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도 국가 간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속속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신약 개발 등 글로벌 기업 간 협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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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 유력 언론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에서 주로 하거나 중국에서만 진행된 임상이 제대로 됐는지 확신할 수 없고 또 미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 미국 규제 당국의 인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신약품 개발을 위한 임상을 중국에서 진행 중인 제약사들의 제품이 미국 내 승인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WSJ은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한 의약품을 미국에서 판매할 계획이었던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라이릴리는 중국 제약사와 함께 현지에서 개발한 폐암 치료제를 올해 미국에 도입해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앞서 일라이릴리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은 규제가 적고, 비용이 낮은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확대해온 바 있다. WSJ은 엄격해진 FDA의 기준이 미국과 중국 간 새로운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일본도 의약품 등에 대한 비공개 특허를 누설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 현지 유력 언론사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법의 원안에는 첨단기술을 유출하는 연구자를 2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구상이 담겼다.
특히 의약품·반도체·희소 자원 등 중요 물자의 공급망 관련 보고서나 자료를 정부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면 30만엔(약 31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도 분업화돼 협력의 문이 닫히면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사들도 중국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