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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국산 진단기기 개발 및 생산으로 이름을 떨친 바이오니아(064550)를 더 이상 진단 회사라고 불러야할지는 의문이다. 회사의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2000억원 분기점을 넘은 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출 구성 품목의 내용은 변했다. 현재 바이오니아의 매출 90% 이상은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제품 및 상품에서 발생한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대화에서 “대한민국에서 (당사만큼) 폭넓은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 유산균 뿐만 아니라 탈모 제품의 기대가치도 크다”며 “진단 영역에서는 공공보건 프로젝트 참여확대에 힘쓰고 있으며 항암제 개발 글로벌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 |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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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도 변함없는 매출, 그 배경은 ‘유산균’ 진단기기에 들어가는 시약, 그리고 진단 분석장비를 자체 개발해 취급하는 바이오니아는 지난 2019년 362억원이던 매출이 2020년 2069억원으로 5.7배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오니아 핵산추출장비와 분자진단 검사 장비가 세계시장에 보급된 것이 주효했다. 영업손실로 85억원을 기록하던 회사는 곧장 영업이익 105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바이오니아는 이후 2000억원 아래로 연매출이 떨어진 일이 없다. 작년에는 2939억원의 매출을 보여 감염병 기간이 소강된 엔데믹에도 매출이 지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는 진단시약이 아닌 프로바이오틱스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 주목된다.
바이오니아는 올 반기 연결매출 1621억원 가운데 93%인 1512억원이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발생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사업 주체는 바이오니아가 지난 2017년 설립해 81% 지분을 보유한 에이스바이옴이다. 연결기업을 제외한 바이오니아의 별도매출은 181억원에 그쳤다.
에이스바이옴의 주력제품은 ‘비에날씬’이라는 제품명으로 불리는 체지방감소 유산균 ‘BNR17’이다. 온라인 몰에서 3개월분이 20만원, 6개월분이 40만원에 각각 팔리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회장은 진단 본업보다 프로바이오틱스 매출이 더 커진 것에 대해 묻는 이데일리에 “비에날씬은 누적 매출로 1조원을 넘긴 효자 품목이다. 나아가 전세계 국가에 특허등록한 RNAi 탈모 화장품 코스메르나가 비에날씬 보다도 더 기대 품목”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진단 매출은 글로벌 공공 보건 프로젝트 참여로 지속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에이즈 약값보다 진단값이 더 비싸다. 로슈 등 일부 대형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가져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니아는 공공보건 기금인 ‘글로벌펀드’(The Global Fund)에 자체장비와 시약 공급업체로 등록된 곳이다. HIV/에이즈 외에도 결핵, HPV 등 다양한 키트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박 회장은“에이즈환자는 6개월에 한번씩 혈중바이러스 숫자를 체크해야 한다. 약이 잘 듣는지 확인해 내성이 생겼으면 약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펀드에 에이즈 바이러스 측정 PCR장비와 키트를 등록한 회사는 전세계에 로슈, 에보트, 홀로직, 바이오니아 4개 회사이며 아시아 회사론 당사가 유일하다”며 “이 제품들 중에서 상온에서 안정하면서도 동등한 성능을 내는 제품은 바이오니아가 유일하다. 아프리카 다양한 지역에 상온배송이 가능해 저개발국의 에이즈환자 관리에 최적의 제품이라 글로벌펀드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증폭(PCR) 기술 토대로 1992년 창업 바이오니아는 1992년 박 회장이 ‘한국생공’으로 창업했다. 박 회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 학사, KAIST 화학과 석사와 박사를 졸업했다. 이후 생명공학연구소 분자세포생물학연구부 연구원을 지내다가 한국생명원 연구원 창업 1호로 회사를 세웠다. 박 회장은 바이오니아 지분 13.7%(353만 699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한국체외진단의료기기협회 부회장 등을 지내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유전자증폭(PCR) 기술로 출발했다. 전국 대학에 PCR 관련 제품을 보급시켰고 1995년 국내 최초로 유전자증폭(PCR) 키트를 자체 발명했다. 이어 1997년 DNA 합성 관련 화학품을 개발했고 2001년에는 올리고 384개를 동시 합성하는 기술을 전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세계 최대의 올리고 공장을 세웠다. 월드컵에 앞서 2002년에는 바이오 테러에 대비하는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장비를 아시아 최초로 개발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주요 감염병이 돌 때 마다 전국적인 진단에 앞장섰다.
글로벌 협력사례도 꾸준히 쌓았다. 지난 2003년 중국에서 호흡기감염병 ‘SARS’가 발생했을때 중국질병관리본부에 PCR 장비와 키트를 기증했고 에볼라가 발생한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현지 정부와 함께 진단키트 개발을 보조했다. 2016년에 지카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에는 지카, 뎅기, 치쿤구니아 세 가지를 동시진단하는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보건기구(WHO) 인증을 받았다.
비록 회사의 진단 매출은 유산균 매출 대비 작지만 꾸준히 기술적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2018년 아시아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HIV, HBV, HCV 세 가지를 동시진단하는 ‘바이럴로드’ 제품의 유럽인증을 받았다. 이어 2019년부터는 글로벌펀드에 진단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박 회장은 “당사의 핵심 특허는 아주 극밀하게 RNA와 DNA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상온에서 안정한 PCR 프리믹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오니아는 신약개발 방면에서 섬유증, 고형암 등에 대한 RNA치료제로 10년 전 유한양행(000100)과 체결한 기술이전(L/O) 계약이 있다. 유한양행이 3종의 약물표적저해제에 대한 전세계 독점 권리를 가지고 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유한양행과는 완전히 끝났다. 오는 11월 3일~5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바이오유럽(BIO EUROPE) 행사에 참가해 파트너사를 적극 물색하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