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공항과 항만 검역을 강화한다고 델타 변이 확산을 막지는 못한다. 20~30대 위주로 확산이 진행되는 만큼 이들이 감염되는 장소를 집중관리 해야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변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막을 수도 없으며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수가 사흘 연속 1000명을 돌파하면서 원인 중 하나로 영국(알파) 변이보다 감염력이 50~60% 높은 것으로 알려진 델타 변이가 지목됐지만, 변이로 인해 방역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해외 입국자들이 검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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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부회장은 델타 변이가 감염성은 높지만 병원성은 오히려 적다고 봤다. 델타 변이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로, 바이러스의 표면 돌기(스파이크 단백질) 2곳에서 변이가 생긴 경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최근 신규 확진자의 98%가 델타 감염자였고 포르두갈은 96%, 미국은 51%, 이탈리아는 26%로 나타났다. 그는 “영국에서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됐지만 중환자, 사망자 발생률은 증가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수도권 환자 발생이 급증했지만 중환자, 사망자 발생은 지난해보다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방역당국의 방침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제대로된 원인 분석 없이 선제적인 검사만 강행하고 있어서다. 마 부회장은 “현재 확산의 매개가 되고 있는 20, 30대가 어떻게 감염이 되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분석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검사를 늘린다고 하면서 불필요한 비용만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많이 모이는 술집, 노래방 등을 중심으로 ‘포인트 방역’이 필요하다고 봤다. 마 부회장은 “환기가 잘 안되고 에어컨이 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이고 오랫동안 머물게 되며 대화와 노래가 가능한 술집, 노래방 등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영업장에 일정시간 환기를 할 수 있도록 계도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여름 휴가철을 대비한 정책도 주문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제주의 공항, 항공기내부, 여행지 식당 등은 띄워앉기도 되지 않고 음식물 섭취도 제한돼있지 않다”면서 “휴가철에 맞물려 환자의 발생이 증가할 수 있어 이를 대비한 정책도 준비돼야 한다”고 했다.
마 부회장은 국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최우선이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코로나 제로(Corona zero)’ 상황은 올 수 없으며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싱가포르는 어떠한 조치로도 코로나19를 완전히 몰아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봉쇄와 감염자 추적, 확진자 수 집계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 역시 영국 실내 마스크 착용과 1m 이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관련 조처를 오는 19일 해제한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마 부회장은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백신 접종률을 올린 후 방역 정책과 관련 인식의 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제로로는 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접종률이 높아 확진자가 많이 나와도 사망자 수는 적은 영국, 이스라엘을 보며 따라가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