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정부가 말하는 세계 6대 제약 강국으로 나서기 위해 중요한 것이 약가 정책이다. 이 제도가 투명하고 예측가능하지 않으면 기업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렵다.”
3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약가 보상체계 개선을 위해 정부와 면밀하게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노연홍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제공=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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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현재 기업 투자 증대와 정부의 육성 기조 가시화 등 제약바이오 산업의 고도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약가 제도와 필수 및 원료의약품의 불안정한 공급체계 등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반을 악화하는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상태다.
노 회장은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의약품이 처음 도입된 시점과 이후 시간이 지나 가격이 조정되는 시점 등을 충분하게 고려해 약가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및 보건안보를 위한 약가 제도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신약의 혁신 가치를 반영해 신약개발 투자의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번 안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의 약가 우대 정책도 추진된다. 현재는 ‘필수약 공급’이란 기업 요건과 ‘세계 최초 허가된 혁신 신약’이란 약제 조건 등을 모두 만족해야 약가 우대가 가능했다. 여기에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약제 중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확증적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속심사로 허가된 신약’을 약가 우대 조건으로 추가했다.
노 회장은 “예측가능한 약가 정책을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며 “약가 정책과 산업 정책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안목하에서 논의해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노 회장은 “우리 기업이 개발한 혁신 신약이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에 기술수출되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출할 기술력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중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등록된 것이 2100개 이상이다.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전체에서 한국의 비중은 13% 수준이다.
노 회장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개발되는 파이프라인의 비중은 줄고, 한국이나 중국은 늘어나고 있다”며 “신약개발을 수행할 기술력을 고려하면 정부가 말하는 6대 제약강국으로 가는 문턱에 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직접 완수하지 못하고 기술수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노 회장은 “우리 기업이 발굴한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개발할 수 있다면 부가가치가 훨씬 크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은 안타깝다”며 “수천 억원 이상이 필요한 후기 개발 비용을 충당할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수출을 통한 점진적인 성장전략을 한동안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혁신적인 신약개발에 대한 지원금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29조8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5조1663억원으로 26.3% 감소했다. 반면 국내 상장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은 4조38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