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Eli Lilly) 미국 생산 시설을 인수를 두고 위기를 기회로 만든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는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사에 있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유의미한 성과로도 평가된다.
셀트리온의 미국 생산시설 인수는 국내 기업이 세계 최대 제약 시장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해당 시설에서 자사 개발 의약품을 직접 생산·현지 판매하는 첫 사례로 꼽힌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으로 기존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뀌고 있는 역사의 변곡점에서, 한국 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선택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인수를 통해 미국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 셀트리온 인천 송도 제2공장.(사진=셀트리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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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GMP 공장 확보…원가율 감소 및 직판 시너지 강화 기대 이번에 셀트리온 미국 법인이 인수하는 시설은 뉴저지(New Jersey) 내 주요 제약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한 릴리의 대규모 원료의약품(DS) cGMP 생산 공장으로 인수 금액은 약 4600억원 규모다.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와 함께 릴리와 위탁생산(CMO) 계약도 체결했으며,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은 계속해서 릴리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미국 공장 인수 직후부터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매출 확대는 물론 투자금 조기 회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핵심적 강점은 해당 시설에서 셀트리온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한 뒤 곧바로 미국 현지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 판매망을 갖춘 셀트리온은 자체 생산으로 원가 개선과 물류비 절감 효과를 도모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직판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현재 인플렉트라(램시마 미국 제품명)를 필두로 총 8개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 중이며, 해당 공장 인수가 완료될 경우 행정 업무, 시험 생산(Validation) 등의 과정을 거쳐 현지에 공급되는 제품 생산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제품 생산으로, 관세 장벽 완전 정복 다양한 이점들 가운데서도 가장 독보적인 성과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의약품 관세 정책은 아직 세부 내용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의약품 관세 불확실성이 지속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DS·DP(완제의약품)별 또는 의약품 품목별로 관세가 동일 혹은 다르게 책정될지, 미국 내 사보험?공보험 영역 내 관세율은 어떻게 적용될지, 관세 부과로 인한 약가 인상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지 등 현 단계에서 구체적 사항들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해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 항목들을 넘어선 대전제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고 국외에서 들어오는 의약품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 인상, 수익성 악화, 경쟁력 저하 등 여러가지 리스크를 고민해야 하는데, 결국 근본적 해결책은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으로 귀결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미국 공장 인수를 통해 관세 정책의 세부 내용과는 상관 없이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졌다.
美 수출 바이오 기업에 성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제시 셀트리온의 릴리 공장 인수는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정부에서 재편하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은 단일 기업에서 거스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성장 모멘텀을 도모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셀트리온 릴리 공장 인수에 대해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풀어낸 ‘신의 한 수’로 평가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라는 리스크도 분명 존재하지만,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과 직판 체제를 통해 관세라는 족쇄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다른 수출 기업들이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함과 동시에, 한층 강화된 직판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일라이 릴리 생산 시설 인수는 미국에서 의약품을 직판하고 있는 회사의 사업성을 한층 강화해줄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장 인수가 완료되면 의약품 관세 리스크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만큼, 앞으로는 현지 판매에 더욱 주력하면서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고품질의 바이오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며 브랜드 가치와 실적 개선을 모두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