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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케토톱 생산라인에 ‘AI 눈’ 등장…진화하는 한독 음성공장

  • 등록 2026-09-03 오전 6:00:09
  • 수정 2026-09-03 오전 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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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연 한독 생산지원실 실장이 지난달 31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한독 음성 생산공장에서 장비를 디지털 데이터로 연동한 화면에서 고형제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민지 기자)
서의연 한독 생산지원실 실장이 지난달 31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한독 음성 생산공장에서 장비를 디지털 데이터로 연동한 화면에서 고형제 생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민지 기자)
[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공장이 돌아가면 디지털 트윈 속 공장도 똑같이 움직입니다.”

지난달 31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 한독(002390) 생산공장. 서의연 한독 생산지원실 실장이 설명과 함께 띄운 화면에는 대표 제품 ‘케토톱’을 생산하는 플라스타 공장이 입체적인 가상공간으로 펼쳐져 있었다. 층별로 설치된 각종 설비부터 제품 숙성실까지 실제 공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구현됐다. 화면 한쪽에는 설비의 가동 속도나 건조기 온도 등 공정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설비에 이상이 생기거나 사전에 설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경고 알람도 발생한다.

한독은 지난해 자율형공장 구축 지원사업을 통해 케토톱 플라스타 공장에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자율제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가상공간 안에서 생산공장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고, 빠르게 관리·통제하기 위해서다. 향후에는 공정 조건을 가상으로 시험하고 AI가 최적의 생산 조건을 제안하는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가상공장과 함께 움직이는 케토톱 생산라인

한독 음성공장은 1995년 서울에서 이전해 문을 연 지 30년이 넘은 생산시설이다. 비교적 오래된 공장이지만, 현장 곳곳에는 센서와 전산시스템, 로봇, 태양광 설비가 더해지며 데이터와 AI 기반의 최첨단 시설로 단계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었다.

기존 설비를 모두 철거하고 공장을 새로 짓는 대신, 시설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생산·품질·에너지 관리 체계를 디지털 방식으로 고도화한 것이다. 현장에서 한독 관계자는 이를 “한옥의 외형은 유지하면서 내부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플라스타 생산라인에서는 3층에서 혼합돼 제조된 코팅액이 코팅기로 내려오고, 롤 형태의 원단이 분당 약 13m 속도로 이동하며 코팅과 건조 과정을 거쳤다. 이후 서로 다른 두 코팅층을 합친 뒤 정해진 크기로 절단하고, 파우치와 상자에 넣는 포장공정으로 넘어간다.

칭량과 혼합, 코팅, 숙성, 커팅, 파우칭, 카토닝, 완제포장 순으로 이어지는 기본 생산공정은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검사 단계 일부에는 AI 기술이 접목됐다. 포장라인 일부에 설치된 AI 머신 비전 카메라는 제품을 촬영한 뒤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판별한다.

서 실장은 “도입 초기에는 정상 제품을 불량으로 판단하는 ‘과검’ 사례가 있었지만, 정상·불량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며 검사 정확도를 높였다”며 “AI 머신비전 검사기 도입 이후 과검이 줄어들면서 기존 포장 공정의 수율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검사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정상 제품의 불필요한 제외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5년간 데이터 기반 닦아…AI 공장은 ‘현재 진행형’

물론 한독 음성공장은 AI가 생산 전 과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완전 자율형 공장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에 있다. 플라스타 공장의 디지털 트윈은 현재 공정 모니터링 성격이 강하고, AI 자율제어와 품질 예측 등 상당수 기능은 구축 또는 실증 단계에 있다. 이는 단순 기술적 한계 때문은 아니다. 제약·바이오 업계 특성상 제품 품질과 환자 안전에 직결돼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한독은 AI를 제조공정에 적용하려면 결과의 신뢰성을 입증하고 판단 근거를 문서화해야 하는 등 일반 제조업보다 주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서 실장은 “제약·바이오는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AI를 직접 제조에 적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며 “AI가 공정 최적화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이를 적용할지는 사람이 위험성을 평가하고 근거 문서를 작성한 뒤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처럼 결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명확하게 검증하기 어려운 기술은 의약품 제조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한독도 머신러닝 등 검증 가능한 기술을 중심으로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내리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한독이 선제적으로 시작한 작업은 데이터 표준화다. 한독은 2019년부터 생산설비와 각종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형식과 기준을 통일하고, 이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왔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1997년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한 이후 제조실행시스템(MES),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작업장환경관리시스템(BMS), 의약품품질시스템(QMS) 등도 이 과정에서 연결했다.

서 실장은 “표준화된 데이터가 없으면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없고, 학습하더라도 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표준화하는 데만 5~6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챗 GPT)
(그래픽=챗 GPT)
그 결과 한독은 최근 2년간 스마트 생태공장과 자율형공장, 로봇 활용 제조혁신, 수출 유망 의약품 제조 선진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등 5개 정부 사업에 선정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국비는 총 59억8300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앞으로 구축할 설비와 시스템에 투입된다. 한독은 고형제 2차 포장공정에 생산·품질·물류·설비 예지보전·에너지·안전관리 등 6개 전문 AI 에이전트와 이를 총괄하는 AI 슈퍼바이저를 도입할 계획이다. 자율이동로봇(AMR)과 자동 적재 로봇, 화재·충돌·작업자 접근을 감지하는 지능형 CCTV도 설치할 예정이다.

자동화의 목적은 인력 감축보다 인력 재배치에 가깝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복 업무는 자동화하고, 기존 인력은 생산량이 늘어나는 다른 공정이나 운영·의사결정 업무 등 보다 고도화된 업무에 재배치한다는 구상이다.

AI 전환 종착지는 ‘글로벌 CMO’

한독이 제조혁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위탁생산(CMO) 사업 확대가 있다.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생산·품질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안정적인 공급 역량을 갖춰 글로벌 제약사의 까다로운 수탁생산 기준을 충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해 한독의 CMO 매출은 약 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전체 고형제 생산량 가운데 CMO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40%에 달한다.

통상 글로벌 제약사 제품을 들여와 생산하기까지는 통상 2~3년,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린다. 품질 체계와 생산능력, 원가 경쟁력뿐 아니라 데이터 완전성과 설비에 대한 GMP 규정 준수 여부까지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얀센 제품 역시 국내 생산시설을 폐쇄한 뒤 한독 공장으로 이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 한독은 제조·품질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고도화해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고 신규 CMO 수주 기반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서 실장은 “CMO 요청이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으며 현재 공장 생산능력에는 약 20%의 여유가 있다”며 “공장 내 여유 부지를 활용하면 현재보다 생산능력을 두 배가량 늘릴 수 있어 단계적인 확장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친환경 설비와 환경관리 체계도 생산공정의 디지털 전환과 같은 방향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실제 음성공장 건물 지붕과 주차장, 운동장 스탠드에는 총 2MW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었다. 이를 통해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약 16%를 태양광 발전으로 자체 충당하고 있다.

환경 관련 데이터도 실시간 관리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오대환 한독 환경안전지원팀 차장은 “과거에는 폐수 방류량을 직접 손으로 기록했지만, 스마트 생태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계측 데이터를 전산화하면서 이제는 하루에 몇 톤이 방류되는지 컴퓨터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력과 용수 사용량, 태양광 발전량 역시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향후에는 AI 에너지 에이전트가 제품과 생산라인별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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