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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쟁약 잇단 허가…셀트리온 7700억 신약, 후발주자 한계 넘을까

  • 등록 2026-10-28 오전 6:51:53
  • 수정 2026-10-28 오전 6:51:53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미국 바이오기업 카이진으로부터 최대 7695억원에 도입한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KG013’ 경쟁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 동일한 질환을 겨냥한 경쟁 치료제 2종이 최근 허가된 데다 추가 경쟁약까지 허가를 앞두고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높은 표적 결합력과 긴 체내 지속시간을 앞세워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구상이라, 실제 임상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2일 미국 카이진과 항-APRIL 항체 신약 후보물질 KG013의 글로벌 독점 개발·판매권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5억8050만달러(약 7695억원)로, 선급금을 비롯해 향후 개발 및 허가와 상업화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모두 합한 것이다. 상업화 이후에는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별도로 지급된다.

KG013은 항체 생성에 관여하는 신호 단백질인 APRIL을 억제하는 치료제다. 주요 개발 대상은 면역글로불린A(IgA) 신병증으로, 비정상적인 IgA 관련 면역복합체가 신장 사구체에 침착해 염증과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만성질환이다. APRIL 억제제는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병원성 IgA 생성을 줄여 신장 손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경쟁약 2종 가속승인…3번째 치료제도 승인 임박

문제는 KG013이 본격적인 임상개발에 나서기도 전에 경쟁약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gA 신병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APRIL 치료제들이 잇달아 시장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오츠카제약의 ‘보이작트’(성분명 시베프렌리맙)가 대표적이다. 보이작트는 APRIL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로, 지난해 11월 FDA 가속승인을 받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보이작트는 4주에 한 번 피하주사하는 방식으로, 임상 3상에서 단백뇨를 위약 대비 약 51% 감소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오츠카제약은 지난 22일 3상 최종 분석에서 신장 기능 저하 또는 신부전으로 구성된 복합 신장 사건 발생 위험을 위약 대비 97.1% 낮췄다고 발표했다. 2년간 치료받은 환자 259명 가운데 1명에게 신장 기능 저하 또는 신부전이 발생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251명 중 28명에게 신부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약 대비 확실한 신장 기능 보존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오츠카제약은 이를 토대로 정식승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베라 테라퓨틱스의 ‘트루타크나’(성분명 아타시셉트)도 셀트리온의 경쟁약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7월 FDA 가속승인을 받은 이 약물은 APRIL과 B세포 활성화 인자인 BAFF까지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표적 치료제다. 베라 테라퓨틱스가 지난 9월 1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52주 시점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투여군에서 평균 0.11mL/min/1.73㎡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5.69mL/min/1.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GFR은 신장이 실제로 혈액을 걸러내는 기능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신장의 여과 기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버텍스의 ‘포베타시셉트’도 오는 11월 FDA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포베타시셉트 역시 APRIL과 BAFF를 동시에 억제하는 치료제로, 4주에 한 번 피하주사하는 방식이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임상 3상에서 36주 시점 단백뇨를 위약 대비 49.8%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펨토몰 결합력’ 내세운 KG013…임상 검증·계약 구조 관건

이처럼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신약 분야에서 이미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과연 타사 대비 뛰어난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이 내세우는 KG013의 경쟁력은 높은 표적 결합력이다. 원개발사인 카이진은 셀트리온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지난 22일 보도한 자료를 통해 “KG013은 펨토몰 수준의 결합력을 갖춘 반감기 연장형 완전 인간 항-APRIL 단일클론항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펨토몰은 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용액 1리터에 어떤 물질이 1000조분의 1몰 들어 있는 농도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항체와 표적이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KG013의 결합친화도가 펨토몰 수준이라는 것은 표적과 결합력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또 체내 지속성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셀트리온은 “약물의 효력과 체내 지속성을 대폭 개선해 보다 적은 투여량과 긴 투여 간격에서도 효과적인 질환 조절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이 4주 1회 피하주사 방식으로 이미 제품을 개발한 상황이라, 이보다 더 긴 투여 간격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발 약품에 대한 자세한 특징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KG013은 아직 비임상 단계라 인체에서 효능을 입증하는 정보는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카이진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KG013은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인 상태로 나타나 있다. 이미 경쟁약 2종이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추가 치료제가 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만큼, KG013은 임상개발 속도뿐 아니라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시장 규모가 아직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도 후발주자로서는 부담이다. 시장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IgA 신병증 치료제 매출 규모는 약 21억달러(약 2조77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신약들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시장 규모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이미 상용화된 경쟁약들이 선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계약 구조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번 계약의 최대 금액은 7695억원이지만 셀트리온은 선급금과 개발·판매 마일스톤의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실제 초기 투자 부담과 향후 지급 의무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셀트리온은 11월 카이진으로부터 FcRn 억제제 등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2종을 도입하면서 최대 7억44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지만, 당시 선급금은 전체 계약금액의 약 1.1%인 800만달러에 그쳤다. 이번 계약도 선급금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임상 데이터가 나오지 않아 KG013에 대해 평가하긴 어렵다”며 “경쟁약들이 이미 시장에 나온 만큼 임상에도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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