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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강하다]IT기술 기반 경소단박 차별화로 세계시장 공략②
  • 등록 2025-08-04 오전 9:10:17
  • 수정 2025-08-04 오전 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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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만든 ‘반도체 신화’의 원동력인 경소단박(輕小短薄, 가볍고 작고 짧고 얇음) 기술 전략이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고효율·소형화·편의성이라는 차별화된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틈새를 만들어내며 의료기기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기기 크기 줄이고, 무게 덜며, 편의성도 최고로

국내 의료기기업계는 글로벌하게 선두에 서 있는 경소단박 기술을 발판으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기술력과 소자본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었던 비결도 경소단박 기술이었다. 메드트로닉, 지멘스, 필립스, 제너럴 일렉트릭(GE) 헬스케어 등 글로벌 기업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의료기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차별화 전략이 이제는 가장 큰 무기가 된 셈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 임플란트업계가 꼽힌다. 어느 곳보다 손재주가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분야로 여겨진다.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덴티움(145720) 등이 견조한 실적 성장세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임플란트업계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오스템임플란트는 2017년 이후 세계 1위(판매량 기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과혁신의료기기실증지원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임플란트 판매량은 오스템임플란트가 649만 8457개, A사 458만 6857개, B사 225만 466개, C사 217만 206개 등으로 알려졌다.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와 격차는 최근까지도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1위를 단순히 지키는 게 아니라 매출도 꾸준히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6316억원, 2021년 8246억원, 2022년 1조 535억원, 2023년 1조2083억원, 2024년 1조 3156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역성장이 단 한번도 없었다.

덴티움 역시 내수와 해외 모두에서 안정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남미에 이어 올해 유럽과 중동 거점 지역의 진출을 끝냈으며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R&D)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최근 완공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내 제조·연구시설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자회사인 오스템글로벌은 일본 등 외국 치과정밀기기 연구개발사들과 협력해 2만2000㎡(6700평) 부지에 3000억원을 들여 사옥을 건립했다. 이곳에는 치과 의료기기 제조동(지상 7층), 연구동(지상 8층), 사무동(지상 16층)으로 구성된 트리플타워가 들어선다.

(사진=게티이미지)
보톡스 등 미용의료기기도 빠른 성장세

국내 기업들은 미용의료기기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올(335890)의 경우 세계 최초로 지름이 300마이크로미터(μm)에 불과한 마이크로니들로 고주파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개발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로 채우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62%(지난해 기준)에 달하며 독보적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고주파 원천기술을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며 기술적 신뢰도도 확보했다.

△독소 단백질의 정제 기술 및 순도 관리 △복합단백질 조성과 배합비 △생물학적 효능 평가 등의 미세 기술이 필요한 보톡스 부문도 국내 기업의 국제 신뢰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핵심 기술 우위에 더해 고통은 줄이면서 편의성은 높인 제품들이 ‘K-보툴리늄 톡신(보톡스)’이라는 국가 브랜드로 묶여 질 정도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톡스 수출액은 3억6600만달러(5000억원)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올해는 4억달러(5883억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분야 대표기업은 휴젤(145020)과 메디톡스(086900)다. 이들의 성장세는 업계 평균치를 훌쩍 넘어선다. 휴젤은 대표제품 ‘보툴렉스’를 앞세워 올해 2분기에만 전년 동기보다 24.2% 늘어난 118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디톡스도 주력 제품 메디톡신에 기반해 같은 기간 9.9% 증가한 714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휴젤은 유럽, 중국 등에서 제품 등록을 끝냈으며 이들 시장에서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휴젤은 중국 등을 포함해 2028년까지 80개국(현재 69개국)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메디톡스도 기존 30개국에서 중동 현지 공장 설립 등을 통해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소형레이저·패치형 심전도기 등도 본무대 섰다

임플란트와 미용의료기기의 성과를 이어갈 다크호스들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혈액 채취기기 분야의 혁신은 라메디텍이 이끌고 있다. 라메디텍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소형 레이저 기술을 바탕으로 핸디레이(HandyRay) 시리즈를 개발해 바늘 없는 채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30여개국에서 허가를 받아 수출을 확대해 가고 있다.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Digital X-ray Detector) 분야의 디알텍(214680)은 선구자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구부릴 수 있는 밴더블(bendable) 디텍터로 중동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에이티센스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일회용 패치형 심전도기기 부문에서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에이티센스는 세계 초소형(5cm), 초경량, 최단전극의 일회용 심전도 패치를 자체 개발했다. 글로벌 1위인 경쟁사 제품이 9cm 이상으로 확실한 차별성을 갖춘 셈이다. 해당 제품은 최대 14일까지 장기 연속 측정이 가능하며 의료진이 현장에서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된다.

에이티센스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독일·스페인·그리스 등 20여개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티센스는 미국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도 경쟁사는 소수에 불과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2024년 6405억달러(887조원)에서 연평균 6%씩 성장해 2034년까지 1조1470억 달러(1588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김영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경소단박 기술 전략은 고(故) 이병철 삼성 전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가치로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며 “이는 국내 산업 전반에 녹아 있고 의료기기 산업도 그간의 노력이 비로소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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