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신라젠(215600)은 최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경영진을 전면 교체했다. 신규 최대주주인 엠투엔이 선임한 사내외 이사진으로 경영진을 구성했다. 이전 최대주주의 배임 혐의로 지난해 5월 거래정지가 시작된 신라젠이 거래재개를 위한 ‘큰 산’을 넘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에 요구한 자본금 확충 및 최대주주 변경은 이미 지난 7월15일 엠투엔이 신주인수대금 600억원을 납부하면서 해소된 상태다. 신라젠은 이번 경영진 전면 교체로 한국거래소와 거래 재개를 위한 시점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 신라젠 여의도 사옥.(사진=신라젠) |
|
파이프라인 확충, 신사업 인수로 기업 가치 증명19일 신라젠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원활한 논의를 거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계속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당초 펙사벡에만 의존했던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라젠은 신규 파이프라인을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신규 물질 선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관계자는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펙사벡 외에도 특허 출원 중인 SJ-600을 비롯, 연내 신규 항암물질을 추가로 2~3개 도입해 연구 기업으로서의 계속성을 확보할 것”라고 설명했다. 신규 물질에 대한 선별 작업은 신라젠의 관계사인 미국 바이오기업 그린파이어바이오(GreenFireBio)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라젠 신규 경영진 구성에 그린파이어바이오 최고경영자(CDEO) 아짓 길(Ajit Gill)과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산지브 문시(Sanjeev Munshi)가 합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라젠은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수익성을 보장하는 신사업 인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라젠은 엠투엔의 600억원 투입 외에도 이달 말 4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수혈될 예정으로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충분히 마련한 상태다. 신사업에 대한 작업은 기업심사위원회 이전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는 수익 사업 인수까지 가시화되면 거래재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술 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이 가지는 매출에 대한 압박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어서다.
머지 않은 거래재개…신라젠 주주 수혜 예상신라젠의 개선 기간 기한이 11월 말인 만큼 신규 경영진과 한국거래소는 10월까지 지속적인 실무 협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개선 기간이 부여된 기업의 경우 기간 종료 시까지 한국거래소 실무진 선에서 수차례 조율 과정을 거친다. 신라젠은 거래 개재를 위해 명확한 계획을 담은 이행내역서를 기업심사위원회에 보고할 필요가 있다. 이행내역서에는 자본금 확충, 최대주주 및 경영진 교체, 파이프라인 및 수익성 확보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행내역서 최종본이 한국거래소에 접수되면 약 4주 뒤 기업심사위원회가 개최되고 거래재개 여부가 판가름 난다.
신라젠이 거래가 재개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투자자들이다. 약 16만5000명의 신라젠 투자자들은 1년 동안의 거래 정지로 재산권 행사에 제동이 걸렸다. 신라젠이 거래가 재개되고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수익사업 인수, 글로벌 베테랑 인력 수혈 등 호재들이 긍정적으로 반영된다면 주주들은 거래중지로 인한 피해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 최대 주주 엠투엔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엠투엔의 입장에서는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한 신라젠이 거래가 재개된다면, 신라젠의 보유 주식 가치에 따라 자산 규모가 상승할 수도 있기에 자본시장에서는 성공한 투자로 인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