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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그룹 승계 시계 ‘째깍’...후계자 차원태로 구심점 이동
  • 등록 2025-12-03 오전 8:40:02
  • 수정 2025-12-03 오전 8:40:02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차 그룹이 카카오헬스케어 최대지분을 확보해 의료 인공지능(AI) 사업에 뛰어드는 구조는 독특하게 설계됐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취득 법인을 차케어스와 차에이아이헬스케어(옛 제이준코스메틱)로 구상한 배경에는 차 그룹 후계자인 차원태 부회장의 승계를 가속화 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헬스케어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마침 차 부회장이 지난 9월 그룹 부회장 겸 그룹 지주사격 차바이오텍의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새롭게 이름을 올려 그룹 승계 구도를 가시화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차원태 차 그룹 부회장(사진=차바이오텍)
카카오, ‘아픈 손가락’ 부담 덜었다

지난 2022년 카카오가 의료 AI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카카오헬스케어가 최근 차 그룹으로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알렸다. 지난 19일 공시한 1000억원 규모 신주발행 유상증자와 더불어 기발행 구주거래가 동반된 딜이다.

카카오가 100% 지배하던 카카오헬스케어는 내년 1분기까지 일련의 주식거래를 통해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 43.08% △카카오 29.99% △IMM인베스트먼트 26.93%로 주주구성이 변경된다.

구주와 신주를 섞은 이번 거래는 카카오의 경영권을 차 그룹에 넘기는 동시에 카카오헬스케어에 현금을 유입시키기 위해 고심한 구조로 풀이된다. 단순히 구주거래로 끝나면 현금은 모두 카카오에 전달되고 끝난다. 반대로 온전히 신주발행으로 과반의 경영권을 가져오려면 차 그룹 입장에서 최소 890억원가량의 현금을 투입해야할 것으로 계산된다.

이번 설계된 거래구조는 이렇다. 먼저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가 카카오의 카카오헬스케어 구주를 700억원에 산다. 카카오는 이 700억원 중 300억원을 차바이오텍의 신주발행 유상증자에 투입하고 나머지 400억원은 카카오헬스케어의 신주발행 유상증자에 재투입한다. 카카오는 이번 거래로 가져가는 현금은 없으며 차바이오텍 지분 3%와 카카오헬스케어 지분 30%를 가지게 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차AI헬스케어로부터 100억원, 카카오로부터 4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0억원을 납입받아 총 1000억원의 현금을 운영자금으로 확보한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신주발행가로 4713원을 책정해 카카오헬스케어의 투자전 기업가치는 856억원으로 인정했다.

카카오가 카카오헬스케어에 투입한 자금은 이번 유증까지 합해 누적 2200억원에 달한다. 앞서 180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키워왔지만 훨씬 저렴한 밸류에 딜을 짰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돈 먹는 하마’와 다를 바 없던 카카오헬스케어를 함께 키워갈 전략적 파트너사를 확보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최대한으로 인정받아 매각하는 것은 아니기에 밸류는 낮더라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매각 딜은 단순히 카카오가 헬스케어 사업을 접는게 아니다. 헬스케어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 하에서 차 그룹과 함께 양 사가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지분매각으로 얻는 현금 모두를 카카오헬스케어와 차바이오텍에 재투입하는 것이니 카카오가 헬스케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번 구주거래로 얻는 700억원을 고스란히 차바이오텍과 카카오헬스케어에 재투자하지만 앞으로의 자금 투입 부담에서 벗어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금번 확보한 1000억원의 현금으로 손익분기점(BEP) 달성까지 운영하는게 목표로 알려졌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IMM인베스트먼트, 카카오헬스케어 첫 FI 투자자된 배경

이번 카카오헬스케어에 카카오가 400억원을 투입하는 것에는 제 3자의 500억원 규모 투자가 전제조건으로 붙었다. 이 제3자는 바로 IMM인베스트먼트다. 이번 카카오헬스케어의 1000억원 유상증자 중 절반인 500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그간 재무적투자자(FI)가 전무했다.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번번히 외부 자금조달은 이루지 못했고 모회사 카카오가 전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벤처캐피탈(VC) 중에서도 대형 하우스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헬스케어의 첫번째 FI가 된 배경에는 차 그룹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IMM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차 그룹과의 인연으로 해당 딜을 검토했다. 카카오헬스케어와 차 그룹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카카오헬스케어처럼) 국내에서 의료데이터를 잘 수집할 수 있는 회사가 없다고 본다. 유통매출이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놓은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FI 투자를 받기 시작했으니 카카오헬스케어도 상장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우선주 형태로 투자하며 풋옵션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준코스메틱, 한달새 차 그룹 유력 계열사로 둔갑

한편 이번 카카오헬스케어 딜에 주요한 차 그룹 계열사로 등장한 차AI헬스케어는 불과 10월까지만 해도 화장품 및 마스크팩으로 연매출 130억원을 내던 코스피 상장사 제이준코스메틱이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지난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송종국 차케어스 대표, 김석진 차바이오에프엔씨 대표, 윤경욱 차헬스케어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윤경욱 차헬스케어 대표(전 차바이오텍 CFO, COO)가 제이준코스메틱 신규대표로 부임했다.

당초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는 메타엑스1호조합으로 △KUNG DAVID △안민호 △스톤브릿지 △제이엔코스메틱 △에스오디랩이 조합원이었다. 제이엔코스메틱이 60.99%, 스톤브릿지가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했다. 메타엑스1호조합의 최대주주인 제이엔코스메틱은 영문뉴스 서비스인 코리아포스트(The Korea Post)의 100% 자회사이자 코리아포스트 발행인 김진이 씨가 대표를 겸했다.

이들은 이달 17일 111억원에 조합원 지위를 차케어스 등에 넘겼다. 차케어스가 메타엑스1호조합의 89.04%를 보유한 신규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이 외 윤경욱 대표 0.48%, 에이아이헬스케어투자목적 투자조합 2.25%, 전태환 0.73%, 브이씨디네트웍스 7.50%가 메타엑스1호조합 조합원이 됐다.

차케어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6.49%를 가진 차바이오텍으로 전해진다. 차바이오텍의 1대주주인 케이에이치그린의 지분 40.1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차원태 부회장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배구조는 ‘차원태→케이에이치그린→차바이오텍→차케어스→메타엑스1호조합→차AI헬스케어(제이준코스메틱)’로 이어진다.

차AI헬스케어가 된 제이준코스메틱은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정관상 사업목적에 각종 의료사업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 ‘그룹 내 토탈 라이프케어 플랫폼 역할을 위한 포괄적인 사업역할 추가’라고 밝혔다. 코스피 상장 화장품 회사가 한순간에 차 그룹의 ‘토탈 플랫폼’ 회사로 분했다.

차 그룹 주요 관계사들의 현금성 자산을 살펴보면 차바이오텍의 9월말 현금성자산은 1297억원, 비상장 법인 차케어스의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상 확인되는 현금성자산은 47억원, 차AI헬스케어(옛 제이준코스메틱)의 9월말 현금성자산은 51억원을 기록했다.

차AI헬스케어는 카카오헬스케어 구주 250억원어치와 신주 100억원어치를 인수하는 데에 총 35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구주와 신주 모두 주당가 4713원에 거래하며 신주 양수예정일은 12월 23일로 알려졌다. 보유한 현금이 이에 못미쳤던 만큼 26일 메타엑스1호조합 대상 신주발행 유상증자로 3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차케어스의 경우 구주거래에만 450억원을 들이며 카카오가 차바이오텍에 전하는 300억원을 출자받아 활용할 계획이나 여전히 100억원 남짓의 괴리가 있어 의문부호가 제기된다.

차그룹 관계자는 “카카오와의 지분 교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 가능한 시점에 공식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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