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회사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성장에 맞물려 CDMO 시장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CDMO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평가원 2020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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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을 합친 단어다.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는 100조 개의 미생물과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다. 몸 안의 미생물들은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두 번째 유전체’라고도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건선, 역류성식도염, 비만, 대장염, 심혈관계 질환 등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치료제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은 2025년 7억8880만 달러(약 9502억원)에서 연평균 21.5%씩 증가해 2028년에는 14억 1630만 달러(약 1조7059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상용화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없지만, 성공적으로 개발만 하면 시장성이 분명한 셈이다.
국내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나선 이유다. 국내에선
지놈앤컴퍼니(314130), CJ바이오사이언스,
고바이오랩(348150),
비피도(238200),
제노포커스(187420), 에이투젠 등이 초기 단계에서 신약을 만들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은 임상을, 비피도·제노포커스·에이투젠은 전임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해 만든 CJ바이오사이언스는 면역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2~3년 내 미국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사들은 ‘마이크로바이옴 CDMO’ 시장으로도 관심을 보인다. CDMO는 단순 위탁 생산을 넘어, 의약품 개발과 임상, 상용화 등 제조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31일 지놈앤컴퍼니는 미국 자회사 리스트바이오(List Biotherapeutics)가 3100만달러(약 369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11월 미국 피셔스시에 대규모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후 처음 이뤄진 자금 조달이다. 리스트바이오는 지놈앤컴퍼니가 지난해 9월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 리스트랩(List Labs)을 인수한 후 설립한 회사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인수 당시 리스트랩의 생산역량(CAPA)은 100ℓ였는데 2023년도에 500ℓ로 증설하려 한다. 신공장은 2000ℓ 규모로 총 4개의 라인으로 증설을 계획 중이다. 이번 자금 조달은 신공장 증설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놈앤컨퍼니는 향후 리스트랩을 초기, 후기 임상 및 상업용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위탁생산까지 가능한 글로벌 CDMO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원제약(003220)은 리스트바이오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사 중 유일한 제약사다. 대원제약은 티움바이오, 일성신약, 클리노믹스 등에 투자한 바 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에의 투자는 처음이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소액의 단순투자 성격”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홀딩스(024720)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 입장에서 CDMO 전문 기업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8월 한국콜마홀딩스는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CDMO 기업 아란타바이오와 CDMO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용 의약품 개발과 제조 과정에서 협력한다.
| 마이크로바이옴 CDMO 시장은 2025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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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 CDMO 시장 관심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키움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CDMO 시장은 2025년부터 전임상과 임상 1상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후기 임상으로 진입하고, 후기 파이프라인은 출시될 가능성이 있어 CDMO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기준 세계적으로 전임상에 101개, 임상 1상에 33개, 2상에 30개, 3상에 9개 파이프라인이 각각 있다.
그러나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마이크로바이옴 CDMO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12% 부족하다. 2024년에는 최대 40%까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추후 한국콜마홀딩스처럼 신약 개발 과정에서 CDMO 기업과 손잡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CDMO 시장은 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흐름을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CDMO와 손잡고 개발부터 임상 디자인까지 협력하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