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연내 기업공개(IPO)를 자신하던 보령바이오파마의 상장 일정이 결국 내년으로 미뤄진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상장은 이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자이자 보령의 3세 경영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의 승계에 있어 핵심단계였다. 일정이 늦춰지더라도 증시가 나아졌을 때 IPO를 진행하는 것이 기업가치평가나 승계 작업 등 여러 방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 (사진=보령홀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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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령바이오파마의 연내 상장 계획이 사실상 보류됐다. 지난 3월 보령바이오파마는 상반기 중 예비심사청구를 마치고 12월까지 IPO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상 예비심사청구부터 상장까지 4~5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IPO 완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보령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지난 6월 상장예심청구를 하려고 했으나 무리하게 추진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있어 당시 예심청구를 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올해 IPO는 어렵다”고 했다.
자금조달 차원에서 IPO가 급한 것은 아니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지난 3개년간 매출 및 영업이익은 △2021년 매출 1391억원, 영업이익 206억원 △2020년 매출 1078억원, 영업이익 113억원 △2019년 매출 990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이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9%, 82%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0년 투자 후 약 42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41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450억원이다.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추후 투자를 늘려 백신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IPO를 결정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다만 보령바이오파마의 IPO 일정이 늦춰짐에 따라 보령의 승계 일정도 함께 연기됐다.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69.3%의 보령파트너스다. 보령파트너스는 김정균 대표와 특수관계자가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데 사실상 김 대표가 보령바이오파마의 실질적인 소유자인 셈이다.
김 대표가 보령홀딩스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려면 현금이 필요한데 보령바이오파마의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을 단행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를 비롯한 보령파트너스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므로 김 대표의 지분 승계가 수월해질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그룹 지주사인 보령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어 지분 승계만 이뤄지면 승계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된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 위축으로 예비 상장기업이 구주매출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신주만 모집하는 추세가 된 것은 걸림돌이 됐다. 이 때문에 당장 IPO가 급하지 않은 보령바이오파마로서는 증시가 좋아진 후 IPO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물론 상장할 주식시장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보령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연내 상장예심청구를 할지, 아예 상장예심청구 자체가 내년으로 미뤄질지, 유가증권시증(코스피)에 상장할지, 코스닥에 상장할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상장 조건 등 상장예심청구를 위한 제반준비는 마쳤지만 세부사항은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보령바이오파마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정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IPO를 앞두고 유통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5000원이었던 주식을 10분의 1로 액면분할하고 100% 무상증자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