면, 195개의 국가 중 119개의 국가가 혈액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공혈액 기술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임상 진입에 근접하고 있는데, 미국 국방과학연구소(DARPA)는 전시 수혈용 인공혈액 기술개발 프로젝트(Blood Pharming Project)를 통해 인공혈액세포 생산 기술개발 및 원료생산의 단가를 감소시켰고,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팀은 유전자가위로 항원을 제거하여 만능공혈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세포주를 개발한 바 있다.
정부도 2021년 7월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를 통해 헌혈에 의존하는 기존 혈액 공급 체계와 수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바이오기술을 활용한 인공혈액 상용화에 선제적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툴젠과 라트바이오가 개발한 유전자교정 소는 인간 항체가 반응하는 주요 항원들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제거했다. 이와 같은 기술은 이종이식 성공의 걸림돌인 면역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어 향후 인공혈액 등 이종이식 분야에 활용될 수도 있다. 알러지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이 제거된 유전자교정 소의 고기는 알러지 프리 고기로도 이용될 수 있다.
식품 측면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3월 유전자교정 육우(genome-edited beef cattle)에 대해 전통적으로 육종 및 사육된 소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식품으로 이용시 위험성이 낮다고 결정하며 육류 생산에 대해 승인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근육의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마이오스타틴(myostatin)을 유전자가위로 교정한 도미가 2021년 승인을 받은 후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규제가 해소되지 않아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구 라트바이오 대표는 “라트바이오는 2021년 툴젠과 크리스퍼-카스9 기술이전 협약을 맺고 유전자교정 기술을 적용해 한우에서 근육이 강화된 소도 개발한 바 있다”며 “국내 유전자교정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 해소 및 제도 정비도 빠르게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병화 툴젠 대표이사는 “툴젠의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2027년 약 2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인공혈액 시장 뿐만 아니라 이종이식, 치료제 개발, 동식물 육종에 활용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 융합기술”이라며 “향후 제품생산 과정에 있는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사업성과를 가시화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