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3종이 미국 시장에 일제히 출격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068270)가 참전했는데 연 27조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쪼개기 경쟁에서 누가 승기를 쥘 것인지 주목된다.
|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왼쪽)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유플라이마’(오른쪽) (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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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파트너사인 오가논은 휴미라(제품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의 영업활동을 개시했다. 하드리마는 저농도와 고농도 두 가지 제형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됐다. 사전 충전 펜(PFP)과 사전 충전 주사기(PFS) 두 가지 타입이다.
이튿날인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셀트리온도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유플라이마’ 판매를 시작했다. 유플라이마는 아달리무맙의 고농도 제형으로 자동주입기 및 사전충전주사기의 두 가지 타입으로 출시됐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소아 특발성 관절염, 건선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판상 건선 등의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다. 항TNF-α제제 중에서도 적응증이 가장 광범위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1위를 내주기 전까지는 10년 연속 단일품목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 매출만 27조원(212억 달러)에 달했고, 이중 미국 시장 매출은 88%를 차지했다.
아달리무맙은 저농도(50㎎/㎖)와 고농도(100㎎/㎖) 두 가지 제형으로 나뉘는데 시장의 약 87%를 고농도 제형이 차지하고 있다. 고농도 제품은 한번에 투약하는 주사액과 투약 빈도를 줄일 수 있어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단순 계산하면 미국의 고농도 아달리무맙 시장규모만 20조원 안팎인 셈이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의 승부도 고농도 제형에서 갈릴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 출시된 고농도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와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산도즈의 ‘하이리모즈’뿐이다. 20조원의 시장을 두고 국내 기업들과 오리지널 약을 만든 애브비, 산도즈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웠다. 하드리마는 오리지널 제품 대비 85% 저렴한데 이는 고농도 아달리무맙 의약품 중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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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매가격이 높으면 리베이트가 합법인 미국에서 리베이트 비용이 끼어들 여지를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유플라이마의 도매가격이) 처방약 급여관리업체(PBM)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대전은 이달을 시작으로 내년께 2라운드를 맞게 될 전망이다.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 확보가 승자를 가르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상호교환성이란 약사가 처방의사의 동의없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교차 처방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상호교환성이 인정되면 현지 사보험 선호의약품 목록 등재에 유리하고 등재시 급여혜택도 받을 수 있어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휴미라 고농도 제형의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은 의약품 중 상호교환성이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모두 상호교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지난 5월 관련 임상이 종료됐고, 셀트리온은 2024년 말 승인을 목표로 미국과 유럽에서 상호교환성 확보를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