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생명공학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산업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올 상반기 AI신약개발 사업 본격화를 선언하며 던진 화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다수가 이 사업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노리는 시장은 AI신약개발 사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과 AI영상 진단 및 병의원 정보통신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약 2150조원)에 헬스케어 시장(3141조원)까지 합하면 약 5290조원에 달하는 ‘미래 먹거리’를 놓고 ‘거대 공룡’간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 분야 글로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간 보험이 활성화되어 있어 보험수가도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다. 미국 시장에 침투한 국내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이오로 옮겨 붙은 ‘AI 쩐의 전쟁’12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AI신약개발 관련 빅딜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AI와 RNA(리보핵산)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특화된 지네틱 리프와 최대 4억 9000만 달러(약 6527억원)의 선불 및 마일스톤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 상반기 구글 AI 신약개발사 아이소모픽과 최대 17억 달러(약 2조 2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데 이어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
노바티스도 아이소모픽과 12억 달러(약 1조 6000억원)의 빅딜을 체결했다. 머크와 아스트라제네카도 미국 AI신약개발사 앱사이(Absci)와 각각 6억5000만 달러(약 7793억원), 2억4700만 달러(약 3400억) 규모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생성형AI 고도화를 놓고 벌어졌던 ‘AI반도체 쩐의 전쟁’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빅테크 기업은 AI신약개발 뿐 아니라 AI를 활용한 의료·헬스케어 사업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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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생성형 AI를 영상 분석과 접목하고 있다. 의료 전문 거대언어모델(LLM) ‘메드-PaLM’을 통해 초음파 및 엑스레이 사진 판독AI 기술을 학습시키고 있다. 유료 건강 관리 서비스 ‘핏빗 프리미엄’도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AI 헬스봇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는 이 헬스봇으로 보험금 상태나 의료 혜택에 대해 질문할 수 있고 증상에 따른 병원과 의사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 또한 AI 헬스케어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존슨앤존슨 의료기기 자회사인 GE 헬스케어와 손잡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공감형 헬스케어 의료로봇’이다. 해당 로봇은 의료거대 언어 모델을 사용하여 전화로 약속을 정하고, 수술 전 환자에게 연락하며, 퇴원 후 환자의 후속 조치를 돕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 외에도 영상 전문 AI 업체인 ‘나노-X’와 암 진단 의료기기(SW)인 ‘엔비디아 디지츠’도 개발하고 있다.
임재창 히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단백질 분석을 통한 신약개발 후보물질 발굴 기술은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미국이나 구글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글 딥마인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 뛰어들기 전부터 국내 기업들은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美에 빅테크에 맞서는 K-의료AI 유니콘은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국내 AI의료 기업으로 루닛(328130), 뷰노(338220), 쓰리빌리언, 갤럭스 등이 꼽힌다.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들이 노리는 분야는 세계 AI의료 시장(21조원)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다.
먼저 루닛은 1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유방조영술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사 볼파라 헬스케어를 인수했다. 볼파라는 이미 미국 병원 2000곳에서 활용 중이고 연 매출 300억원 이상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루닛은 늦어도 2025년 볼파라와의 통합 AI진단 제품을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 미국내 매출은 최소 2배 이상 뛸 것이라는 게 루닛의 판단이다.
| 루닛 유방 암진단 AI를 사용하는 외국 의료진 모습 (사진=루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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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노는 연내 심정지 예측 AI 소프트웨어 ‘뷰노 딥카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승인을 눈앞에 뒀다. 사실상 승인이 확정됐고 향후 본격적인 병원 계약이 예상된다. 미국 심정지 예측 시장은 페라헬스(PeraHealth)가 선점하고 있지만 AI를 접목한 예측 부문에서는 뷰노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11월 코스닥 상장을 앞둔 쓰리빌리언과 갤럭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질환 분석 정확도 경쟁을 벌일 만큼 고도화된 AI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AI로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 갤럭스는 단백질 항체 설계에 각각 특화된 기업이다.
쓰리빌리언은 이미 미국 매출이 나오고 있다. 작년 매출 약 30억 중 해외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쓰리빌리언은 미국 법인 설립을 통해 직접 시장에 나설 방침이다. 2026년 매출 목표는 약 200억원이다.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는 “유럽과 중동도 주요 대상 국가이지만 아무래도 미국이 제일 큰 시장이다보니 상장 이후에는 우선 미국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며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보험사들이 커버해주는 서비스가 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스의 경우 항체 설계에 있어서는 구글에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진출 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차옥 갤럭스 대표(서울대 교수)는 “구글 알파프로티어는 2차구조와 결합하는 수준이고 ‘갤럭스디자인’은 항체 설계 성능까지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 이차구조가 아닌 고리로 결합하는 단백질, 즉 치료용 항체 고리 설계 AI는 아직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