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삼천당제약(000250)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바인딩 텀싯(Binding Term Sheet) 체결 공시를 하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공시는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텀싯에 대한 내용이다.
| 28일 삼천당제약 공시. (자료=금감원) |
|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지난 28일 장 마감 이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SCD411) 바인딩 텀싯’에 대한 내용을 공시했다. 계약상대방은 비공개, 체결일은 27일이다. 계약금 및 마일스톤 5000만 유로(약 690억원), 판매지역 유럽 15개국, 10년간 순매출의 50%를 수령하는 계약이다. 본 계약 체결 예상 시기는 2023년 2월이다.
사상 처음 등장한 텀싯 공시 배경은 우선 업계에서는 텀싯 단계의 공시가 사상 처음 나온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텀싯은 투자 진행에서 가장 처음 작성되는 서류다. 즉 계약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다. 통상적인 바이오회사의 기술수출 공시는 공급 계약 체결을 완료한 후 공시가 이뤄진다.
지난 7월 26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HD204(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대한 라이선스 및 공급 계약 체결’ 공시, 지난해 11월 4일 한미약품의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 항암신약 ‘HM43239’ 기술이전 계약 체결’ 공시가 대표 사례다. 두 회사 모두 본 계약 체결 당일 공시가 이뤄졌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삼천당제약은 본 계약 체결 전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받더라도 위약금조차 못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모든 계약은 해지가 가능하기에 해지조건이 들어가 있다”며 “계약 상대방의 일방적인 해지에 대한 위약금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삼천당제약은 바인딩 텀싯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측은 “바인딩 텀싯은 텀싯과 다르게 기재된 사항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면서 “현재로서 엎어질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공시에서 아직 선급금이 불명확한 점도 주목된다. 삼천당제약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규모 5000만 유로(약 690억원) 중에서 선급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나오지 않았다. 기술수출에서 선급금은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반환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올해 총 계약금액 500억원 이상 기준으로 바이오 기술수출 7건을 분석한 결과 선급금 비율이 0.36~24%로 천차만별이다. 이 수치로 삼천당제약 선급금을 추정해보면 1억4000만~165억원이다. 다만 선급금 역시 내년 2월 본 계약 체결이 완료돼야만 받을 수 있다.
삼바·셀트 이외 성공 사례 없는 EMA 승인일각에서는 삼천당제약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CD411의 임상 3상을 완료하지 않은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SCD411 임상 3상은 2020년 9월 첫 환자 투약을 시작으로 미국 및 일본 등 15개국 황반변성 환자 5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내년 초 SCD411 임상 3상 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삼천당제약의 최근 1년 6개월 동안 풍몬 또는 해명에 대한 공시. (자료=금감원) |
|
합성의약품과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모든 제조 과정을 까다롭게 평가한다. 살아있는 세포와 유전자 등이 아주 작은 차이로 의약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허가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바이오의약품 허가를 받은 국내 회사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곳밖에 없는 점만 봐도 높은 허들을 체감할 수 있다.
국내 세 번째 품목허가를 받을 유력 회사로 기대를 모았던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역시 EMA 최종 심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해외 파트너사의 현지 실사부터 EMA 임상 3상 데이터, EU-GMP 인증 획득까지 완벽했다. 하지만 임상배치와 상용화배치 간 동등성 분석 기준에 대해 EMA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다른 견해를 보이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 결국 심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개발 초기부터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전문가를 영입함과 동시에 독일의 전문 컨설팅 업체를 통해 서류를 함께 준비해왔다”며 “다년간 유럽, 미국, 일본 보건 당국과 사전 전문가 미팅을 통해 비임상, 임상, CMC(Quality) 부분의 데이터와 서류를 검토 받아 통과할 만큼 승인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해외 파트너들의 사전 현지 실사를 이미 통과했으며, EMA 접수전에 유럽 파트너가 등록 서류 사전 검토 및 사전 실사를 실시해 함께 인허가 승인에 대비하는 조건이 계약에 포함돼 있어 리스크가 없다”며 “지난 2015년 이후로 유럽 식약처 실사를 5회 받아서 모두 통과할 만큼 EU-GMP실사 및 서류 준비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 측은 이번 공시와 관련해 “삼천당제약이 기관투자자와 바이오 애널리스트 등에 텀싯에 대해 빨리 홍보하고 싶어했다”며 “따로 IR을 다니면서 알리게 되면 정보의 선별 제공이라고 보고, 공시 대상으로 받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0일 이내에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불성실공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회사 측에도 통보했다”고 했다.
한편 삼천당제약은 1년 반 동안 17개의 풍문 또는 해명에 대한 공시를 반복해왔다. 특히 2020년 12월에는 먹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도출해 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5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순식간에 치솟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3000억원 투자를 협의하고 있다는 IR과 PR을 남발하다가 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9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협의를 중단한다고 공시하면서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