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자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 수준인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낮추는 것이 개편안 핵심이다. 전통제약사와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업계는 “제약산업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업계는 약가제도 개편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약가 인하가 단순한 재정 절감 수단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네릭 의약품 약가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보전되는 구조인 만큼 제네릭 약가 인하는 곧 제약산업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 시각은 다르다. 제네릭에 투입되던 재정을 합리화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이를 혁신 신약 접근성 강화와 연구개발(R&D) 중심의 산업 구조 전환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약가 인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전체 매출의 약 80%가 제네릭 의약품에서 발생하는 구조에서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제네릭 비중이 높은 전통·중소 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대위는 약가 인하로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매출 감소와 대규모 일자리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상장 제약사와 혁신형 제약기업의 평균 R&D 비중이 각각 12%, 13.4%인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는 곧 연구개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업계 반발을 그대로 산업 보호 논리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약업계가 오늘의 위기를 일정 부분 스스로 키워온 측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약산업에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 R&D로 전환할 것을 주문해 왔다. 2012년 대규모 약가 인하 이후에도 상당수 의약품의 약가는 실질적으로 조정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 혁신 성과를 얼마나 만들어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져도 일정 수준의 매출이 보장되는 제네릭에 의존하며 구조적 변화를 미뤄온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적인 성장 전략 없이 변화를 거부한 채 정책에만 반발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지정해 지원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49개사 가운데 전통 제약사는 25개사에 불과하다. 이들 역시 신약 R&D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대형 제약사들이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알테오젠(196170),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등 매출 대비 R&D 비중이 50%를 넘는 벤처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대규모 기술이전 성과는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종근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바이오벤처 몫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비대위가 제시한 평균 R&D 비중 수치만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 의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제약업계가 제기하는 산업 위축 우려에 “변화하지 않으면 위축이 아니라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약가제도 개편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제약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도 무조건 반대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혁신 생태계로 전환할 것인지 제네릭 의존 구조를 어떻게 탈피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네릭 중심의 과거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업계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와 국민 그리고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변화에 응답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