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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유지' 엑세스바이오, 3000억 현금 활용 M&A 본격 가동
  • 등록 2025-10-01 오전 7:35:34
  • 수정 2025-10-01 오전 9: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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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엑세스바이오(950130)는 국내 진단회사 중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일군 현금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씨젠(096530), 랩지노믹스(084650) 등이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기업인수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엑세스바이오는 어떠한 인수합병도 하지 않았다. 투자손실을 피했지만 한 편으로는 매출 다각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도도 지적된다.

엑세스바이오는 최근 매출 요건 미충족으로 한 달 간 코스닥 주권거래가 정지된 것을 계기 삼아 보유하고 있는 3000억원가량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인수매물을 보다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진단에 국한하지 않고 시너지 낼 매물 살핀다”

30일 엑세스바이오의 지배기업인 팜젠사이언스(004720) 관계자는 “사업양수나 법인 인수합병(M&A)은 꾸준히 대상을 물색했지만 신중을 기하느라 성사되지 못했다”며 “의사결정이 더 과감했더라면 분기 매출이 상장요건에 미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체 반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에는 돌다리도 두들겼다면 이제 보다 열린 마음으로 나설 것”이라며 “진단으로 국한하지 않고 넓은 범주의 헬스케어 영역에서 사업적 시너지를 낼 만한 다양한 회사들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팜젠사이언스가 24.3%(917만 1729주) 지배지분을 가진 미국 소재 진단회사 엑세스바이오는 지난 2분기 별도매출이 3억원을 미달해 거래가 정지됐다. 엑세스바이오의 2분기 별도매출은 13만 달러(약 1억 8000만원) 수준으로, 직전 분기 별도매출 1129만 달러(약 157억원)의 1% 수준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매출 급감의 원인은 그간 회사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매출에만 의존적이었던 점이 지적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공공기관의 코로나19 진단 키트 예산이 삭감되자 매출처가 송두리째 사라졌다는 것이다. 팬데믹(pandemic)에서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된 것도 2년인데 그간 도소매 매출처를 발굴하지 않은 점에서 주주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상장폐지 실질 심사로 이어지지 않고 영업일 30일 만에 거래정지가 해제된 데에는 3분기 중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수준의 별도매출 실현에 성공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보고서는 11월 중순에 예상되지만,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엑세스바이오의 7월~9월 매출은 3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엑세스바이오 콤보키트(사진=엑세스바이오)
공교롭게도 엑세스바이오는 8월 18일 거래 정지 이후 곧바로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코로나19와 독감을 한번에 자가진단하는 ‘콤보키트’의 허가를 받았다. 해당 제품은 12월부터 2월까지 이어지는 계절성 호흡기 감염병 유행기를 앞두고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해당 키트를 중심으로 도소매 유통망을 빠르게 키워나갈 계획이다.

‘똘똘한 인수’ 필수

엑세스바이오의 매출 꼭지점은 2022년이었다. 당해 1조 1120억원이라는 역대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046억원, 순이익은 3761억원을 각각 거뒀다. 엑세스바이오라고 이 같은 현금을 손에 쥔채 투자를 일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업 인수까지는 아니지만 투자조합에 출자했고, 또 100억원 미만 규모로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스틱이노베이션펀드에 20억원, 메이슨 헬스케어 신기술 투자조합 2호에 50억원을 출자했다. 이어 2023년 관계기업 비라이트인베스트먼트에 1323억원을 출자했다. 기업에 직접 투자한 것은 2022년 반도체 기업 GCT세미컨덕터에 61억원, 2023년 진단기업 진캐스트에 60억원, 같은 해 헬스케어 AI 회사 큐라페이션트에 26억원을 단순투자한 건이다.

다수의 국내 진단 기업이 호시절 인수한 기업들에 대해 손상차손을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 엑세스바이오가 현금을 지킨 것은 일부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례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글로벌 진단 유통망 확보 차원에서 미국 메리디언(1조 2961억원 인수)을 포함해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등지 기업을 잇달아 사들였다. 이후 장부금액이 회수가능액을 초과해 2023년에는 430억원, 2024년에는 194억원을 각각 손상인식했다. 랩지노믹스 같은 경우에도 미국향 진단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기업인수에 약 900억원을 투입했지만 아직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2023년 8월 미국 뉴저지 소재 클리아랩인 큐디엑스를 768억원, 2024년 9월 미국 새크라멘토, 오로라, 버클리에 클리아랩을 운영하는 아이엠디을 139억원에 각각 인수했다.

이를 두고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어찌보면 현금을 지키는 것에는 다행이었을 수 있다”며 “적절한 매물을 찾기 위해 미국에서 엑세스바이오가 부단히 미팅을 진행하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재개 당일 엑세스바이오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2.67%(120원) 하락한 438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보유 현금성자산에 못미치는 1652억원이었다. 분기 매출로 3억원도 내지 못했던 것에 주주들의 실망감이 거래재개일 표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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