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신약개발 바이오 벤처 오스코텍이 올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SYK 저해제의 성공여부는 물론 레이저티닙에 이은 두 번째 기술수출 성사까지 결정짓는 한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코텍은 기술수출 마일스톤(유한양행.렉라자)으로 2020년 매출 435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 벤처로는 드물게 ‘돈 버는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36억원, 영업적자 228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악화는 공격적인 파이프라인 확대에 따른 연구개발비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유한양행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고, 허가 시 연 1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는 만큼 오스코텍은 매년 100억원대의 로열티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글로벌 판권을 확보한 얀센이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빠르면 올해 혁신의약품 지정을 통해 FDA 허가가 예상돼 향후 추가 로열티 확보도 가능한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스코텍의 핵심 파이프라인 SYK 저해제 세비도플레닙(SKI-O-703)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세비도플레닙의 임상 2상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오는 2월 중순 톱라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미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임상 2상에서 아쉬운 결과를 낸 만큼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오스코텍 SYK 저해제의 가능성과 신약개발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세비도플레닙, ITP로 반전 기대오스코텍(039200)은 2021년 1월 세비도플레닙 류머티스관절염(RA) 치료제 임상 2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임상 2상 1차 평가지표인 12주차 질병활성도지수(DAS) 변화가 투여군과 대조군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세비도플레닙의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회사 측은 류머티스 임상과는 다르게 면역혈소판감소증에서는 유효성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RA를 적응증으로 진행되었던 임상에서 1차 지표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으나, 면역반응에서 SYK의 역할인 생물학적인 대한 검증이 RA 임상을 통해 가능했다”며 “SYK에 대한 높은 선택성으로 효능과 부작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을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물질로 하나의 적응증 임상을 실패한 뒤 다른 적응증으로 상용화 되거나 기술이전된 사례도 여러차례다. 한미약품은 당뇨/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HM12525A’를 2015년 11월 얀센에 1조1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하지만 임상 2상에서 데이터가 기준치에 못 미치면서 2019년 반환됐다. 1년 뒤에는 MSD가 해당 물질을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1조원 규모로 도입했다. 또한 미국 리겔사의 타발리스(성분명 포스타마티닙)도 과거 류머티스 관절염과 lgA 신병증 임상 2상에서 실패했지만,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임상에서 성공해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타발리스는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제품으로 세비도플레닙의 강력한 경쟁자다.
면역혈소판감소증은 혈액응고에 중요한 혈소판 수가 감소하여 점막, 피부, 조직 내 비정상출혈로 잦은 코피나 잇몸출혈, 월경과다의 증상을 나타내고 경미한 손상으로도 검푸른 타박상을 초래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회사 측은 세비도플레닙의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임상 2상에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타발리스 넘는 데이터, 기술수출 가능성↑ 업계와 회사 측 모두 세비도플레닙의 이번 임상 2상의 관건을 타발리스를 뛰어넘는 데이터 확보로 보고 있다. 일단 표면적인 효과는 세비도플레닙의 추정치가 더 우세하다. 타발리스는 2018년 2차례의 임상 3상을 통해 FDA로부터 승인받았는데, 총 1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00㎎와 150㎎를 24주간 투여했다. 그 결과 반응률은 투여군 29%, 플라시보군 2%였다.(P<0.0001)
이에 비해 세비도플레닙은 임상 2상에서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00㎎와 400㎎를 투여했는데, 투약군에서의 예상 반응률은 약 40%, 400㎎군에서는 약 60%의 반응률이 예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세비도플레닙은 세포 및 동물 질환 모델에서 타겟인 SYK에 대한 높은 선택성으로 효능과 부작용 측면에서 경쟁약물 대비 우수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노피가 개발 중인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임상 3상) 보다도 우수한 수치다. 다만 용량에 따른 우려가 제기된다. 타발리스가 상대적으로 저용량인 100~150㎎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만큼, 고용량일 경우 가격 등 부작용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용량설정은 독성시험, 효능시험, 임상에서의 내약성, 안전성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약물의 상대적인 용량을 비교해 많고 적음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약가 또한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2상 결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임상 2상은 약물의 약효와 부작용을 평가하고, 치료를 위한 최적의 용법용량을 탐색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부작용의 경우 타발리스는 고혈압 포함, 높은 부작용률을 보이지만, 세비도플레닙은 류머티스관절염 치료제 임상 2상(163명)과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임상에서도 중대한 이상 반응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기술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타발리스 보다 높은 반응률이 예상되고, 미충족 수요가 높은 치료제인 만큼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 등 다수 기업들과 기술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2월 중 2상 데이터가 나오면 기술수출 논의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약 30억 달러에서 2027년 약 33억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