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오름테라퓨틱에는 이번까지 다섯번을 투자했다. 어떠한 투자기관도 한 군데 기업에 다섯번 투자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오름테라퓨틱이 향한 방향에 확신이 밑바탕이 됐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가 전세계에서 분해제·항체 접합체(DAC)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 글로벌 빅파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안전성을 인정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 DAC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말이다. DAC 신약개발사 오름테라퓨틱(475830)의 전환우선주(CPS) 발행에 다수의 투자사가 참여했다. 여러 메자닌 형태 중 전환우선주는 발행사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된다. 원금 상환의 부담이 없고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 받는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있다. 시가에 따른 전환가 조정(리픽싱)이 안전장치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들 투자자에게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오름테라퓨틱이 매력적인 투자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데일리는 최근 오름테라퓨틱 CPS 투자에 참여한 이들에게 투자 판단 이유를 들었다.
 | |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사진=KB인베스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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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테라퓨틱 보유 현금 3000억에 달해 오름테라퓨틱은 최근 도합 1450억원의 현금을 시장조달했다. 조달 방식이 주목된다. 제3자배정 사모 유상증자로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신주를 발행했다. 개인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아니며 부채비율을 높이는 전환사채(CB)도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 상환의무가 없는 자본을 확충한 것에 의의가 크다.
투자자는 △KB인베스트먼트 300억원 △보스턴 기반 글로벌 자산운용사 와이스자산운용(Weiss Asset Management) 300억원 △한국투자파트너스 2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 120억원 △에이온인베스트먼트 110억원 △DSC인베스트먼트 100억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100억원 △의료컨설팅 회사 위니언 100억원 △우리벤처파트너스 50억원 △데일리파트너스 50억원 △스타셋인베스트먼트 30억원으로 구성됐다.
오름테라퓨틱의 이번 자금조달은 회사가 올 2월 코스닥 상장을 통해 500억원을 공모조달한지 10개월만이다. 공모조달한 금액은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사용 자금을 MMF로 500억원, 예적금으로 15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앞서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BMS와 버텍스에 기술이전한 수익료까지 더해 지난해 9월 보유한 현금이 도합 1440억원가량에 이른다. 현금성자산 155억원에 유동금융자산 1283억원을 합산한 액수다. 이번 CPS 발행으로 조달한 1450원까지 합하면 오름테라퓨틱은 2890억원의 현금을 보유한다. 이미 적지 않은 현금을 가지고 있던 오름테라퓨틱이 추가 자금 조달을 일으킨 배경은 외부 자산 인수 목적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정은재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오름테라퓨틱은)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기술도입(license in)을 할 계획”이라며 “도입 대상 기술이나 거래대금 규모 등에 대해서는 오름테라퓨틱이 상장사이기 때문에 투자자들 또한 제한된 정보만 공유 받았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오름테라퓨틱이 DAC 분야 선두주자이기도 하고, BMS에 넘긴 물질도 임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점에서 회사의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의 파이프라인 중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ORM-6151’은 2023년 10월 BMS에 기술이전해 임상 1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BMS는 최근 사이트를 많이 확대했는데 이는 많은 내용을 방증한다. 제약사들은 독성 이슈를 먼저 보기 위해 시험 사이트를 가동한 다음 기대를 충족하면 사이트 확장에 나선다. BMS는 내부적으로 독성이 미미하다고 판단을 내린 정황이다.
정 이사는 “고환율 시대여도 기술도입을 통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전략적 방향에 공감한다. 바이오 연구는 속도가 생명인 분야”라고 말했다.
DAC, 선택성 높여 ADC 구조적 독성 완화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DAC 기술을 가졌다는 오름테라퓨틱이 외부 자산 도입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다.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모든 바이오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해야한다. 이미 인하우스 기술력이 풍부한 화이자, 노바티스가 왜 남의 기술을 가져오겠느냐”며 “기본적인 바이오 분야의 컨셉은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링커, 페이로드, 항체를 얼마나 좋은 궁합으로 잘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페이로드만 좋은 것, 링커만 좋은 것으로는 기술을 완성시킬 수 없다. 안목을 가진 이는 좋은 물질을 가진 곳들과 협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톱10 의약품은 대부분 항체다. 일례로 키트루다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항체가 특허가 끝났거나 끝나간다. 제약사들이 이런 항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연구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 첫번째 분야가 항체·약물 접합체(ADC)”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ADC가 구조적으로 독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름테라퓨틱이 연구개발하는 DAC는 머리 위로 드론을 날려 공격하는 것처럼 선택성을 높여 독성을 완화시킨다.
국 상무는 “ADC 약들은 혈액암 타깃이 많다. 혈액암은 둥둥 떠다니는 타깃을 노리기 때문에 ADC의 독성 이슈도 일부 해결된다”며 “진정한 과제는 고형암이다. ADC 혹은 DAC로 누가 먼저 고형암에서 승부를 내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앞서 자체 TPD²-GSPT1 플랫폼에 기반한 ‘ORM-5029’를 고형암인 유방암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하던 중 간 독성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자진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는 오름테라퓨틱이 아닌 어떠한 회사라도 고형암종에 도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알려졌다. 오름테라퓨틱은 두번째 플랫폼을 고도화 시키고 있으며 독성에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링커 측면으로 많은 강화를 이룬 것으로 파악된다.
다섯번이나 오름테라퓨틱에 투자할 정도로 회사의 기대가치가 크다는 국 상무는 “오름테라퓨틱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이번 오름테라퓨틱의 CPS의 전환가는 9만355원으로 기준주가 8만4822원에 6.52% 할증률을 적용했다. 주가 하락시 최저 6만3249원까지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다. 전환청구기간은 2027년 1월 14일부터 2031년 1월 13일로 설정됐다.
오름테라퓨틱은 최근 주가가 많이 상승한 덕에 발행가를 높게 산정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 희석도 방어할 수 있었다. CPS가 전량 전환될 경우 이승주 대표의 지분율은 15.9%에서 14.8%로 조정된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이번 CPS에 참여하신 주주분들 중 기존 벤처캐피탈(VC) 투자자들이 많다. (당사의) 기술과 미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해준 것”이라며 “앞으로 리드 파이프라인이던 ‘ORM-1153’의 전임상 R&D에 집중하고 내년 하반기 임상 1상 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