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HK이노엔(195940) 핵심 제품인 케이캡이 미국 진출을 앞둔 가운데, 경쟁사 특허 연장 여부가 시장 안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케다제약이 개발해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한 보퀘즈나(성분명 보노프라잔)의 특허 만료로 빠르면 2028년 제네릭 제품이 출시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네릭 제품이 출시되면 케이캡은 미국 출시 1년 만에 제네릭과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보퀘즈나 특허 연장 여부와 제네릭 제품 출시 케이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보퀘즈나 특허 만료가 불과 3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보퀘즈나 주요 특허는 물질특허와 제형특허로 나뉘어 있는데, 물질 특허는 2028년 8월, 제형특허는 2030년 8월 각각 만료된다.
보퀘즈나의 제네릭 방어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특허 연장(Patent term extension, 이하 PTE)과 감염질환 특수약물(QIDP) 지정에 따른 독점권 연장이다. 보퀘즈나는 미국 파트너사 패썸(Phathom)가 판매 중인데, 물질특허 및 미국 내 독점권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 보퀘즈나 매출 추이.(자료=DS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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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퀘즈나 특허·독점권 이슈, 케이캡 美 안착과 상관관계 보퀘즈나는 물질특허 연장에 성공할 경우 2030년 4월 2일까지 제네릭 방어가 가능하다. 독점권까지 연장되면 2032년 5월 3일까지 방어할 수 있다. 보퀘즈나는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일색인 미국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유일한 P-CAB(칼륨경쟁적 위산 분비억제제) 성분 치료제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대부분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위산분비 마지막 단계에서 위벽세포의 프로톤펌프를 차단하는 기전인 PPI가 장악하고 있지만, P-CAB이 PPI 대비 신속한 약효와 우수한 약효 지속력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 4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된 보퀘즈나는 지난해 매 분기 매출이 증가했고, 연간 총 5530만 달러(약 7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초기 매출 규모로는 성공적인 숫자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특허나 독점권 연장이 안 된다면 당장 보퀘즈나는 2028년부터 제네릭 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에 놓이게 된다. 아직 제네릭 개발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기업들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시장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및 독점권이 만료된 후 빠른 기간 내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 독점권 상실 후 평균 1년 이내 가격이 51% 하락하고, 2년째에는 57% 하락했다. 특히 보퀘즈나 같은 경구용 약물의 가격은 1년차 66%, 2년차 74%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릭 제품 개수와 가격 하락 폭도 관련이 있는데, 제네릭이 1~2개일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는 30% 하락했다. 제네릭이 10개 이상일 경우 최대 90%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약가 인하율이 빨라지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도 급속히 축소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보퀘즈나 특허 만료로 제네릭 제품이 등장할 경우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른 영향은 보퀘즈나는 물론 미국에 진출할 케이캡에게도 적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퀘즈나 특허 만료가 돼 제네릭이 진입할 경우 P-CAB 시장 축소가 예상된다. 현재 보퀘즈나의 도매가격(WAC)은 월 650달러, 순 매출(GTN)은 DIR 50~60% 내외로 밝히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제네릭은 시장 진입 시 오리지널 약가에서 약 80~85% 인하해 진입한다. 제네릭 진입 시점 이후 약물 영구성장률을 약 30% 적용하면 제네릭 진입 시점에 따라 케이캡 미국 가치 평가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허 및 독점권 연장 가능성과 케이캡 대응 전략은 보퀘즈나의 특허 및 독점권 연장은 HK이노엔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실제로 HK이노엔 주가는 지난달 미국 파트나사 세벨라가 케이캡 미국 임상 3상(TRIUMpH) 성공을 발표했음에도 급등한 후 다시 급락했다. 4월 23일 3만7650원이던 주가는 임상 3상 성공 소식이 알려진 24일 4만8900원으로 29.9%(1만1250원↑) 급등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5월 20일 3만9950원으로 4만원대가 무너졌다.
관건은 보퀘즈나 특허와 독점권 연장 가능성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특허 부분에 대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게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패썸사는 보퀘즈나에 대해 특허(PTE)와 독점권(CITIZEN)에 대해 연장 신청을 한 상태다. 독점권은 신약 승인 후 5년간 기본으로 적용이 된다”면서 “보퀘즈나는 5년 이후 다시 5년 연장을 해달라는 것이고, 특허에 대해서도 연장을 신청했다. 독점권 연장 부분은 결과가 나와봐야지만 알 수 있을 것 같고, PTE 연장은 그동안의 시장 관례상 대부분 연장이 됐던 것을 고려하면 보퀘즈나 역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독점권에 대한 부분은 패썸사가 지난해 12월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접수했는데, 180일 이내 답변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는 6월 11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특허권의 경우 2024년 9월 6일 FDA가 규제 검토 기간을 약 599로 산정한 후 특허청(USPTO) 최종 결정 단계로 약 6개월~1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연 내 PTE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김 연구원 설명이다.
독점권 연장의 경우 HK이노엔의 케이캡 물질특허 연장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올 결과가 케이캡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썸사의 보퀘즈나 독점권 전략은 현재 특정 적응증에 대해 5년간 독점권을 인정받았는데, 이를 활성 물질(보퀘즈나) 자체에 대한 연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패썸사의 전략은 HK이노엔의 케이캡 물질특허 연장 주장 논리와 유사하다. 따라서 보퀘즈나 독점권 연장 여부는 케이캡 특허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캡의 경우 보퀘즈나 제네릭 출시가 현실화할 경우 약가 정책 수정과 위임형 제네릭 전략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약품 시장은 일반적으로 위임형 제네릭 계약 형태로 제품이 출시되는게 우선적”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특허 만료 이전 제네릭 출시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특허 만료 후 오리지널사가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캡의 미국 출시 약가는 보퀘즈나의 90% 정도로 예상되는데, 보퀘즈나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제네릭 출현시 약가를 더욱 인하하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캡은 △가장 경증의 환자에게 처방 가능 △가슴쓰림 증상 개선과 위산역류 증상 개선 효과 △효과 속도 등에서 보퀘즈나보다 앞선다. 특히 케이캡 특허 만료 후에는 오리지널사가 사전에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제네릭 권한을 부여, 첫 번째 제네릭을 출시하는 위임형 제네릭을 출시할 가능성도 고려된다. 케이캡의 경우 물질특허가 2031년 만료되고, 결정형 특허는 2036년 만료된다.
업계 관계자는 “위임형 제네릭의 경우 오리지널사가 의도적으로 타 제약사와 제네릭 개발 및 공급 계약을 맺는 것으로 가장 먼저 첫번째 제네릭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오리지널 약 특허 만료 후 재편되는 시장에서 가장 먼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에서 당시 CJ제일제당과 계약해 제네릭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