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국내 기업 에이아이메딕(AI Medic)이 글로벌 심혈관 인공지능(AI) 진단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 확보를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하트플로우가 독점해온 CT-FFR(비침습 혈류역학 분석) 시장에 세계 두 번째로 진입한 이 회사는 하트플로우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표방하고 있다.
심은보 에이아이메딕 대표는 최근 팜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AI 기반 심혈관 진단 기술이 하트플로우 대비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만 등 동아시아와 유럽을 먼저 공략한 후 미국에서 하트플로우와 격돌하겠다는 계획이다.
 | 심은보 에이아이메딕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에이아이메딕) |
|
에이아이메딕, 미국 하트플로우와 경쟁 자신하는 까닭 비슷한 모델의 경쟁자인 하트플로우는 2025년 8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AI 심장진단 분야의 상용화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매출 1억 258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3% 증가했으며, 2025년 1분기에도 372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8.6% 성장했다. 상장 이후 시가 총액은 약 4조원까지 늘었다.
하트플로우의 핵심 기술은 심장 관상동맥을 3D로 시뮬레이션하여 비침습적으로 혈류역학을 분석하는 FFR-CT(Computed Tomography-derived Fractional Flow Reserve) 기술이다. 고비용이고 위험을 수반하는 기존의 침습적 심장 카테터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으로, 현재까지 40만 명 이상의 글로벌 환자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상장을 통해 3억 1670만 달러를 조달한 하트플로우는 약 4억 2000만 달러의 사용 가능 현금을 확보해 최소 6-8년간의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 에이아이메딕의 경쟁사 대비 강점 (자료=에이아이메딕) |
|
에이아이메딕은 이 회사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심 대표가 하트플로우와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온사이트(On-site) 방식의 완전 자동화 기술 때문이다. 심 대표는 “하트플로우는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내서 사람이 개입하는 반자동 방식으로 2~6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기술은 병원 내에서 완전 자동으로 15분 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트플로우의 경우 병원에서 CT 영상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면 본사에서 전문가가 분석한 후 다시 병원으로 결과를 전송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면서 보안상 우려가 제기되고, 처리 시간도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에이아이메딕의 ‘하트메디플러스’는 병원 내 컴퓨터에 설치만 하면 AI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즉석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 에이아이메딕의 경쟁력 (자료=에이아이메딕) |
|
심 대표는 “특히 유럽 시장의 경우 클라우드 액트법 때문에 하트플로우가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의 온사이트 솔루션은 이런 규제 환경에 구애받지 않아 유럽 진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이아이메딕은 현재 프랑스에서 CE-MDR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기술적 차별화도 두드러진다. 하트플로우가 혈관 지름과 심근 질량을 활용한 기존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에이아이메딕은 ‘플로우 싱크로나이제이션(혈류 동기화)’ 원리를 적용한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심 대표는 “하트플로우의 특허를 완전히 우회할 수 있는 ‘Q 메소드’를 개발해 특허 자유를 확보했다”며 “이것이 우리 회사 가치의 절반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에이아이메딕은 하이브리드 AI 방식과 로컬 어댑티브(Local Adaptive) 방법을 결합해 CT 장비 제조사나 촬영 프로토콜에 관계없이 일관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이는 기존 AI만으로는 환자별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시장 진출 전략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하트플로우가 미국·일본·영국 등에 집중하는 동안, 에이아이메딕은 동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심 대표는 “미국보다 동아시아부터 공략해 시장을 확보한 후 글로벌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최근 대만 칠리 엔터프라이즈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향후 비즈니스 전망은 에이아이메딕의 향후 비즈니스 전망은 해외 시장 확장에 달려 있다. 심 대표는 국내 수가 현실과 글로벌 시장 기회의 큰 격차를 지적하며 해외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1만8100원의 비급여 수가를 받고 있지만, 이는 미국(148만원), 일본(88~100만원), 중국(20~30만원)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심 대표는 “2200건을 했는데 4700만원밖에 안 나왔다. 미국 수가를 받았으면 30억, 중국 수준만 받아도 10억 정도는 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유럽 시장이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심 대표는 “프랑스와 여러 파트너십을 진행 중이고, CE-MDR를 받으면 동남아 등에서도 통용돼 회사가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하트플로우의 클라우드 방식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진출이 어려워 에이아이메딕에게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
 | CT 심장 진단 글로벌 시장 규모 (자료=에이아이메딕) |
|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도 주요 성장 동력이다. 현재 CT-FFR 기술인 ‘하트메디플러스’ 외에 플라크 분석 기술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심 대표는 “하트플로우처럼 CT-FFR과 플라크 분석을 함께 제공하면 가격도 2000달러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크 분석 기술은 이미 완성돼 허가 신청 단계에 있다.
또한 자동 판독 서비스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심 대표는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와 공동으로 CCTA 자동 판독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지방에서 판독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CT-FFR 시장은 연평균 35% 이상 성장이 예상되며, 하트플로우의 경우 작년 매출이 2000억원을 넘어서며 매년 40% 성장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CT-FFR을 특허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회사는 하트플로우를 제외하면 당사 밖에 없다”며 “후발주자로써 서둘러 글로벌 시장에 나가 시장을 점유하겠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약 250억원 수준이며, 올해 10월 기술평가를 통과하면 시리즈 C 라운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금 조달 이후 내년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심 대표는 “해외 진출을 빨리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며 “내년 상장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팜이데일리 X 한국바이오협회 공동 기획 [바이오AI 아기유니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