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AI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로제타폴드를 개발한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의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은 무엇보다 인공지능(AI)을 의료에 본격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단백질 구조를 풀기 위한 시도는 지난 50년 동안 계속됐지만 너무 복잡해 인간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단백질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구조를 풀고자 컴퓨터를 활용한 시도가 있었지만, 부정확성이 컸다”며 “이 문제를 AI를 통해 해결한 것이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다”라고 평가했다.
의료 AI 산업 근간으로 평가받는 AI 단백질 구조 예측 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나갈 잠재력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 기술은 세상에 없던 신약 개발을 가능케하고, 암 조기진단 등을 일반화 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의료·바이오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 이데일리 재구성.(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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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 등에 따르면 AI 의료·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158억 달러에서 연평균 45.1%씩 성장, 2030년 1818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에 기반한 의료 AI 분야에서 한국은 글로벌 선두 반열에 올라있다. 백 교수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 제자이자 로제타폴드 설계 주역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후원으로 2년마다 열리는 단백질 구조예측 학술대회(CASP)에서도 한국 연구자들은 1, 2위(2013년)를 차지한 바 있다. CASP는 바이오, 질병진단, 치료제 개발 등에 파급력이 큰 기초학문 분야인 단백질 구조연구 관련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과학계 올림픽’이라 불린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 글로벌 석학으로 꼽히는 석차옥 대표가 이끄는 AI 신약개발사 겔럭스의 AI 단백질 구조 예측 능력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훨씬 앞서 있다는 평가다. 루닛과 뷰노 등 국내 AI 진단 기업들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거나, 해외 각국에 진출해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암 조기진단과 AI 바이오마커 기업인 루닛은 GE헬스케어, IBM 등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정부 암 극복 프로젝트 ‘캔서문샷’ 창립 멤버로도 참여 중이다. 로슈진단 디지털 병리 플랫폼에는 루닛 제품이 탑재됐다. 뷰노는 대만 최대 의료기업 CHC헬스케어그룹, 일본 최대 의료 정보 플랫폼 기업 M3와 계약을 체결했다. 제이엘케이는 올해 3개의 AI 뇌질환 진단 솔루션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세계 상위 1% 임상종양학자인 채영광 노스웨스턴대 의대 교수는 “한국은 IT 인프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진단에 있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