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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꺼지는 바이오]③미리 켜지는 죽음의 계곡 적신호
  • 시총 600억 이하는 투자 주의…2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도 퇴출
  • 기술이전 지연·임상실패는 '치명적인 기회비용'
  • 잦은 대주주 손바뀜, 본업과 무관한 사업 진출 주의
  • 등록 2025-07-04 오전 9:05:38
  • 수정 2025-07-07 오전 7:36:19
이 기사는 2025년7월4일 9시5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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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죽음의 계곡(데쓰밸리)에 진입한 바이오벤처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전조증상이 있다. 대표적인 징후는 기술이전, 임상 데이터 확보 등 약속했던 사업적 마일스톤이 지연되는 것이다. 재무지표는 악화되는데 자금조달은 계속돼 주주들의 신뢰를 잃는다. 전략적 투자자(SI)를 얻거나 인수합병(M&A)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한 채로 자금이 고갈되면 꼼짝없이 상장폐지, 최악의 경우 기업청산으로 이어진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부장)
시총 600억 이상에만 투자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저성과 기업의 상장폐지를 가속화하는 내용의 상장규정 개선책이 일부 시행된다. 상폐 심의단계의 축소 및 감사의견 미달·분할재상장 관련 요건 강화, 그리고 투자자 보호 명목의 상폐 회사 비상장 공시 확대다.

과거 신라젠(215600)이 2년 5개월만에 기사회생했던 때와 거래소의 기조가 사뭇 달라졌다. 주식을 물린 투자자들을 살려주기 위해 상장유지를 허용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생태계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라도 퇴출될 기업들은 솎아내야 한다는 태세다. 실질심사 기간도 1년 반으로 단축되고 즉시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요건도 단계별로 강화된다. 좀비 기업들의 적절한 증시 퇴출로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전반의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설명이다.

코스닥 상장 요건 시총·매출액 커트라인은 △2025년 시가총액 40억원, 매출액 30억원(현행) △2026년 시가총액 150억원, 매출액 30억원 △2027년 시가총액 200억원, 매출 50억원 △2028년 시가총액 300억원, 매출 75억원 △2029년 매출 100억원 이상으로 단계별 강화된다.

다만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매출요건이 강화되는 2027년부터 시가총액이 600억원 이상일 경우 매출요건이 면제된다. 대부분 바이오 상장사가 기술특례 상장을 선택하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총 600억원 이상의 회사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투자위험을 대략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외에도 재무적, 비재무적 내용이 공존하는 20여개의 다양한 사유로 기업이 상폐 절차에 진입할 수 있다. 상폐로 즉시 직결되는 것은 △완전자본잠식 △시가총액 미달 등이 해당한다. 이의신청으로 개선기간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은 △주식분산 미달 △거래량 미달 △감사의견 미달 △정기보고서 미제출 △지배구조 미달이다. 계속기업 평가 대상은 △자본잠식 50% △매출액 미달 △횡령·배임 △공시의무 위반 △중대 회계위반 △대규모 손실 △관리종목지정 후 경영권 변동으로 전해진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상폐 사유는 감사의견 미달이었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감사의견 미달이 236건, 횡령·배임이 71건, 불성실공시가 27건으로 발생했다. 기업이 상폐 회피를 위해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받는 사례도 왕왕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자본잠식은 즉시 상폐지만 감사의견 미달은 최소 1년의 개선기간이 부여되기 때문에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기업은 일부러 감사의견 미달을 받는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할 경우 즉각 상폐 결정을 내린다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연속혈당측정기 의료기기기업 이오플로우(294090)는 미국 경쟁사와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됐지만 감사 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돼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사업 진출’로 매출 실현?

투자에 유의해야 할 바이오 기업 적신호로는 약속했던 성과의 지연, 잦은 대주주 손바뀜, 악화 되는 실적, 본업과 무관한 사업 진출 등이 꼽힌다. 기술특례상장사 1호로 상폐된 셀리버리는 매출 실현을 위해 물티슈 기업을 인수한 것이 주된 패착으로 지적된다. 상폐 수순에 접어든 진단기기 회사 피씨엘(241820)도 투명하지 못한 경영이 수차례 지적됐다. 항체치료제 개발사 파멥신(208340)은 기대되던 기술이전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개발 속도경쟁에 뒤처지며 상폐 수순에 돌입했다.

잦은 대주주 손바뀜도 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한때 각광받던 리보핵산(RNA) 신약개발사 올리패스(244460)는 임상 실패 이후 창업자 대표가 물러나고 단기간에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자금조달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피부미용 영역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납입 불발로 결국 자본잠식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돌입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상장 이후에는 벤처 기업이 아니다”라며 “창업자가 기술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경영, 회계, 사업개발을 진행할 능력이 있는지 혹은 적임자를 충원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털(VC) 투자자는 “임상 실패가 끝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다. 실패와 퇴출이 많이 이뤄져 빠르게 순환하는게 산업계 정상화로 이어질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캐피털 투자자는 “현재 폐암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이레사, 타세바도 EGFR 타깃으로 임상을 진행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인에 많이 발현되는 특이한 EGFR 변이에 약효를 보인 점에 집중해 타깃을 변경해 임상을 새로 진행했고 결국 허가를 받아 현재는 널리 쓰이고 있다”며 임상에 실패한 기업도 재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다만 기업이 임상 데이터를 과장하거나 ‘A’로 해석해야 할 내용을 ‘A+B’로 제시한다면 이는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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