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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옥석가리기]③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정부 외면하면 3년뒤 진짜 위기”
  • “협회 생활 10년간 지금처럼 어려웠던 때 없어”
  • 바이오산업 거품꺼지고 체질개선 기회될 수 있지만
  • 정부 무관심에 산업계 우려↑…제바혁신위 설립 시급
  • “기업은 투자기회 올 때 규모 아쉬워도 잡아야” 충고
  • 등록 2022-11-28 오후 12:38:59
  • 수정 2022-11-29 오후 3:09:10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오히려 지금이 그간 방만하게 성장해온 한국 바이오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가장 필요한데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지난 24일 판교에 위치한 한국바이오협회 본사에서 이승규 부회장을 만나 최근 한국 바이오업계가 놓인 위기에 대해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신약개발사를 창업해 13년간 운영하다 2012년부터 국내 바이오산업 대표 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10년 동안 지금처럼 바이오벤처 대표들의 절실하고 힘든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사진=한국바이오협회)


“‘돈맥경화’ 장기화되면 3년 뒤 진짜 문제”

이 부회장은 최근 저녁마다 매일같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바이오벤처 대표들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초기 개발단계의 차기 파이프라인 재정비 등 시급한 현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지금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전례없는 상황에 절망적인 상태”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늦춰진 임상 일정이 앞으로 기술수출 진행과 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 완료시점이 뒤로 밀려 특허유지기간이 짧아지면서다. 그는 “특허유지기간은 기술수출시 밸류 측정에 주요인이 되는데 개발기간이 길어지면 개발완료 후 사업가능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빅파마들이 기술수출 규모를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요 파이프라인만 남겨두고 나머지 개발을 중단하면 3년 뒤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신약개발사는 물질개발, 전임상, 임상 각 단계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3년 뒤에는 물질개발 단계 파이프라인만 남아 지속발전가능한 사업전개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투자혹한기를 오히려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상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간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산업의 내실을 키워야 하는데 이 상황이 M&A가 업계에 자연스레 자리잡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오 콘트롤타워 만들어 정책 고도화해야”

대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성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스타트업의 시드머니였던 정부정책과제 지원비도 현저히 줄었다”며 “지금같이 어려울 때는 공공부문에서 R&D 비용을 지원해야 하는데 메가펀드에 대한 기대감도 산업계에서는 많이 사그라든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내년 모태펀드 예산이 올해(5200억원) 예산의 60% 수준인 3135억원 규모로 책정되면서 벤처 비중이 높은 바이오업계는 고심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1조원 규모 K-바이오 백신펀드도 내년 예산이 줄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인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정부에서 펀드 규모를 증액하겠다고 했지만 규모가 커져도 글로벌 임상지원 등 구체적인 목적성이 더해지지 않으면 눈먼 돈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바이오 정책에 구체성을 더해 고도화하려면 통합적인 거버넌스 기반의 로드맵이 필요한데 지금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으로 쪼개져 단편적 정책들만 양산되고 있다”며 “일몰제 기관일지라도 대통령실 산하의 직속 콘트롤타워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조금이라도 투자받고, 가능할 때 상장해라”

스위스 바젤 투자청 관계자들이 지난 9월 스위스 바젤 지역과 한국바이오협회 회원사들의 협력을 위한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바이오협회에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바이오협회)


이 부회장은 보릿고개를 지나는 바이오벤처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에 기대하던 것보다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는다고 해도 최대한 투자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상장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벤처 대표들을 만나면 ‘100 받을 수 있는데 70밖에 못 받게 돼도 투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클로즈’하라’고 한다”며 “너무 밸류를 낮게 받을까봐 상장을 철회하지 말고 낮은 공모가로 시작해 서서히 주가를 높이는 게 오히려 더 건강한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현 상황은 세계적인 문제인데다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을 직시하고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는 의미다.

바이오협회도 바이오벤처들이 최대한 투자혹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투자자와 바이오벤처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주 정부나 각국 대사관 내 투자청, 글로벌 빅파마, 국내 대형제약사와 달리 적절한 투자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중견제약사와 투자금이 필요한 바이오벤처와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어요. K-바이오의 위상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이 높아져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수요는 커지고 있으니 반드시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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