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신제품 개발은 어느 업계나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말 그대로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특히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제품 개발은 평균 10년가량이 걸린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에 대한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국내 16번째 신약 ‘피라맥스’가 새해 비운(悲運)이라는 수식어를 뗄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풍제약(019170)이 2012년 세상에 내놓은 피라맥스는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차세대 말라리아치료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내비치며, 올해 본격적인 임상 3상이 진행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연내 피라맥스의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신속하게 제품을 내놓을 방침이다.
실제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열린 ‘2022년 시무식’에서 “피라맥스에 기반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비임상 및 임상 2상 결과에서 코로나 환자의 증상 악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올해 최우선 목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를 바탕해 현재 중등증 코로나19 감염증 환자 성인 1420명에게 피라맥스를 투약하는 방식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임상 3상에 신풍제약 재도약의 성패 여부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라맥스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피라맥스의 말라리아치료제로서 존재감은 ‘제로(0)’에 가깝다. 한때 ‘1일 1회 3일 연속 복용으로 삼일열·열대열에 동시 처방 가능한 세계 최초 ACT제제’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신풍제약은 출시 당시 적어도 연간 2억명 분의 피라맥스를 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말라리아치료제 시장의 30% 확보라는 목표도 있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19개국 약 3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99% 이상의 치료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피라맥스의 국내 처방실적은 2016년 59건, 2017년 78건, 2018년 80건, 2019년 3건이었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대부분 기존 약물인 ‘클로로퀸’과 ‘프리마퀸’을 먼저 처방받은 탓이다. 피라맥스는 해외에서도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에 인도적 차원에서 공급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능과 효능이 더 뛰어난 말라리아치료제 ‘타페노킨’ 등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말라리아치료제 시장에서 피라맥스의 설 자리가 더욱 줄고 있다는 뜻이다. 신풍제약이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변신에 사활을 건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풍토병화로 향후 수년간은 이에 대한 치료제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신풍제약이 피라맥스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코로나19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다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신풍제약 연구원이 신약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신풍제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