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안티에이징(항노화) 산업이 특수를 맞고 있다.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하는 개념으로, 생활의 질을 향상시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다. 과거 단순히 화장품 등 일부 분야에만 국한됐던 개념이 의약품, 의료기기까지 확장되면서 하나의 거대 산업화를 이루고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기능성 화장품 분야를 포함한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은 2022년 1조9674억 달러(약 2723조원)에서 2029년 2조8062억 달러(약 3885조원)로 반도체 시장(5330억 달러)보다 훨씬 크고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그만큼 블루오션 시장으로서 국내 기업에도 글로벌 도약의 기회가 있고, 한국이 확고한 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안티에이징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팜이데일리는 안티에이징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이 유력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성공 전략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주][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우리나라 국민 기대수명은 83.6세로 이들 중 38.1%는 암에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녀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남자는 39.1%, 여자는 36.0%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도 이와 비슷하다. ‘Cancer Statistics’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3년 기준 남자 40.2%, 여자 38.5%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중 26%를 차지했다. 이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자살 등 사망 원인 2위부터 5위까지 사망률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폐암은 발생 빈도가 모든 암 중에서 2~3위일 정도로 흔하다. 사망률도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한국인 암 사망 원인 중 폐암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암 사망자 10명 중 2명 이상(22.3%)은 폐암으로 사망했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폐암을 조기 진단받는 환자가 5명 중 1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질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기 때문이다. 재발이 잦은 것도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폐암은 나이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체내 세포에 발생하는 손상이 축적돼 정상 세포가 손상된 이후 암으로 변이될 확률이 높아지며, 폐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 등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 등 병리조직학적 기준에 따라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소세포폐암 환자는 전체 폐암 환자의 15~20%를 차지한다. 나머지 80~85% 가량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소세포폐암은 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전신으로 전이돼 악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예후가 좋지 않으며 표준 치료제 이후 선택에 한계가 있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다.
비소세포폐암은 암 세포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비소세포폐암에서는 세포의 생존과 분열 관련 신호 전달 단백질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다수 관찰된다. 이 경우 EGFR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를 투여해 치료한다.
| 국내 폐암 치료제 개발 현황.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4세대 EGFR TKI 개발 활발과거 가장 기본적인 폐암 치료 옵션으로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 세포 외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탈모, 구토, 백혈구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사용이 점차 줄고 있다.
이후 다양한 연구에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폐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전자 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약 50% 빈도로 EGFR 돌연변이가 확인된다.
이에 EGFR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2003년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1세대 EGFR TKI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가 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어 베링거인겔하임과 화이자가 각각 2세대 EGFR TKI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과 ‘비짐프로’(다코미티닙)을 개발했다.
하지만 1세대와 2세대 EGFR TKI의 경우 EGFR 돌연변이 중 소수의 변이에만 효과를 보였고 T790M 돌연변이에 대한 내성으로 인해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이 3세대 치료제로 개발됐다.
3세대 EGFR TKI는 T790M 돌연변이 등 다양한 돌연변이까지 억제가 가능해 더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실제로 최근 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유한양행 ‘렉라자’의 경우 EGFR 돌연변이 형태인 EGFR T790M, 엑손(EXON) 19 결실, L858R 돌연변이 등에 반응해 암세포 증식과 생존을 차단한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렉라자 뒤를 이어 4세대 EGFR TKI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4세대 치료제는 3세대 치료제 내성인 C797S 변이 등을 타깃으로 한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EGFR변이를 보이는 비소세소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타그리소가 처방되고 있다. 내성으로 C797S 변이가 발생하는 경우 효과가 감소해 차세대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다.
먼저, 보로노이는 4세대 EGFR TKI 치료제 ‘VRN11’의 임상 1상을, 제이인츠바이오는 ‘JIN-A02’ 임상 1·2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미국과 한국에서 ‘BBT-207’ 임상 1·2상을 승인받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HK이노엔은 비소세포폐암 L858R 변이를 타깃 하는 4세대 표적항암 치료제 ‘IN-119873’를 개발 중이다. 아직 전임상 단계이지만 세포 기반 약물효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 물질은 L858R 변이를 포함한 주요 약물 저항성 EGFR 내성변이(T790M 및 C797S 이중변이 또는 삼중변이)에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에이비온은 c-MET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 ‘바바메킵’(ABN401)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효능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 경쟁약물 대비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이면서 경쟁력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규모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이 중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치료제 시장규모는 약 5조원이다.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약 10%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다수의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소세포폐암 만큼 개발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소세포폐암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 위주로 치료제 개발이 이어지는 중이다. 암젠 ‘임델트라’(성분명 탈라타맙-들레)가 올해 5월 FDA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에스티큐브가 확장기 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올해 2월 ‘넬마스토바트’ 화학항암제 병용요법 임상 1b·2상을 시작했다. 보령은 스페인 제약사로부터 소세포폐암 치료제 ‘젭젤카’를 도입해 판매 중에 있다.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경우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라며 “치료제 내성은 언젠가는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어 향후엔 5세대, 6세대 EGFR TKI도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